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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화의 Book소리] 어느 기자의 파란만장 독도 체류기독도에서 살다 / 전충진 지음 / 갈라파고스 펴냄, 2014년

[라포르시안]  금년 4월 열린 일본의 문부과학성의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가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점거)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일본 초등학교 5·6학년용 사회 교과서 4종을 모두 합격처리했다고 발표하여 한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감을 고조시켰습니다(연합뉴스 2014년 4월 4일자 기사, “일본 초등학교 全교과서 ‘한국이 독도 불법점령’ 주장”).

하지만 바로 이어서 미국 국립지리정보국(NGA)이 독도를 한국 영유권으로 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NGA는 독도(Dokdo Island, Dok-do, Tokdo, Tokto)는 물론, 일본에서 부르는 다케시마(Takeshima, Take-shima)와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 호닛 아일랜드(Hornet Islands) 등 모든 형태의 독도 이름을 빠짐없이 한국의 영토로 통일시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하였습니다(뉴시스 2014년 4월 7일자 기사, “‘독도도 다케시마도 한국땅’ 美국립지리국 韓영유권 통일”).

조어도(釣魚島; 다오위다오/센가쿠열도)를 둘러싼 중국정부와 일본정부가 충돌도 불사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을 보면 영토에 관한한 양보는커녕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이 국제적 통례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독도문제만 나오면 국제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는 이유로 쉬쉬하여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사이 일본은 치밀한 외교전을 통하여 독도가 영토분쟁지역임을 기정사실화해왔으며 이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까지 수록하여 자국 국민들을 세뇌시키려는 속내를 감추려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인식하는 일본의 식자층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관련 분야의 학자들에 따르면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사실은 한국이나 일본의 다양한 역사자료를 통하여 증명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효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현실이 중요하겠습니다만,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세계에 분명하게 인식시킬 수 있는 구체적 행동을 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사실을 관련 자료를 통하여 증명하는 일에 더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가수 정광태님이 1982년 발표한, “울릉도 동남쪽 / 뱃길따라 이백리 / 외로운 섬하나 / 새들의 고향 / 그누가 아무리 /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가사의 <독도의 우리 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겠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독도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그곳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으며, 독도에 관한 심층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세상에 제대로 알리는 일이 중요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인 나이토우 세이추우씨의 <일본은 독도(죽도)를 이렇게 말한다>와 동해에 대한 해양과학적 연구성과를 정리한 남성현, 김윤배 박사의 <동해, 바다의 미래를 묻다>를 통하여 동해와 독도가 왜 중요한가를 일깨우는 기회가 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남아있던 참에 전충진 기자의 <독도에 살다>가 반갑고도 반가운 것 같습니다.

전충진 기자는 대구 매일신문사에서 근무하던 2008년 일본정부가 교과서해설서를 통하여 ‘독도 도발’을 일으킨 것이 계기가 되어 독도에 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독도상주 기자로 근무하기를 자청했다고 합니다. 2008년 9월부터 2009년 8월까지 만 1년을 주재하는 동안 그는 독도에서의 현지체험과 인문․자연환경을 82회에 걸쳐 기사로 보도하였고, 2011년에는 1년간 신문에 연재한 글을 묶어 <여기는 독도>를 출간한 바 있습니다. <독도에 산다>는 저자가 독도에 주재하기를 결심하면서부터 주재가 끝날 때까지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더 재미있지 않습니까?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이 책을 내게 된 사연을 적었습니다. “네가 경험한 독도 1년은 대구-울릉도-독도로 이어지는 공간이다. 이는 뭍으로부터 격절된 공간이 아닌, 삶의 영역이 확장된 연속의 공간인 것이다. 나는 지금 ‘독도살이’ 1년 동안 겪었던 일들을 적고자 한다. 이는 곧 독도에 우리나라 사람이 살고 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나는 이 글로써 ‘우리 땅의 연속성’이 확인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응당 독도가 대한민국 땅임을 증빙하고자 한다.(13~14쪽)”

저 역시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지방에서 6년여를 근무하면서 주말에만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경험을 통하여 아버지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고1과 중3인 자녀를 포함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을 감수하는 용기를 냈다는 점도 높이 사게 됩니다. 동해 멀리 있어 외로울 것 같은 지리적 상황을 잘 나타내는 듯한 독도(獨島)의 옛이름이 ‘독섬’ 혹은 ‘돌섬’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말로 된 독섬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국수주의적 발상일까요? 울릉도에서 연락선을 타고 가서 만난 독도의 첫인상을 저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9월, 풀들의 동도는 푸르고, 나무 없는 서도는 우람했다. 동도는 안으로 끌어 모아 움츠리고 있고, 서도는 밖으로 활짝 내뻗치고 있다.(29쪽)” 참으로 눈매가 날카롭지 않습니까?  저자는 독도를 마주한 순간 ‘대화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는 자각이 불현듯 들면서 ‘독도의 형형한 기상과 깊은 침묵이 나에게 ’독도와 가슴으로 대화할 것‘을 가르쳐주었다고 적었습니다.

