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념인 돌봄과 치료 실천하는 것” 강조…“그런 마음이라면 글리벡 약가 낮췄어야” 지적 제기돼

▲ 한국노바티스 임직원들은 지난 27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서아이스버킷챌린지 캠페인 ‘팀 빌딩 행사’를 진행했다.

[라포르시안]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지난 7월 미국에서 시작된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참여자가 급증하고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희귀난치질환과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기부문화를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캠페인의 취지가 변질돼 홍보성 행사로 전락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루게릭병 자체에 대한 관심 보다는 누가 참여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루게릭병 등 희귀난치성 신경근육계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가진 환우들이나 장애를 가진 환우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반짝 관심"이라며 "이 모든 것은 관여하는 사람들이 이들의 절실한 문제와 뿌리 깊은 고충을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고 머리로 생각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다국적제약사 임직원들이 단체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동참한 것을 놓고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 2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팀 빌딩 행사’에서 단체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했다고 홍보용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기업이념인 '돌봄과 치료(Caring and Curing)’를 삶에서 실천하는 것뿐 아니라 모금을 통한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사내 기부문화 확산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동참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한국노바티스는 비록 루게릭병 치료제는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 한국노바티스 임직원의 아이스 버킷 챌린지 참여를 놓고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은 글리벡 약가 인하를 요구하며 2001년 5월부터 2003년 2월까지 1년 6개월간 목숨을 건 싸움을 벌였다.

이 회사는 세계적인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 2001년 도입돼 백혈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물했다. 그러나 너무 비싼 약가가 문제였다.

글리벡은 국내 도입 초기부터 높은 약가 문제로 논란을 빚었다.

최초 도입 당시 한국노바티스는 100mg 1정당 2만5,000원을 요구했고 정부는 1만7,862원을 제시하면서 가격차를 놓고 협상을 벌이다 결국 2만3,045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백혈병 환자가 한달 평균 글리벡 약값으로 300~400만원을 부담해야 했다."약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환자들이 불만이 끊이지 않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9년 9월 장관 직권으로 약값을 14% 인하(1만9818원)한다고 전격 고시했다.

그러자 한국노바티스는 즉각 약가인하 고시 집행정지 및 약가인하 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결국 지난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글리벡 약값은 원래 가격이었던 2만3,044원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노바티스는 지난해 6월 글리벡의 특허 만료를 이유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백혈병 환자단체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글리벡 환자 지원 프로그램 도입은 국내 도입 이후 백혈병 환자들이 1년 넘게 약값인하 싸움을 벌인 끝에 노바티스가 지난 2003년 1월 보건복지부에서 100mg 한 정의 약값을 2만3,045원으로 결정해주면 약값의 10%를 기금 방식으로 환자에게 지원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노바티스가 '돌봄과 치료'라는 기업이념을 실천하는 보다 진정성 있는 방법은 약가를 인하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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