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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화의 Book소리] ‘푸디스트’가 된 과학자푸디스트 / 다리야 피노 로즈 지음 / 신예경 옮김 / 시공사 펴냄, 2014년

[라포르시안]  '푸디스트(foodist)'라는 제목이 익숙한 듯하면서도 분명하게 잡히는 개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푸디스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일종의 급식업체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전에도 아직 올라 있지 않은 푸디스트를 어떻게 우리말로 옮길 것인지, 또 영양사(nutritionist)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푸디스트>에서 저자는 ‘맛있고 몸에 좋은 진짜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UCSF에서 신경과학을 연구한 다리야 피노 로즈박사입니다.

과학자 이전에 여느 여성과 마찬가지로 다이어트에 관심을 가지면서 앳킨스 다이어트, 사우스 비치 다이어트 등 유명하다는 다이어트법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시도해보았다는 저자입니다. 물론 이러한 다이어트법을 시도하여 깡마른 모델 몸매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희생해야 체중 감량에 성공할 수 있다는 다이어트족의 신념 덕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삶이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즉 에너지와 영양분, 즐거움을 고갈시키는 다이어트 방법이 멋진 몸매를 유지하는 것은 고사하고 원하는 몸을 얻는데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두 차례 다이어트를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군의관으로 입대하였을 때였습니다. 3군 사관학교에 입소한 첫날아침 구보에서 바로 헐떡이며 낙오한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과체중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일단 구보를 포함한 모든 훈련에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다소 빠듯하다 싶을 정도로 식사를 줄였더니 체중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습니다. 8주의 훈련을 마치고서는 80kg 후반대였던 체중이 60kg대로 진입한 것입니다. 매주 2kg정도씩 체중이 줄었던 것 같습니다. 후유증도 있었습니다.

삼군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마치고 군의학교로 복귀했을 때는 짬밥냄새만 맡아도 욕지기가 나는 바람에 식당에 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극단의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에 나타난다는 거식증의 초기증상이었던 모양입니다. 매점에서 산 빵으로 끼니를 대신하면서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별로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울 북쪽에 있는 후송병원에 배치되면서, 테니스를 배우는 등 운동을 꾸준하게 이어갔지만 체중은 조금씩 늘었습니다.

의사협회에서 일할 무렵, 체중이 입대전 수준으로 돌아간 적이 있습니다. 지하에 있는 사무실에서 계단을 올라오는 것이 힘에 부칠 정도로 헐떡이면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운동과 다이어트를 겸한 체중조절에 들어갔습니다. 집 가까이 있는 양재천 산책길을 걷기 시작하였는데,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식사약속이 없는 날에는 양재천 산책에 나갔습니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50~60km를 걸었고, 협회를 그만두고는 한 주일에 100km를 걷기도 했습니다. 꼭 1년이 지났을 때는 훈련소에서 체중을 줄였던 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목표를 달성한 다음에는 식사량을 평소처럼 하면서 산책은 기회가 되는대로 꾸준하게 하면서 체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체중유지모드에 들어선지도 벌써 6년째입니다. 물론 현재도 표준체중보다는 다소 무거운 편이라서 조금 줄여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의 다이어트 경험을 돌아보면,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고통 없이 얻는 것도 없다’는 다이어트족의 신념을 저도 그대로 따랐던 것 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맛있는 음식을 거부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만 평소보다 더 먹은 날에는 운동량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했던 것이 극단적으로 음식을 줄이는 다이어트족과의 차이였다고 할까요? 하지만 이 또한 다이어트족의 신념 그대로인 셈입니다. 그런 저에게 <푸디스트>는 자신에 맞는 체중을 유지하는 새로운 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책과 잡지에서 의존해서 다이어트를 하던 저자가 과학논문에서 얻는 데이터를 통하여 확인한 사실은 놀랍게도 모든 다이어트는 초반 체중감소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 효과를 유지하는 비율은 고작 5%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체중조절에 실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산업화된 생산 방식으로 만든 가공식품이라는 사실입니다. 해결방법은 미정제곡물과 농산물 직매장에서 구입한 제철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것이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핵심요소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적당한 양의 근력운동과 중량 운동을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된다는 것입니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다이어트 소다나 에너지 바, 단백질과 식이섬유의 함량을 인공적으로 높인 다이어트식품도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푸디스트는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다이어트는 진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평생 이러갈 수 있는 습관이 아닌, 단일 영양소와 제약 조건을 강조하는 일시적인 섭식계획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이어트 플랜이 종료되면 체중이 원래 상태로, 때로는 원래 상태를 넘어서, 복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나무랄 데 없이 건강한 몸과 만족스러운 사회생활, 풍부한 문화경험, 즐거운 신체활동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푸디스트는 삶의 질을 최대한 개선하기 위해 양질의 진짜 음식에 중점을 둔 생활방식을 몸에 익히게 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이 진짜 음식과 지속적인 체중감소가 인생의 한 부분으로 영원히 자리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훈련교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사실 미국의 식문화가 우리의 식문화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체중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방해하는 일상의 문제와 몸에 밴 습관을 극복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각자의 생활양식과 기호에 맞게 전략을 수립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전략을 저자는 다이어트라는 용어 대신에 ‘헬스스타일’을 구축한다고 말합니다.

