정부 담뱃값 2천원 인상 추진에 여론 들끓어…“세수 부족 메우기 위한 서민증세” 의심

[라포르시안]  "담뱃값 인상, 누구를 위한 인상인가요? 정부의 세수확보를 위한 담뱃값 인상이 과연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일까?"<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머리털 나고 야당이 좋아지기는 처음이다. 서민 죽이는 새누리당인가요?"<새누리당 홈페이지 누리터>

"최저임금은 후진국인데 담뱃값은 선진국 수준으로…그냥 세금 올린다고 하세요"<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정부가 지난 11일 담뱃값 인상안을 포함한 '종합 금연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현재 담배 한 갑당 평균 2,500원인 가격을 4,500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물가 인상율이 담뱃값에 반영토록 하고, 현재 부과되는 부담금과 세금 외에도 종가세 방식의 개별소비세를 적용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되면 담뱃값은 매년 물가에 연동 돼 자동으로 인상되고, 사치품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가 적용됨에 따라 담배가 더는 서민의 기호품이 아니라 부유층의 사치품으로 바뀌게 된다는 의미이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이처럼 강력하고 포괄적인 금연정책을 시행하면 흡연으로 인한 조기사망을 크게 줄이고, 국민건강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는 관련 법안을 조속히 국회에 제출해 정기 국회에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임

그러나 정부의 종합 금연대책이 발표되자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 인상을 추진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서민증세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 복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화면 캡쳐

지난 11일 하루 도안 복지부를 비롯해 청와대, 새누리당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글이 폭주했다.

특히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담뱃값 인상 필요성을 처음 제기했고, 지난 11일 종합대책 발표도 문 장관이 한 탓에 복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은 담뱃값 인상 반대 글로 도배가 됐다.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글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수 부족분을 매우기 위해 서민들만 쥐어짠다"는 것과 "담뱃값 2천원 인상으로 흡연율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세부 확보가 목적이다" 등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복지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K씨는 "담배가 그렇게 국민 건강에 해로우면 생산과 판매를 하지 말아야지. 국민을 이용해 병 주고 약 주고 하는 꼴이다. 진정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배를 판매 하지말고, 간암의 원인인 술도 판매 하지말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Y씨는 청와대 게시판에 "담뱃값을 지금의 2배로 올리면 한갑에 5천원 가까이 오르는데 너무 큰 부담이 된다. 그럼 끊으면 되지라고 말하지만 끊기위해 노력했지만 삶이 너무 고단해 다시금 담배로 위안을 삼고 있는 현실이다. 어찌 이렇게 큰 부담을 가난한 서민들에게 떠넘기나요"란 글을 남겼다.

새누리당 누리터 게시판에는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글도 눈에 띈다.

A씨는 새누리당 누리터 게시판에 "담배값 올리면 세금걷기가 너무나 편하겠지요. 그렇지만 결국은 서민들 호주머니 터는 거 아닌가요? 새누리당이 모른 척하고 올린다면 정말 새누리 지지지로 서민을 위한다는 진정성을 의심하게 될 겁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런 의견 외에도 정말로 국민 건강을 생각해 흡연율을 낮추고자 한다면 담배값을 한갑당 1만원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거나, 담뱃값을 인상할 경우 거둬들이는 건강증진부담금으로 흡연자를 위한 금연사업 등에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 새누리당과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 화면 캡쳐

야당·시민단체 "담뱃값 인상 진짜 의도는 세수 부족 메우는 서민증세"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도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지난 11일 오전 현안브리핑할을 통해 "정부의 담뱃값 인상 추진의 명목상 이유는 국민건강을 위한 것이라지만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서 애꿎은 서민들 호주머니만 털겠다는 꼼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유 원내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에서만 100조원의 재정적자를 냈고, 박근혜 정부는 그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부자감세는 그대로 둔 채로 담뱃값 인상으로 구멍난 곳간을 채우겠다는 발상이라면 한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야당 의원들도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춘진·김성주·김용익·남윤인순·안철수·양승조·이목희·인재근·최동익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부자감세 철회없이 서민증세 부담주는 박근혜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는 국민건강 명분으로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발표했지만 가격인상을 통한 금연정책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8000원 이상 올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따라서 정부가 제시한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은 흡연율 감소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값 인상을 통한 흡연율 감소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식과 절차, 정부의 의도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경실련은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우리나라의 담배가격이 OECD국가 중에 가장 낮은데 반해 성인남성의 흡연율은 높은 점을 고려할 때 국민건강을 위한 담뱃값 인상에는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담뱃값 인상과 관련한 과정과 절차, 정부의 의도 등을 볼 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경실련은 "특히 담뱃값 인상을 시작으로 주민세 인상 등 지방세 인상을 정부가 예고하고 있어 이는 결국 서민증세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며 "이러한 소득역진적 방식의 서민증세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움은 물론 강력한 조세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도 담뱃값 인상 추진이 간접세 인상을 통한 세부 확보가 목적이라는 의구심을 보냈다.

