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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같은 의료분쟁법, 차라리 진료거부권 달라"

정부 "무과실 보상 의사가 책임져야"의료계 "차라리 진료 거부권을 달라"

합일점은 없었다. 지난 8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의료분쟁조정제도의 합리적인 운용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는 뿌리깊은 갈등 표출의 장일 뿐이었다.

공청회는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의협건물 입구와 공청회장 여기저기에서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비롯한 전국의사총연맹 회원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공청회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현두륜 변호사는 의료계의 입장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지적했다. 현 변호사는 무과실 사고와 관련 "의료분쟁조정법이 국가가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인 만큼, 비용은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무과실 사고는 의료인의 법적 책임이 아니라며 그에 대한 비용을 의료인에게 부담시킨다면 과실책임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의협 유화진 법제이사도 하위법령 제정과 관련, 조정중재원 구성의 재조정을 요구하며 의료사고 보상사업에 필요에 대한 재원은 법 제46조 제2항에 따라 국가가 부담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임구일 대한개원의협의회 공보이사는 "현재의 구성안은 코메디와 같은 상황"이라고 따졌다.그는 "TV에서 하는 감정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해당 전문가들이 감정을 하는데, 의료감정을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공청회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오시영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학장의 발표였다. 오 학장이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 당위성을 설명하자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고, 특히 조정원 구성원 중 검사의 역할에 대해 "구성원 내에 검사가 있으면 환자들이 병원에서 함부로 난동을 피우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오기까지 했다.

오 학장이 재원마련에 대해 "한번에 1,000억원을 조성하자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50억원 정도에서 시작하는 것이 적당하다"며 그 대상을 의사들에게 돌리자 장내 여기저기에서 고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공청회 참석자들은 "잘못이 없는데 왜 돈을 내야하냐"며 "차라리 환자를 거부할 권리를 달라"고 연이어 소리쳤다. 오 학장은 법안에 대한 자신의 객관성을 설명했지만 성난 의사들의 마음을 달래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의협 유화진 법제이사가 회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며 가까스로 장내를 진정시켰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추진단 단장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 임대식 서기관은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 등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의료계의 입장을 100%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무과실 보상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전면 국고지원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며 “산부인과 쪽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으며 검토를 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법안에 대한 회원들의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나왔다.

전국의사총연맹 노환규 대표는 "현행 법안으로 인해 많은 회원들이 불안과 분노를 느끼고 있고 이대로라면 의사들의 동의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며 “협회는 회원들에게 사과와 함께 법안에 대한 전면거부를 공고하라”고 주장했다.

한 참가자는 오시영 학장에 대해 “법안의 시행과 관련해 연구비 지원 등 개인적 이권이 있는 것은 아니냐”며 따졌고, 오 학장은 "모욕적 발언"이라며 발끈했다.

결국 이날 공청회는 ‘합리적인 운용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와는 달리 의사들의 불만과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차만을 확인하는 자리로 끝나고 말았다. 

손의식 기자  hovinlove@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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