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진료비 연간 20조 육박하지만 노인의료 체계 부실…불량 요양병원 설립 부추기는 정부

[라포르시안]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진료비 증가세가 무서울 정도다. 올해를 기점으로 연간 노인진료비가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수명은 증가했지만 각종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노인인구 또한 함께 늘면서 외래와 입원진료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고령화에 대비해 공급확대 정책을 추진한 요양병원의 부실.불법 운영이 심각하다는게 실증적으로 확인되면서 향후 노인진료비와 요양병원 정상화는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위한 가장 중요한 해결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4 상반기 건강보험주요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적용인구는 총 5,014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65세이상 인구는 587만명으로 전체의 11.7%를 차지했다.

전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의 11%인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국내 진료비와 건강보험 급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올 상반기 중 65세이상 건강보험 진료비는 9조6,703억원으로 건강보험 총진료비(26조4,100억원)의 36.6%를 차지했다.

건강보험 적용인구 대비 진료비 점유율을 보면 3배 정도 높다.

65세 이상 노인층의 의료이용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1인당 월평균 수진횟수는 1.64일에 월평균 진료비는 8만7,900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65세이상 1인당 월평균 내원일수(4.32일)와 1인당 월평균 진료비(27만6,824원)는 전체 평균보다 각각 3.4배·4.4배 더 많았다.

65세 이상 인구의 진료비가 건강보험 총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30%를 넘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작년에는 35.4%까지 확대됐다.

이런 식으로 증가세가 유지되고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을 가정하면 향후 10년 이내에 건강보험 총진료비에서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진료비 증가에는 우후죽순 생겨난 요양병원도 한몫하고 있다.

건보공단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으로 요양병원 수는 총 1,298개소에 달한다.

올 상반기 중 요양병원의 총 진료비는 1조7,725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6.7%로 낮은 편이다.

문제는 요양병원 진료비 증가율이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요양병원의 진료비는 지난해 상반기(1조4,926억원)와 비교했을 때 18.8% 증가했다.

지난해 요양병원의 총 진료비는 3조1,749억원으로 전년도(2조5,986억원) 보다 22.2%나 늘었다. 최근 수년간 요양병원 진료비는 이런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요양병원 진료비 급증의 가장 큰 이유는 기관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1월 기준으로 120개였던 요양병원이 올 6월 말 기준으로 1,298개로 8년만에 10배가 늘었다. 

▲ 요양병원 증감 현황, 자료 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불법으로 얼룩진 요양병원…환자 목숨을 돈주고 거래

이렇게 급증한 요양병원 중에서 부실운영과 불법으로 얼룩진 곳이 너무 많다.

지난 5월 말 발생한 전남 장성의 요앵병원 화재 참사를 계기로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건보공단이 최근 전국의 모든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불법행위 합동단속을 실시했다.

단속 결과, 조사 대상 1,265개 요양병원 중 143개 병원에서 불법행위가 적발됐고, 394명을 검거해 11명을 구속하는 사법처리가 이뤄졌다.

이번에 적발된 요양병원 중 사무장병원과 허위·부당청구 등 불법 의료기관 39곳이 허위·부당청구한 건강보험 진료비 만 902억원에 달했다. 복지부는 이를 환수 조치할 예정이다.

불법 운영 행태는 다양했다. 

환자 수를 거짓으로 부풀리고,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환자를 유인하거나, 비의료인이 의사면허를 대여해 설립한 불법 사무장병원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요양병원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개설허가 권한을 지닌 지자체 공무원과 요양병원 경영진간 뇌물수수 등의 불법 거래도 적발됐다. 

이를 통해 시설과 의료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요양병원이 버젓이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이다.

화재 참사가 발생한 장성의 요양병원 이사장도 같은 법인 내 또다른 병원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관할시청 담당 공무원에게 현금 2천만원과 골프 접대 등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 sbs 뉴스화면 캡쳐.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생명권을 돈을 주고 거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급증하는 노인인구와 그에 따른 노인진료비 증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부실 요양병원 등이 맞물리면 앞으로 건강보험제도는 물론 의료공급체계 전반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병원계는 부실 요양병원은 솎아내고, 시설과 인력을 제대로 갖춘 요양병원이 경영난을 겪지 않고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애햐 한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08년부터 도입된 요양병원 '일당정액수가제'다.

일당정액수가는 의사와 간호 인력에만 가감제가 적용될 뿐 다른 직종의 인건비와 약제비, 검사 소모품비 등의 재료비는 모든 병원에 동일하게 지급된다.

그러다보니 요양병원 의료서비스 질 관리와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란 도입 취지와 달리 필요한 검사를 실시하지 않거나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의료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요양병원은 돈을 벌고, 시설과 인력을 충분히 갖춘 병원은 경영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일당 정액수가는 평균 3만9,955원이다. 요양원 등 요양시설의 일당정액수가(평균 4만8,847원)보다 낮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의료서비스 개념은 사라지고 단순히 환자를 입원시켜 놓고 유지하는 데 급급한 '무늬만 요양병원'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은 "누구나 아플 수 있고, 가난해 질 수 있고, 결국에 노인이 되는데 우리 사회는 이것을 공동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소수의 돈벌이 사업에 맡긴다"며 "요양병원은 한국 사회 취약계층의 삶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공공요양병원을 더욱 확충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가 인구고령화에 대비해 요양병상 확충 정책을 추진하면서 민간 중심으로 공급을 늘리다보니 관리·감독에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사회진보연대는 "의료법, 정신보건법 등 현행 요양병원 관련 제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한편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요양병원 서비스를 책임지도록 요구해야 한다"며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 요양병원을 지역마다 확충하고 앞에서 요구한 ‘제대로 된 요양병원’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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