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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백신과 기면증의 상관관계 밝힌 논문 철회[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지구촌을 강타한 이후, 과학자들은 "유럽의 일부 어린이들이 판뎀릭스(Pandemrix)라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고 기면증(narcolepsy)에 걸리는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기면증이란 참을 수 없는 졸음을 유발하는 난치성 뇌질환이다. 이번 주 이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스탠퍼드 대학교의 이매뉴얼 미뇨 교수가 영향력 있는 논문 한 편을 철회함으로써, 판뎀릭스와 기면증 간의 관계를 밝히려는 노력이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이 논문은 '(판뎀릭스를 만드는 데 사용한) H1N1 바이러스와 기면병 간의 관련성'을 제기한 논문이었다. 미뇨 교수는 STM(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린 논문에서 기면증을 "판뎀릭스의 부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설명했다.

판뎀릭스는 유럽에서만 사용된 백신인데 1만5,000명의 어린이당 한 명꼴로 기면증을 유발했다. 핀뎀릭스를 접종받고 기면증을 경험한 어린이들은 특정 HLA型(human leukocyte antigen type)을 코딩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과학자들은 "기면증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논문 중 하나가 철회됐다"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교수로 미뇨의 절친한 동료인 로렌스 스타인먼 교수(신경면역학)도 그런 과학자 중의 한 명이다. 그는 "STM 논문의 철회 결정은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저널의 편집자들이 논문의 방법론에 포함된 문제점을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했다"며 STM 측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2013년 12월 18일 STM에 기고한 논문에서 미뇨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기면증 환자의 T세포는 히포크레틴(hypocretin: 각성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공격하기 쉬운 데 반해 건강한 사람의 T세포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한 H1N1 바이러스의 단편(fragments)과 히포크레틴 분자 간의 구조적 유사성을 입증하고 "H1N1 바이러스의 단편이 면역계를 교란하여 히포크레틴 생성 세포(hypocretin-producing cells)를 공격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하버드 의대의 토머스 스캠멀 박사(신경과학)는  "기면증 환자의 경우, 히포크레틴을 생성하는 뉴런 중 최대 95%가 상실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많은 과학자들은 이 뉴런들이 고도의 표적지향적 자가면역 반응(highly targeted autoimmune reaction)에 의해 파괴됐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뇨 교수의 논문은 기존의 가설을 객관적이고 명쾌하게 설명한 최초의 논문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뇨 교수는 철회 이유서에서 "ELISpot 검사(T세포와 같은 면역세포들이 외계 단백질(항원) 단편에 반응하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방법) 결과를 재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ELISpot 검사를 기반으로 한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ELISpot 검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핀란드 국립 보건복지연구원의 오우티 바랄라 박사(면역학)는 "T세포에 관한 검사는 일반적으로 재현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악명 높다"고 말했다. 바랄라 박사는 이번 초여름에 몇 주 동안 미뇨 박사의 연구실을 방문하여 연구 결과를 재현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바랄라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미뇨 교수의 논문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들을 더 지적했다. 예컨대 실험군 및 대조군의 인원수가 너무 적었으며, 히포크레틴에 대한 T세포 반응의 한 가지 측면만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STM의 카트리나 켈너 편집위원은 "미뇨 교수의 논문은 우리의 엄격하고 심층적인 동료평가과정을 통과했으며, 3개의 독립된 환자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연구결과가 재현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뇨 교수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바랄라 박사 역시 "판뎀릭스를 만드는데 사용된 바이러스의 일부분이 뇌의 천연단백질과 유사하여,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킴으로써 감수성 높은 어린이의 히포크레틴 생성뉴런을 파괴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바랄라 박사는 현재 판뎀릭스와 다른 인플루엔자 백신의 차이를 비교하고 있는데, 이미 문제가 될 만한 단백질 하나를 찾아낸 상태라고 한다.

스캠멀 박사는 "미뇨 교수의 논문이 철회됐다고 해서 `기면증은 자가면역반응에 의해 발생한다`는 가설이 송두리째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히포크레틴을 선택적으로 겨냥하여 파괴하는 바이러스가 분명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캠멀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기면증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 THL(National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의 한나 노히네크 박사(백신학)는 "만일 미뇨 교수의 논문이 철회되지 않았더라면, 백신이 인체의 단백질을 흉내냄으로써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최초의 사례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논문이 철회됨으로 인해서 우리는 원점으로 되돌아오게 되었다"고 논평했다. <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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