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 WHO가 유투브에 올린 에볼라 관련 동영성 캡쳐 화면

[라포르시안]  치명적 에볼라 바이러스는 지난 7월 20일 아프리카 최대의 도시인 나이지리아 라고스까지 진격한 것으로 보인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한 명이 라이베리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라고스에 도착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현재 라이베리아는 기니, 시에라리온과 함께 사상 최대의 에볼라 창궐지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는 비행기 여행을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로 전파된 최초 사례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의 외무장관은 지난 7월 30일, 에볼라에 관한 비상 대책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 국민들의 감염이 계속되는 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먼 나라에까지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네이처'의 데클런 버틀러 기자에 의하면 에볼라가 전(全)지구적 재앙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최대의 도시 라고스에까지 전파된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인가?

세계 보건기구(WHO)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라고스에 도착한 것`을 아직까지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여기고 있다. 왜냐하면 문제의 라이베리아 남성(40대)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공항 도착 즉시 격리되어 병원으로 보내졌고, 7월 25일 병원에서 사망했다. 만약 그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였다면, 공항과 병원에서 적절한 안전조치가 취해졌을 경우, 보건의료 근로자들이 (그와의 접촉에 의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그와 비행기에 동승했던 승객들의 감염 가능성도 매우 낮다.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감염자와 대중교통 수단을 함께 이용한 경우`의 위험을 `매우 낮음`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의료 근로자들과 의사들의 경우, 대중교통을 함께 이용한 승객들보다 감염위험이 훨씬 더 높다. (실제로, 현재 많은 의료진들이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감염되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 따라서 WHO는 이들에게 엄격한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그 결과 감염 및 사망 위험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 항공 여행객이 바이러스를 다른 도시에 퍼뜨릴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ECDC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숫자를 감안할 때,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예상자가 항공기에 탑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적절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보유한 국가라면, 비행기를 통해 유입된 바이러스를 더 이상 전파시키지 않을 능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WHO에 의하면, 기존 창궐지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국가들의 위험은 높고, 이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위험은 중간 정도, 그리고 바다를 건너 전파될 위험은 거의 없다고 한다. 설사 인구 1,700만 명의 대도시인 라고스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파됐더라도, 새로운 대유행을 촉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에볼라는 전염성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 잠깐,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높지 않다고?

현재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일단 감염될 경우 치사율은 56%다. 그러나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러려면 먼저 점막이나 파열된 피부가 환자의 체액(예: 혈액, 소변, 타액, 정액, 대변)이나 그것에 오염된 의복이나 침구와 직접 접촉해야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감기나 인플루엔자와 같은 호흡기 전염병의 경우,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공기중으로 배출된 비말이 흡입이나 촉수(觸手)에 의해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전염된다. 따라서 범유행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며칠~몇 주 만에 전세계에 퍼지는 것이 가능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는 일시적 국지적으로 유행했다가, 조만간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 그렇다면 현재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에 에볼라가 창궐하는 이유는?

원칙적으로, 공중보건정책만 잘 운용해도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을 잠재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즉 기본적인 감염통제 수단을 강화함과 동시에, 감염된 사람을 확인하여 격리하고, 그들과 21일 동안(에볼라 바이러스의 최대 잠복기간) 접촉한 사람들을 감시하면 그만이다. 더욱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는 전염능력이 없으므로, 다른 질병보다 접촉자들을 추적하기도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감염을 통제할 수 없었던 이유는, 감염자의 수가 너무 많아 응급대응팀의 대처능력을 벗어난 데다가 그 지역의 독특한 사회문화적 요인이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파를 촉진했기 때문이다.

▲ WHO가 유투브에 올린 에볼라 관련 동영성 캡쳐 화면 http://www.youtube.com/watch?v=vdPh8HUv_fo&list=UU07-dOwgza1IguKA86jqxNA

▲ 그 지역 특유의 사회문화적 요인이란 대체 무엇인가?

해당 지역의 보건당국과 국제 보건단체들(예: WHO, 국경없는 의사회 등)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나머지 제대로 된 협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의료진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고의로 퍼뜨린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의사와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마을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WHO에 의하면,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이 가족이나 이웃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다고 한다. 해당 지역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는, 조문객들이 사자(死者)의 신체를 만지는 전통적 장례방식이 있다.

▲ 이번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감염 확산 상황이 이례적인가?

이번 사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규모가 커 7월 27일 현재 1,323명이 감염돼 72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1976년 처음 발생한 이래 지난 수십 년간의 통계자료를 보면, 100명 이상 감염된 사례는 7번에 불과하며, 종전 최고기록은 2000~2001년 우간다에서 일어났던 `425명 감염, 224명 사망`이었다. 10명 이상 사망했던 사례는 19번, 총 사망자 수는 약 2,000명이었다. 이에 반해 말라리아는 하루 약 3,200명, 설사는 약 4,000명의 생명을 앗아간다. 뱀을 비롯한 기타 독을 품은 동물들에게 물려 사망하는 사람은 매년 55,000명으로, 지난 38년 동안 에볼라로 인한 사망자의 27배에 해당한다.

▲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할 약물이나 예방할 백신은 없나?

현재 개발 중인 후보약물들이 있긴 하지만, 정식으로 승인받은 약물이나 백신은 없다. 에볼라 출혈열의 치사율은 25~89%, 평균 62%로 알려져 있는데, 신약이 개발되면 치사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웰컴트러스트의 제레미 파라 이사장은 "미승인 실험약을 서아프리카 주민들에게 투여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보건단체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미승인 약물을 제공할 경우 의심을 증폭시켜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이번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공중보건 당국과 국제 보건단체들은 지역사회 원로들과의 접촉 및 대민 봉사활동 등을 통해 주민들을 설득하여, 보건의료 종사자와 공중보건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또한 감염자에 대한 추적 및 격리 조치를 강화하며, 안전한 장례문화를 전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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