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 YTN 관련 보도화면 캡쳐.

[라포르시안]  모든 산과전문의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자간전증'(Preeclampsia)이다. 외견상 건강해 보이는 임신부의 혈압이 갑자가 치솟아 즉시 아기를 분만하지 않으면 산모와 태아의 생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자간전증(임신중독증)은 임신부의 사망을 초래하는 첫 번째 원인이지만, 의학적 미스터리로 통한다. '이론적 질병'(the disease of theories)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현재 그 원인이나 예방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근 미국의 의료진과 과학자들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자간전증에 접근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내용인즉,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광우병처럼 자간전증도 '잘못 접힌 단백질'(misfolded and clumped proteins)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단백질군이 실제로 자간전증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이번 주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린 연구결과에사 제시된 단백질을 잘 이용하면 간단한 소변검사만으로도 자간전증의 악화 여부를 사전에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UCLA의 대니얼 칸 박사(산과)는 "이번 연구는 한마디로 놀랍다. 이것을 활용할 경우, 의료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에는 자간전증을 제대로 진단·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별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자간전증은 약 5~10%의 임신부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전세계적으로 매년 7만6,000명의 여성들이 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간전증의 잠재적 원인으로는 면역관용(immune tolerance)의 이상, 태반 발달의 이상, 심지어 식사 등이 거론된다.

자간전증이 임신부의 경련발작과 출혈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은 조기출산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아기의 생존 가능성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자간전증에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은 자간전증 고위험군 환자를 가려낸 다음 큰 병원으로 보내 미숙아를 치료함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의사들은 일상적으로 고혈압, 소변 중의 단백질 농도 상승 등 임신부의 자간전증 징후를 확인한다. 그러나 모든 여성들이 이 같은 징후를 보이는 것은 아니며, 이미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이 같은 징후가 잘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위치한 네이션와이드 소아병원 및 오하이오 주립대학에 재직 중인 이리나 부힘시 박사는 '만일 자간전증을 나타내는 지문(fingerprint) 같은 단백질이 있다면 그걸 이용해서 자간전증을 진단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착안하고, 연구를 수행했다.  

부힘시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600여 명의 임신부들로부터 소변 샘플을 채취해 '콩고레드'(Congo red)라는 염료를 이용해 분석했다. 그러자 정상적인 임신부들의 경우 소변 샘플이 볏집색(straw-colored)을 띈 데 반해 자간전증이 의심되는 임신부들의 샘플은 선홍색을 띠었다. 표본 색깔의 진함을 기준으로 측정한 단백질 덩어리의 양은 80% 이상 적중률로 자간전증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했다.

연구진은 "제대로 접힌 단백질(correctly folded proteins)이라면 콩고레드 염료로 탐지될 정도로 엉겨붙지는 않는다. 따라서 단백질이 엉겨붙었다는 것은 곧 부적절한 접힘(improper folding)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심층분석을 통해 5가지의 특정 단백질이 빈번하게 뭉친다는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다. 더욱이 놀랍게도 그 중의 하나는 아밀로이드 전구단백(APP: amyloid precursor protein)인 것으로 확인됐다. APP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에 기여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단백질이다.

부힘시 박사는 `엉겨붙은 단백질이 자간전증을 초래한다`고 확신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녀는 이번 연구결과가 자간전증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힘시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이용해 단백질의 잘못접힘을 예방할 경우 자간전증을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알츠하이머병과 자간전증은 겉으로는 다르게 보일지 몰라도, 본질적인 메커니즘은 동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룬드 대학교의 스테판 한손 박사(산과)는 "몇 가지 검사에서 자간전증 환자들이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태아 헤모글로빈(fetal hemoglobin) 역시 엉겨붙은 단백질의 추정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손 박사와 UCLA의 대니얼 칸 박사는 자간전증을 `단백질의 잘못접힘과 관련된 질환`으로 분류하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단백질 엉김은 질병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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