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제약사들 "정부서 약속한 지원혜택 하나도 안 지켜" 불만 쏟아내

▲ ‘혁신형제약 인증’ 로고가 새겨진 국내 한 제약사의 명함.

[라포르시안]  “지난 2012년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 당시만 해도 제약업계는 많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된지 2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다.”

국내 한 중견제약사에서 근무하는 임원이 한 말이다. 제약업계에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사업에 대한 불만을 넘어서 무용론마저 불거지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시행된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국내 제약산업의 혁신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약 연구개발을 주요 지표로‘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해 각종 육성 지원책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증을 받은 제약사를 중심으로 복지부가 당초 약속했던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6월 43곳의 혁신형제약 인증을 발표하면서 ▲R&D 우대 ▲세제지원 ▲부담금 면제 ▲약가우대 등의 인센티브를 받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은 모 제약사 임원은 “당초 약속했던 정부의 연구개발 비용 법인세액 공제와 정책융자금 지원 등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도의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게 전혀 없다”며 “지금의 혁신형제약 정책은 구색 갖추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모 제약사의 경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획득한 후 회사 명함에 혁신형제약 로고까지 새겼다. 자부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명함에 새긴 로고를 바라볼 때마다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혁신형제약기업 인증 이후 전사적으로 명함에 혁신형제약 로고를 새겼다. 어렵게 선정된 만큼 자부심을 갖자는 취지였다"며 "솔직히 지금은 명함에서 혁신형제약 로고를 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형제약사 선정 이후 정부로부터 받은 정책 지원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규제 정책만 더 늘어 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2차 혁신형제약사를 추가로 선정한다는데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고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복지부는 내달 중 2차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발표할 계획이다. 2차 인증에 신청한 기업은 모두 20곳으로 1차 때 80여 곳과 비교하면 관심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났다. 

복지부에 따르면 명인제약, 휴온스, 서울제약, 진양제약 등 국내 제약사는 고작 9곳만 신청했고, 다국적제약사는 한국노바티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로슈,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등 5곳이다. 

이 밖에 벤처기업으로는 파마킹, 휴젤, 휴메딕스, 제넥신 등 6곳이 인증을 신청했다. 

2차 혁신형제약 인증에 신청을 포기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1차 때부터 너무 많은 제약사를 선정하다 보니 혁신형 제약사로의 차별성이 떨어진 것 같다”며 “리베이트 제약사가 혁신형제약사로 선정되는 등 기준이 공정하지 않아 우리는 신청을 포기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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