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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럴 바엔 보건복지부를 해체하라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4.08.1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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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과격한 주장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보건복지부의 정체성이 갈수록 모호해진다.  현 정부 들어서는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보건의료산업부'로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지경이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엉망이 됐나. 이유야 뻔하다. 부처의 임무와 목적이 '국민을 위한 보건복지'가 아니라 '기업과 산업을 위한 복지'에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겠냐고. 정말로 그렇다.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의 행정 업무 중심에 놓인 키워드는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관광' '해외진출과 수출', 그리고 '투자활성화'이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키워드를 넣고 최근 2년간 쏟어낸 보도자료를 검색해봤다. 검색결과 목록엔 ▲지자체별 해외환자유치 특화상품 개발 지원 ▲한국의료 해외진출 총력체제 구축 ▲병원 해외진출 전문인력 양성 본격화 ▲복합의료타운 조성 통한 의료관광 활성화 모색 ▲의료시스템 수출, 창조경제의 핵심 엔진 ▲의료법인 해외진출 안내서 배포 ▲보건의료 투자활성화대책 실행계획 신속히 마련 등의 보도자료가 수두룩하게 나왔다. 어느 때는 한 달 사이에 이런 내용이 몇 건씩 발표된 적도 있다. 이 정도면 보건의료산업부라 불러도 손색이 없지 싶다.

사실 정부부처 가운데 보건복지부만큼 그 역할이나 업무가 방대한 기관도 없지 싶다. 보건 위생과 식품 및 방역, 의정과 약정 업무는 물론 건강보험 및 국민연금, 사회 복지와 여성 복지 및 보육 등의 사무를 담당한다. 1949년 신설된 사회부와 보건부가 1955년 통합하면서 출범한 보건사회부를 모태로 하는 보건복지부는 이후 보건사회부 산하에 노동청이 만들어지고 다시 복지연금국과 환경청이 신설됐다. 지금의 노동부와 환경부는 보건사회부에서 떨어져 나가 독립한 부처이다. 1994년에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보건사회부에서 현재의 보건복지부로 개편됐다. 하지만 그 업무 범위에 비해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위상은 초라하다.

정부조직법 관련 규정을 보면 행정각부의 명칭을 순서대로 나열해 놓았다. 이 순서는 국무총리가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하는 ‘국무총리 직무대행’ 순서로 여겨진다. 그 순서에서 보건복지부는 현 17부처 중 12번째다. 복지부 아래에는 환경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이다. 이 중 환경부와 고용노동부는 예전에 보건복지부내 조직에는 떨어져나가 독립한 부처이다. 여성가족부도 복지부의 가족ㆍ보육 업무를 이관받은 기관이다. 이렇게 따져보면 국무총리 직무대행 순서상 복지부의 위상은 상당히 낮다.

실제로도 그렇다. 최근의 보건복지부 업무를 보면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하위 조직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유망 먹거리 산업으로 의료 분야가 포함된 이후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산업국'처럼 행동한다. 보건의료와 복지의 관점이 아니라 보건의료산업적 관점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한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부처에서 밀어붙이던 의사-환자간 원격의료에 대해 반대하던 입장에서 돌연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물론 보건의료-ICT 융합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운운하며 궁색한 홍보를 한다. 국내 의료전달체계도 엉망인데 해외환자 유치에 목을 매고 의료관광산업 활성화가 마치 보건의료산업의 총아인 양 거품을 물고 강조한다. 의료법인 영리자회사와 부대사업 범위 확대를 통해 병원이 돈벌이에 나서라고 등을 떠민다. 경제부처들이 하는 것을 말려도 모자랄 판에 '억지 춘향'이 격으로 앞장서 나선다.

최근에는 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지난 12일 정부가 발표한 제6차 보건의료 등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6차 투자활성화 대책 속에는 줄기세포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의 규제 완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정부가 제시한 규제완화 방안에는 상업 임상 1상을 면제할 수 있는 연구자 임상 인정범위를 모든 줄기세포 치료제로 확대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개발 과정에서 안전성과 부작용을 확인하는 임상 1상을 면제할 수 있는 연구자 임상 임정범위를 모든 줄기세포 치료제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바이오업계 쪽에서 요구해온 주장이 반영된 것 같다.

그러나 "임상 1상의 면제 대상을 자가줄기세포에서 모든 줄기세포 치료제로 확대한다는 것은 전 국민을 실험용 모르모트로 취급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복지부가 이런 위험성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덜컥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시켰다.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보건의료산업부의 관점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얼마전 한 종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활성화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해외환자 유치가 활성화 되면서 병원의 경영도 개선되고, 일자리 창출, 의료서비스 질이 향상되는 여러가지 효과가 있다. 현재 태국과 싱가포르, 일본 등이 해외환자 유치 경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뒤처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국민의 건강권 침해에 대한 우려나 걱정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의료산업 활성화다. 해외환자 유치 확대와 병원의 경영 개선, 일자리 창출이란 성과조급증에 심하게 쫓기는 것 같다.

이럴 바엔 차라리 보건복지부를 해체하자. 보건의료산업부로 조직을 전환하거나 경제부처 산하 보건의료산업국으로 귀속된 들 달라질 건 없지 싶다. 올해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은 46조8,995억원이다. 이 중에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예산(6조9,665억원)을 뺀 보건의료 부문 예산은 1조9,284억원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 정도다. 보건의료산업부가 된 들 이 정도 예산 확보 못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지나치게 과격하고 왜곡된 주장이라고 화낼 수 있겠지만 누굴 탓할 일도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자초한 일이다. 공공의료 주무부처로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 진주의료원을 경남도가 강제폐업하는 데도 손 놓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보건복지부가 아닌가. 앞으로 어쩔 건가.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에게 묻고 싶다.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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