<푸디스트>는 모두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잘 먹어야 건강하고, 건강해야 행복하다’라는 제목의 제1장에서는 다이어트는 바보들이나 추구하는 백해무익한 일이라는 것을 설명하였습니다. 다이어트식품을 포함한 가공음식 대신 건강한 진짜 음식을 찾아서 먹는 습관을 몸에 익히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식품산업이 광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우리를 세뇌시켜온 마케팅 메시지에 묻혀버린 ‘진짜 음식을 먹으라’는 메시지를 되살려내는 일입니다. ‘건강을 부르는 밥상, 밥상이 만드는 기적’이라는 제목의 제2장에서는 건강한 식습관을 몸에 익히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당연히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각자의 생활양식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내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주방환경, 생활환경,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날마다 실천하는 푸디스트’라는 제목의 제3장에서는 가정과 직장, 식당은 물론 여행 중 가장 바람직한 음식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소개하였습니다. 사실 식습관은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가정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동참해야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핵심 메시지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독자를 위한 저자의 배려가 돋보이는 점이 바로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중간요약입니다. 전형적인 모범생의 공부방식입니다. 책을 읽기 시작해서 제일 처음 만나는 요약이 바로 ‘체중 감량에 실패하는 확실한 방법 아홉 가지’입니다. 지나치다 싶은 두어 가지를 골라보면, ‘아무리 아쉬워도 평소 좋아하던 음식을 싹 무시하라’, ‘음식섭취를 급격히 제한하라’, ‘엄청나게 불편한 다이어트를 골라라’ 등입니다. 역설적으로 이 방법을 무시하면 체중감량에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식품은 분명하게 알아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설탕입니다. 저자는 “설탕은 체중 감소, 건강, 장수를 방해하는 공공의 적”이라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설탕은 정제설탕을 말합니다. 꿀, 아가베 시럽, 몰라세스처럼 천연에 가깝거나 가공을 적게 한 감미료의 경우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고농축 단맛의 공급원이므로 많이 섭취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인공감미료의 경우는 식욕과 달콤한 음식에 대한 갈망이 커질 수 있으므로 체중감량을 보조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으며, 여기에 더하여 어딘가 모르게 만족스럽지 못한 맛이라는 점도 결정적인 이유기 됩니다. 설탕에 이어 밀가루 역시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식품 목록에서 빠져서는 안 되며, 가공육 역시 우리 몸에 끔찍하게 나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다만 산업화된 생산방식이 아닌 전통적인 방법으로 훈연 및 보존처리한 가공육, 예를 들면 이탈리아의 프로슈토나 스페인의 하몽 이베리코 등은 월등한 맛 때문에 저자의 헬스 스타일에 포함되기도 한답니다.

요구르트, 콩, 계란흰자, 마가린, 바나나, 콩고기, 단백질 바, 통곡물 가루, 저지방 샐러드드레싱 그리고 과일주스처럼 지나치게 과대 포장된 건강식품 목록이나 굴, 사우어크라우트와 김치, 색이 짙은 고기와 내장육, 해조류, 계란 노른자, 일반콩과 렌틸 콩, 뿌리채소, 커피, 경성치즈, 그리고 버섯과 같이 과소평가된 건강식품의 목록도 주목할 사항입니다. 김치를 비롯하여 우리가 많이 먹는 음식의 재료들이 과소평가된 건강식품의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습관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의 습관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네 번째 이야기, ‘남은 인생을 바꿀 2주간의 음식일지’가 중요합니다. 저자는 푸디스트의 일지를 예시하고,  ‘음식일지는 습관적인 음식 섭취 패턴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고,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먹게 만드는 유발 요인과 각본, 보상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쉽게 만든다,(116쪽)’라고 그 효능을 분명히 적었습니다. 음식일지에서 습관의 목록을 작성하다보면 과식유발요인을 찾아낼 수 있고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당연히 체중측정은 필수요소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저의 두 번째 체중감량작전에서나 목표를 달성한 다음 체중유지모드로 전환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체중측정은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체중을 재고, 체중에 영향을 미친 특별한 식사를 기록하였습니다. 그 기록은 저의 개인블로그에 공개하고 있는데, 아마도 스스로를 단도리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추천하는 ‘건강한 식습관을 시작하기 위한 단순한 목표 열 가지’는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아침을 먹어라, 2. 매주 식료품 장보기를 하라, 3. 점심과 저녁에 푸른색 채소를 섭취하라, 4. 일주일에 세 번 생선을 먹어라, 5. 가당 식품은 일주일에 한번으로 제한하라, 6. 매주 새로운 종류의 채소를 먹어보라, 7. 직장에 도시락을 싸가라, 8. 평일 저녁 식사는 집에서 만들어 먹어라, 9. 물병을 들고 다녀라, 10. 니트 운동법을 받아들여라, 등입니다. 어떻습니까? 어렵지는 않겠지요?

저자가 집밥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이 섭취하는 음식의 성분과 양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활동을 하다보면 외식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끼니를 밖에서 해결하는 사람은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래도 식당에서 쉽게 맛을 내려면 조미료를 비롯해서 설탕과 소금 그리고 기름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이어트에 운동은 필수적으로 따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과학자들은 니트, 즉 우리가 매일 하는 일상적인 활동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체중을 유지하는데 하루 만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1만 4천보 정도면 10km정도에 해당합니다. 헬스클럽에 가서 자전거나 트레드밀을 타야 운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이런 운동은 웬만한 의지력이 없으면 지속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와 함께 양재천을 걷습니다. 사계에 따라 변하는 모습도 보고 또 걸으면서 ‘[북소리]를 어떻게 쓸까?’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처럼 <푸디스트>는 우리가 평소에 하는 생활습관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왕에 알고 있던 다이어트와는 차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 신경을 쓰면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 있는 체중유지 방법을 몸에 익히면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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