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 현명해질지는 모르지만 기민해지지는 않는다. 65세 이상이 되면 신체동작이 굼떠지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IQ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기 마련이다. 왜 그럴까?

과학자들이 그 실마리를 제공했다. `노화와 관련된 특정 유형의 인지기능 상실`은 기본적인 감각처리(시각정보에 입각한 신속한 판단 같은)의 지연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감각과 인지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아직 미지수지이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노인들의 지적 능력 하락을 추적하는 간단하고 저렴한 방법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의 스튜어트 리치 교수(심리학)는 "1970년대 이후, 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IQ로 측정한 영리함(smartness)은 환경으로부터 오는 감각정보를 신속하고 능률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에 좌우된다는 가설을 제기해 왔다. IQ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은 환경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낮은 점수를 받는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는 것은 오늘날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령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다행히도 리치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로디언 출생 코호트(1936년에 태어나 1947년 이후 스코틀란드 정부로부터 주기적으로 정신기능을 측정받은 사람들) 덕분에 그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참고로, 로디언 출생 코호트에 속한 사람들이 처음으로 IQ 검사를 받은 나이는 열한 살이었다. 연구진은 600명 이상의 코호트 멤버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시각 테스트를 10년 동안 3번 실시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모두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덕분에 정상 (교정)시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컴퓨터 앞에 앉히고, 길이가 다른 두 개의 선이 반짝이는 것을 바라보게 했다. 잠시 후 수평선 하나가 화면 위에서 내려오며 3개의 직선들은 일시적(지속시간은 무작위적이며, 심지어 6밀리세컨드인 경우도 있음)으로 비대칭적인 N자(字)를 형성했다.

연구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간단했다. 버튼을 누른 순간 길다란 선이 어느 쪽으로(오른쪽 또는 왼쪽) 사라졌는지를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다.

다음 단계로,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응답시간을 4가지 표준 IQ 점수와 비교해 봤다. 비교 결과, 참가자들의 IQ 점수 하락 속도는 시각테스트의 응답시간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단한 시각테스트를 이용하여 노인들의 인지능력을 개략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정리해   국제학술지인 '커런트 바이올로'(Current Biology)지에 8월 3일자로 기고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MIT의 존 가브리엘리 교수(신경과학)는 "이 연구결과는 `설사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일지라도 인간의 복잡한 인지능력은 매우 간단한 감각처리 기술(시각, 청각, 기타 감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인간의 뇌는 나이가 듦에 따라 느려지고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각처리 능력의 쇠퇴가 인지기능의 쇠퇴를 초래하는지를 밝혀내려면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만일 그러한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면 시각처리 기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통해 70대 노인들의 인지능력 쇠퇴를 막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브리엘리 교수와는 달리 리치 교수는 `시각처리 훈련을 통한 인지능력 강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리치 교수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우리 연구진 중 한 명은 100일 동안 시각처리 훈련을 했지만 인지능력을 강화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는 시각처리 능력 강화가 곧바로 지능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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