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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국의료’는 지금 맹골수도로 향하고 있다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4.08.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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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300명이 넘는 목숨을 가둔 채 세월호가 침몰한 곳이 '맹골수도'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에 난 물길(水道)인 이곳은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세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 수천만 명을 태운 '한국의료'라는 배가 이 곳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4월 16일 그날 아침 세월호처럼.

한국의료를 맹골수도로 끌고 가는 건 '투자활성화 대책'이라는 정부의 엉터리 조타장치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돈벌이 의료'에 모든 좌표를 맞췄다.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허용과 부대사업 전면 확대,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외국영리병원 설립은 물론 심지어 의과대학 산하에 기술지주회사 설립 허용까지 맹목적인 의료상업화를 향해 돌진하라고 등을 떠민다. 심지어 의료윤리마저 저버린 채 안전성과 부작용 우려가 높은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 규제도 대폭 완화하겠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어찌 될지 뻔하다. 벌써부터 위험신호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창조경제의 성과를 내고 싶어 안난난 박근혜 대통령의 잇단 재촉에 정부 부처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에 시달린다는 말이 들린다. 그러다 보니 엉터리 정책과 부실한 정책 추진 징후가 곳곳에서 노출된다.

박근혜정부가 외국영리병원로 설립 사례로 꼽은 '싼얼병원'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발표한 제6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외국영리병원 설립 사례를 조속히 창출해 후속 투자를 유도하고 해외환자유치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한차례 설립 승인을 보류한 바 있는 제주도 싼얼병원의 승인 여부를 9월 중 결정짓겠다고 밝혔다.

싼얼병원이 과연 국내 제1호 외국영리병원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싼얼병원 설립을 추진해온 중국 천진하업그룹의 부도설과 회장이 경제사범으로 구속수감됐다는 현지 언론보도가 뒤늦게 확인됐다. 싼얼병원 설립을 추진해온 한국법인 사무실은 이미 작년 말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와 복지부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뒤늦게 허둥지둥 진상을 파악한다며 법석이다. 얼핏 추측하기에 한국정부가 중국 기업의 사기행각에 놀아난 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싼얼병원 문제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의료상업화를 위해 의료윤리마저 내팽개칠 기세다. 지난번 발표한 6차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보건의료 연구·임상 활성화를 위해 줄기세포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상업 임상 1상을 면제할 수 있는 연구자 임상 인정범위는 자가줄기세포 치료제로 제한돼 있는데 이를 모든 줄기세포치료제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임상 1상은 해당 약물이 인체에서 약리작용과 부작용,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내약용량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정부의 방침은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개발 과정에서 안전성과 부작용에 대한 확인없이 곧바로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말이다. 이건 위험성을 떠나 너무 비윤리적이다. 어느 나라에서도 이렇게 하는데가 없다.

오히려 줄기세포 치료제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그 규제가 너무 느슨한 게 문제다. 최근 국내 식약처가 루게릭병 줄기세포치료제로 허가한 '뉴로나타-알주'는 국내에서 네 번째,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허가되는 줄기세포치료제다. 전세계서 허가된 5개의 줄기세포 치료제 중 4개가 국내에서 허가됐다는 말이다. 미국은 전무하다. 그만큼 줄기세포 치료제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지금 그 반대로 가고 있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의료산업화를 하겠다는 주장이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박근혜정부가 투자활성화 대책의 또다른 핵식 정책으로 추진하는게 한국의료의 수출이다. 우리나라 병원시스템과 의료기술을 활용해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다. 이 정책에 가장 앞장서는 곳이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병원이다. 서울대병원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왕립병원과 위탁운영 계약을 맺고 현지에 의사와 간호사 등을 포함해 약 200명의 의료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병원 노조는 숙련된 의료인력이 해외파견으로 빠져나갈 경우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반면 병원 측은 위탁운영을 위한 파견인원이 전체 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의료공백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다른 병원들도 이런 식의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우수한 의료인력이 해외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외국 공공병원 운영을 위해 국내 공공병원 인력을 파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지방의료원은 의사와 간호사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임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법개정을 밀어붙이고 있고, 시민사회단체와 의료계가 나서서 반대하는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전면 확대를 강행하고 있다. 위험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는데 모른 척이다. 어떤 '경고의 휘슬'도 듣지 않는다. 박근혜정부 들어 복지부 장관이나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투자, 의료관광, 의료산업, 새 일자리, 수출'이 아닐까 싶다. 보건의료산업부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한국의료는 지금 맹골수도로 향하고 있다. 이러다가 문형표 장관과 복지부 공무원들이 세월호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대응하고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 꼴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료호'는 지난 수십 년간 왜곡된 의료체계와 제도 문제가 누적돼 과적상태다. 여기에 이 정부들어 급격하게 의료상업화로 항로를 바꾸면서 선체가 많이 기울었다. 다행히 아직은 복원력이 남아 있다. 더 늦기 전에 키를 돌렸으면 한다.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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