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벌제 시행후 새 영업방식 속속 등장…'감성마케팅'이란 이름의 신종 리베이트  

지난 7일 오전 9시, 지하철 5호선 공덕역 출구. 출근시간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는 인파 사이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눈에 띄었다. 기자는 얼떨결에 그 남자가 건네주는 전단지를 받았다. ○○병원 홍보 전단지였다. 홍보물을 나눠주던 남자에게 “○○병원 원장님이세요?” 하고 물었다. 그 남자는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직원이냐고 되묻자 직원도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냥 병원장과 아는 사람이라고만 대답할 뿐이었다. 전단지와 함께 나눠 준 홍보물을 살펴보니 모 제약회사의 상표가 찍혀 있었다. 이상한 생각에 집요하게 캐물으니 주저하던 그는 자신을 모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라고 밝혔다.특이한 점은 그가 나눠주고 있는 홍보물이 한 장이 아니란 것이었다. 각기 다른 두 병원의 것을 동시에 나눠주고 있었다. 이유를 묻자 그는 “개원한 병원의 홍보물을 나눠주던 중 인근 거래 병원의 원장을 우연히 만났다”며 “그 원장이 자신의 병원도 홍보를 해달라고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두 병원의 홍보물을 돌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그는 그냥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모른 척 해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어렵게 그를 설득해 병원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게 된 배경을 들을 수 있었다.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감성마케팅’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른 아침 병원장에게 직접 만들어 온 샌드위치를 제공한다던가, 손님들의 많이 앉는 소파를 청소해주는 식의 수고를 통해 감동을 줌으로써 제약영업과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거래 병원을 홍보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작년말 쌍벌제 시행 이후 금품제공이나 접대 등의 리베이트가 불가능해진 요즘, 제약 영업쪽 분위기는 어떤지 물어봤다. 그는 “기존 결과중심의 영업에서 탈피해 과정관리를 우선시 하는 제약회사가 늘고 있고 매출 자체보다는 제품설명회 등을 통한 미래의 거래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노무 제공 등을 통한 음성적 관행도 늘어났다”고 속내를 털어놨다.기자의 계속된 질문이 불편했을까. 그는 “아직도 일부 의사들은 대놓고 금품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씁쓸한 웃음을 짓고 지하철 출구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한편 현행 의약품 공정경쟁규약에서는 리베이트의 기준을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하철 출구에서 만난 그 영업사원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병원 홍보를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가 절대 리베이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말 그럴까?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과 정혜경 사무관은 “제약사 영업사원의 특정 병원 홍보는 암묵적으로 해당 제약사 제품의 판매촉진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노무를 통한 리베이트 행위에 속한다”고 해석했다. 결국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새로운 리베이트 관행이 생겨나는 ‘풍선효과’가 확인된 셈이다.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음성적 리베이트가 지속될 경우 부담의 주체는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현행 리베이트 쌍벌제의 규정을 더욱 구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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