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협회, 시간제 일자리 사업 추진에 우려 목소리…"실효성 없는 사업 왜 하는지"

▲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라포르시안]  만성적인 간호사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들이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을 통해 간호인력 확충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제 일자리가 실효성도 없이 오히려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대한중소병원협는 지난 4월 노사발전재단이 주관하는 시간제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의 운영기관으로 지정됐다.

직원수 300인 이하 중소병원이 주당 15~30시간 미만 근무가 가능한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1년간 임금의 50%(월 80만원 한도)를 지원받게 된다.

4대 사회보험 가운데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의 사업주 부담금도 2년간 지원받는다.

중소병원협회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할 경우 환자가 집중하는 시간대에 근무자를 집중배치할 수 있어 의료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병원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창출할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간호사 인력이다.

정부에서도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가장 적합한 직종 가운데 하나로 간호사를 꼽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시간제 간호사 인력활용이 수년 전부터 실시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9년 지방 중소병원과 의료취약지역의 간호인력난을 해소하고 유휴 간호인력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시간제간호사의 건강보험 인정기준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간호관리료 산정시 주4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인정하던 시간제간호사의 인정기준 폭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시간제 간호사 인정기준 확대에도 불구하고 간호인력 유인 효과는 거의 미미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그동안 정부에서 민간중소병원의 인력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유휴간호사 재취업교육, 간호사 채용박람회 개최, 간호학과 입학정원 확대, 시간제 간호사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아무런 실효성도 거두지 못했고, 심지어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무엇보다 간호사들이 중소병원 근무를 기피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잘못 진단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간호학부 이건정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경력단절 간호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력단절 간호사 중 49.8%는 퇴직시 월 200만원 이하의 낮은 임금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46%는 이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간호사들이 저임금에 따른 근무만족도가 낮고 이로 인한 이직이 잦은 상황에서 정규직보다 임금이 더 적을 수밖에 없는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경기도에서 20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한 병원장은 "지금가지 간호사 야간수당 추가지급, 수습기간 중 상여금 전액지급 등 근로조건 개선노력을 했지만 인력난은 계속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수년간 지속된 대형병원의 신증축 과정에서 중소병원 간호사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기도 했다. 시간제 간호사가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병원협회에서 대체 왜 이 사업을 추진하는지 모르겠다"며 "중소병원에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가뜩이나 확산되고 있는 병원의 비정규직 채용을 가속화시키고, 간호사 직종을 나쁜 일자리로 고착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지방의 한 중소병원 간호사는 "가뜩이나 간호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규직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제 간호사로 대체한다면 업무의 질 등이 상당히 열악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정규직과 비교해 시간제 간호사는 임금 수준이 낮을 것이고, 결국 경영진들이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도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육아 때문에 병원을 그만뒀다가 다시 시간제로 재취업한 간호사 가운데 버티지 못하고 재취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시간제 간호사가 기존 간호인력과 근무방식 등을 놓고 갈등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시간제로 중소병원에서 근무했던 한 간호사는 "출산하고 몇 년간 쉬다가 시간제로 재취업을 했다. 어차피 경험했으니까 간호업무는 1개월이면 숙달되지만 업무방식이 달라 기존 간호인력과 갈등이 만만치 않았다"며 "업무체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다거나 필요한 교육을 의도적으로 소홀히 하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또한 병원의 특성상 업무의 연속성이 중요한데 시간제 근무자는 그런 측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신규채용시 일정 비율을 시간제 일자리로 채용하는 방침을 제시하면서 공공병원에도 이를 적용하려 하자 논란이 된 바 있다.

강원대병원의 경우 2014년에 임상병리사, 외래 간호조무사 등을 중심으로 12명의 신규 인력을 시간제 일자리로 채용하겠다고 밝혀 노조의 반발을 샀다.

당시 강원대병원 노조는 "간호 등급 산정시 원칙적으로 전일제만을 간호 인력으로 인정하고 인력확보가 어려운 지방병원에 한해 예외적으로 간호 인력산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현재의 제도는 시간제 간호인력이 늘어날 경우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객관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며 "이러한 근거가 바뀐 것이 하나도 없는데 시간제 일자리 확대라는 정부 방침에 충실하기 보건복지부마저도 시간제 간호사 일자리 확대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비난을 제기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