참여연대는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담배세 인상이 국민흡연율을 낮추는데 효과적인 측면이 있고, 이를 통해 국민건강 증진을 도모한다는 정책의 일부 당위성에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공평과세의 원칙, 사회적 합의 선행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번 담배세 인상에 대해 정부가 겉으로는 국민건강 증진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명백한 증세다. 그것도 간접세 증세 방식"이라며 "재정 확충을 위해 증세를 하겠다면 과세 공평성 확보와 함께 상대적으로 담세력이 있는 고소득자, 재벌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누진체계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 또는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담뱃값 인상에 찬성…"추가로 마련된 재원 금연사업 등에 투입돼야"

반면 의료계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흡연율 감소와 이를 통한 국민건강 향상 효과에 근거, 정부의 금연대책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발표한 종합금연대책을 적극 지지하며, 추가로 확보되는 세수는 당연히 국민건강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의협은 "흡연 관련 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액이 2조원을 넘어서는 등 사회경제비용이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담뱃값 인상 계획은 흡연을 억제하기 위한 사회적 방법"이라며 "담배 가격과 금연율이 상관관계가 있음은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검증이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다만 담뱃값 인상에 따른 추가로 확보되는 재원이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의협은 "정부는 가격인상으로 마련된 재원이 다양하고 효과적인 금연사업과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투입돼 장기적으로 국민의료비 절감과 흡연 관련 질병으로 지출되는 진료비에도 적극 지원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담배에 부과되는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하자 의학 관련 단체에서 지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예방의학자들로 구성된 한국역학회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8년간 담뱃값이 낮은 수준에 묶여있어 담배중독 확산을 막는 데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제는 하루빨리 담뱃값 인상을 포함한 종합적 금연정책의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역학회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은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으로 인해 더욱 높은 흡연율을 경험한다"며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고 그 수입은 가장 먼저 흡연예방과 금연지원을 위해 사용하고 저소득층의 흡연율을 낮출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대한가정의학회와 소창청소년과의사회도 담뱃값 인상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들 학회는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매우 효과적이고 꼭 필요한 대책"이라며 "아울러 인상된 담뱃세 중 상당 부분은 반드시 흡연자들을 금연 성공으로 이끌고, 청소년들이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하는 강력한 교육 및 홍보사업에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한나라당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2004년 참여정부의 담뱃값 500원 인상 추진에 반대하며 발표한 보도자료.

새누리당, 참여정부 시절 담뱃값 인상 반대…"우리나라 담뱃값 OECD 평균보다 높아"

한편 새누리당이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 담뱃값 인상에 반대했던 일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4년 참여정부 당시 담뱃값 500원 인상을 추진하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보건복지위원 차원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국고부담 줄이기 위한 담배값 인상은 반대한다"고 주장하며 담배 판매를 통해 거둬들인 건강증진기금을 이용한 일반회계사업 집행이 ‘위헌’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한나라당은 "담배에 부과되는 부담금은 제품 가격이 높든 낮든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어, 담배값 인상은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의 경제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소득역진적인 정책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근의 심각한 경제침체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은 물론이고 물가인상을 유발하는 담배값 인상의 시기로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해 현재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쪽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특히 흥미로운 내용은 우리나라 담뱃값이 국민소득 등을 감안했을 때 OECD 평균 담배가격보다 낮지 않다고 주장한 점이다.

한나라당은 "보건복지부 용역에 따르면 OECD 평균담배가격과 GNI를 활용했을 때 OECD평균 담배가격에 해당하는 2002년 우리나라의 적정담배가격은 약 1,809원인데, 2003년 국내 평균담배가격(1,800원)이나 주력품목인 에세라이트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이미 OECD 평균에 도달하거나 이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주장은 현재 담뱃값 인상 정책에 반대하는 쪽에서 참고해도 유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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