독도 입주와 관련한 뒷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행정담당자들의 경직된 사고의 한 면을 엿볼 수 있어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주소지 이전에 관한 일입니다. 저자가 독도에 1년간 주재하기로 결정되었음에도 신분은 방문객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소지 이전이 불가하다는 것이 행정당국의 해석이었다고 합니다. 행정법상 3개월 이상 거주하면서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으면 주민등록법을 위반하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독도에 상주하고 있는 사람은 3명의 경찰과 40의 경비대원, 3명의 등대지기, 그리고 독도주민 김이장 부부가 전부라고 합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이 상주해오지 않은 까닭에 독도의 환경이 크게 훼손되지 않은 채 지켜온 점을 고려하여 앞으로도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로 이해되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구전에 따르면 과거에 수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다녀갔고 또 살기도 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경직된 사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 사진 출처 : 해양경찰청 홈페이지

먹거리 타령을 먼저 늘어놓는 것 같습니다만, 물반 고기반이라는 독도에 들어가 사배기, 꺽더구회를 물리도록 먹었다는 이야기도 흥밋거리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저자가 요약하는 독도에 관한 것으로 일본 정부도 인정한 세 가지 행정조처는 우리 모두가 분명하게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 첫 번째는, 1693년 조선 숙종 때 안용복이 일본에 납치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일어난 ‘울릉도 쟁계’에서 에도막부는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의 땅이니 누구도 건너가지 못한다’는 도해금지령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1870년에 작성한 「조선국교제시말내탐서」라는 일본정부 내 보고서에도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부속으로 된 시말’이라는 항목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1877년 일본이 실시한 전국지적조사 때, 시네마현이 울릉도와 독도를 포함여부를 질의한 것에 대하여 일본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태정관이 ‘울릉도 외 일도(一島), 즉 독도는 일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겨라’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71~72쪽).

앞서 주소지 이전에 관한 건을 짚었습니다만, 2003년 설치했다는 울릉우체국 관할의 우체통이 그저 전시행정으로 남아 있는 것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지적이 참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요즈음에는 울릉도에서 독도를 왕복하는 관광선이 하루 서너 차례 왕복하고 있지만, 파도가 심하면 배를 댈 수 없어 접안율이 50%를 밑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도의 선착장에 접안을 하면 30분 정도 체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독도로 가는 관광선에서 독도의 비경을 담은 우편엽서를 판매하고 이 우편엽서를 독도우체통에 붙일 수 있도록 한다면 독도를 찾는 내외국인들을 통하여 독도가 한국 땅임을 전세계에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독도에 산다>를 읽는 재미는 그저 독도에 대한 자존감을 세우는데 있지만은 않습니다. 저자가 그려내는 독도의 진면목이 너무 생생해서 마치 저자와 함께 독도의 비경을 감상하는 느낌이 절로 드는 것도 중요한 재미가 될 것입니다. “섬의 바람은 지향하는 바가 없다. 대양을 거침없이 질주하다가 느닷없이 바위섬에 부딪힌 바람은 놀라서 어쩔 줄 모른다. 돌진하는 바람을 보고 조마조마해 하는 섬의 사정은 봐주지 않고 저 혼자 비명을 질러대는 것이다. 바람은 절벽을 타고 하늘로 치솟았다가, 회돌이 하다가, 내리꽂히기를 거듭한다. 지칠줄 모르고 들이닥치는 바람은 새들의 날개를 꺽어 바위틈으로 몰아넣는다. 바위틈의 새들은 굶주리고 기진한 채 바람이 스스로 주저앉아 주기를 기다린다.(121쪽)”

인간이 스스로 만든 길을 따라가듯, 새들도 바람의 길을 따라 날고 있음을 발견한 저자는 독도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은 새들을 위하여 조사(弔辭)를 헌정하기도 합니다. “처음, 이들 주검을 만날 때마다 묻어줄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머지않아 그것은 인간 본위의 값싼 동정이자 오만임을 알았다. 그 오만을 안 오늘, 비로소 그들 주검과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되었다. 새들을 묻는 것은 흙을 밟는 인간 방식일 뿐, 바람을 딛고 사는 새의 방식은 아니라는 것. 인간은 매장함으로써 흙으로 돌아가지만, 새는 풍장함으로써 한줄기 바람으로 돌아간다. 한줄기 바람으로 돌아간 새는 비로소 그의 생을 완결하는 것이다.(84쪽)” 좁다고 느낌직한 독도지만 널따란 동해로 펼쳐지는 그곳에서 저자는 삶을 달관하는 경지에 오르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의 주검에게 ‘바람의 땅 새의 혼백들아! 바람길 따라 구만리장천을 훨훨 날아올라라.’라고 축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독도를 방문한 단체가 독도경비대의 제지를 무시하고 돌출행동을 하는 모습을 통하여 법보다 무력이 앞서나가 원칙을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현실에 전율하고 있습니다. 내국인이 그럴진대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특정 국가가 독도를 공격해오는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사정을 비교하기에 이릅니다. 일본은 독도를 향해 전투기가 발진할 수 있는 활주로 시설이 불과 157.5km 떨어진 오키섬에 있지만, 우리는 가까운 대구공항 활주로가 325km 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성능의 전투기가 독도까지 도착하는데 일본아 4분 걸린다면 우리는 8분 걸린다는 것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동시에 도착한다고 해도 도착하는 데까지 연료가 더 소모되기 때문에 작전시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밖에도 한국과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조기경보기와 이지스함의 숫자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하기 때문에 독도를 두고 양국이 실제상황으로 맞붙게 된다면, ‘설마 우리가 밀리기야 하겠어?’라는 생각은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순진한 생각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곳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적어도 4계절을 나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같은 곳이라고 하더라도 하루도 시간마다 다를 것이고, 계절마다 느낌이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가 독도에 체류한 1년의 기록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저자와 동거(?)하면서 독도의 사계를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예스에서 ‘독도’를 검색어로 넣어보면, 모두 360건의 국내도서와 10건의 외국도서가 검색되는데 모두 일본서적입니다. 물론 수입되고 있는 도서에 한정된 것이라서 외국어로 된 독도관련 도서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면 독도에 관하여 우리의 입장에서 외국어로 쓴 이야기를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서 말씀드린 독도 우체통 활성화와 함께 독도에 관하여 외국어로 쓴 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께서는 혹시 이 책을 우선 영어로 번역할 생각은 없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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