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곤란 증상에 체중 17% 이상 감소해 위험한 상태…“그를 살릴 수 있는건 의사가 아니라 정부와 정치인”

▲ 사진 왼쪽부터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 초기(7월 17일), 단식 18일째(7월 31일), 그리고 단식 36일째(8월 18일) 모습.

[라포르시안]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6일째 광화문에서 단식투쟁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건강상태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그를 돌보는 의료진들조차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

김영오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 7월 14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투쟁에 돌입, 이후 물과 소금만 섭취하며 지금까지 단식을 이어왔다.

그러나 단식투쟁 기간이 30일을 훌쩍 넘기면서 그의 신체 곳곳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김씨 등 단식투쟁자들을 돌보고 있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최규진(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부장)씨는 김씨의 상태가 이미 의학적으로 한계를 넘어섰다고 우려했다.

최규진씨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민 아빠의 체중이 현재 47kg 정도로 단식 돌입 전과 비교하면 17% 정도 감소해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라며 "무엇보다 이미 열흘 전부터 갈비뼈가 장기를 눌러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호흡곤란도 심하고 영양 부족으로 잇몸에서 계속 출혈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치과의사분들이 나와서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며 "지금은 혈압이나 맥박, 체온도 불안정한 상태이다. 이런 식으로 단식투쟁 40일을 넘기면 상당히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문제는 유가족이 요구하는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는 단식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김씨의 의지가 워낙 강경해 의료진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의료윤리적 관점에서도 단식투쟁자에 대해서 의료적 조언 이외에 달리 개입하는 것이 비윤리적인 행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안홍준 의원을 위해 정리한 ‘단식투쟁자에 대한 몰타선언’>단식투쟁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직면하는 의료윤리 문제에 있어서 일종의 지침으로 작용하는 '단식투쟁자에 대한 몰타선언'( 1991년 11월 열린 세계의사회(WMA) 제43차 총회에서 채택)은 환자(단식투쟁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의사는 환자를 회복시켜야 할 도의적 책임을 지지만, 다른 한편으로 의사는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할 의무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의료진도 김영오씨의 건강상태를 깊이 우려하고 있지만 특별법 제정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써 단식투쟁에 나선 그의 심정을 이해하기 때문에 의학적 권고도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김씨 등 단식투쟁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진들 사이에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하지만 본인의 의지가 확고한 상태에서 의학적 개입을 하는 것이 오히려 비윤리적이라는 판단 때문에 이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볼 뿐이다. 

최규진씨는 "유민 아빠에게 단식투쟁이 지속될 경우 건강상의 위험에 대해 언급하면서 간접적으로 만류하는 정도이다. 현재 응급상황에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지만 더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며 "세월호 유족들도 나서 유민 아빠의 단식투쟁 중단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의 의지를 꺽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렇게 단식투쟁이 계속 이어질 경우 가장 크게 우려되는 문제는 단식을 중단하고 다시 음식물을 섭취(복취)해도 김씨의 장기가 정상 상태로 복구될 수 없는 비가역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씨는 "단식투쟁이 40일을 넘어설 경우 다시 복식에 들어가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며 "신장이나 간 등의 중요 장기에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영양공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100% 원상복구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유민 아빠의 몸상태는 이미 신체적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며 "의학적으로 봤을 때 설명하기 힘들지만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에서 제작한 특별법 홍보물. http://sewolho416.org/

유민 아빠 "억울한 죽음의 이유 밝힐 때까지 물러설 수 없다"주치의 "그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건 진실규명을 위한 정부와 정치인들 노력"

한편 김영오씨는 지난 18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단식투쟁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지금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제가 정말 두려운 것은 몸이 망가지거나 잘못되는 것이 아니라 유민이와 유민이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물러설 수 없으며, 대통령이 우리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저와 우리 유가족을 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대통령께 공식 면담을 요청한다. 저는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계속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를 찾아가겠다"며 "우리 유가족과 무관한 교황도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께서 딸을 잃고 사선에 선 이 애비를 외면하지 말아 주실 것을 간절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주치의를 맡고 있는 동부시립병원 이보라 내과과장도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유민 아빠의 건강상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제발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 과장은 "유민 아빠는 태양아래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고 피부가 따가웠던 7월 14일부터 단식을 시작해서 삼복 무더위와 몇 차례의 태풍을 이기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오늘까지 36일째 단식하며 광화문 광장을 지키고 있다"며 "기흉 수술을 받았던 것 외에는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고, 평소 운동을 즐겨 하는 건강한 분이어서 7월 14일 함께 단식을 시작한 유가족 15명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단식을 지속하고는 있지만 이제 유민아빠 김영오씨도 더 이상 단식을 지속하기 힘든 상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그의 건강상태를 우려했다.

이 과장은 "(유민 아빠는)단식 36일만에 체중이 57kg에서 오늘 아침 47kg으로 17%이상 감소했다. 이는 몸 안의 체지방은 물론이고 생체가 되도록 보존하려고 하는 근육들까지 소진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그 증거로 위쪽 팔의 둘레감소와 양쪽 관자놀이 부위까지 근육이 감소되어 움푹 파인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몸 속의 영양분이 고갈돼 신체 생존에 필요한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유민 아빠의 몸은 티아민, 니아신, 비타민 B12 등의 비타민들과 Ca, Mg, P등의 미량원소, 엽산 등이 고갈된 상태이며, 이러한 상태에서 신체는 생존을 위해 대사속도를 10~30%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당연히 이 상태는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되지만 이제 단식을 중단한다 하더라도 병원에서 의료인의 처방하에 매우 조심스러운 치료적 복식 프로그램이 진행되어야 한다. 복식을 시작하면서 갑자기 저인산혈증이나 심부전, 호흡기부전 등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대사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민 아빠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진실규명을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앞으로 대한민국에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유가족들의 요구"라며 "여기 청와대가 한 눈에 보이고 정부종합청사가 지척인 광화문 광장에서 딸을 바다에서 구해내지 못한 한 아버지가 36일째 단식으로 서서히 생명이 꺼져가고 있다. 지금 이 분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인 제가 아니라 정부와 정치인들이다. 제발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살려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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