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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의 식생활이 3대 건강에까지 영향”…후성유전학의 새 증거?[미리안 브리핑]
▲ 네덜란드 '배고픈 겨울'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록사진.

[라포르시안]  산모의 식생활이 자녀와 그 후손들의 건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Science지에 발표된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임신 중에 굶은 실험쥐가 낳은 새끼 쥐(2대)들은 나중에 당뇨병에 걸렸고, 그 새끼들의 새끼 쥐(3대)까지 당뇨병의 발병위험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환경노출의 영향을 여러 세대에 전달한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후천적 경험이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통해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가?`라는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과학자들은 `방법론적 결함`과 `생물학적 메커니즘의 결여`를 지적하며 선행연구 결과들을 미덥잖게 생각해 왔다. 선행연구에서는 식품, 살진균제, 심지어 공포의 영향이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통해 자손에게 전달됨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논문의 공저자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앤 퍼거슨-스미스 교수(유전학)는 "나는 후성유전학 비판자들과 지루한 입씨름을 벌이느니 직접 실험을 통해 그 결과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퍼거슨-스미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임신중의 실험쥐에게 칼로리 함량이 (정상적인 먹이보다)50% 부족한 먹이를 먹인 다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관찰했다.

관찰 결과, 이 실험쥐들은 체중이 가벼운 새끼(2세대)를 낳았고, 이 새끼들은 후에 자라서 포도당불내성(glucose intolerance) 등의 당뇨병 징후를 나타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수컷 새끼들이 자라서 낳은 새끼 쥐(3세대) 역시 당뇨병 증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마우스 모델은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1944~45년 겨울 굶주림에 시달렸던 네덜란드인들의 사례를 연상시킨다. 역학조사 결과, 당시 `배고픈 겨울(hunger winter)`에 잉태된 아기들(2세대)은 저체중아로 태어나 당뇨와 비만 등의 건강상의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일부 연구들은 그 아기들의 아기(3세대) 역시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높았다"고 밝혀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배고픈 겨울에 잉태된 네덜란드 아기와 그 자손들이 건강상 문제를 겪은 것은 후성유전학적 변화(epigenetic modifications), 특히 DNA 메틸화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DNA가 메틸화되면 인근의 유전자들이 불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시생식세포(primordial germ cell: 정자를 만드는 세포)의 DNA에 부착된 메틸기들은 수정 후 배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삭제되므로 메틸화의 영향을 받는 유전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퍼거슨-스미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굶은 어미쥐에게서 태어난 새끼 쥐(실험군)'와 '영양공급을 제대로 받은 어미쥐에게서 태어난 새끼 쥐(대조군)' 중 수컷만을 골라 정자 게놈의 메틸화 패턴을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실험군과 대조군은 정자 게놈의 메틸화 패턴이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즉, 실험군은 대조군에 비해 111군데에서 메틸기가 많고, 55군데에서는 메틸기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대조군 실험쥐의 새끼들(굶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수컷 새끼 마우스가 나중에 성장하여 낳은 새끼, 즉 3대 실험군)를 대상으로 메틸화가 변동된 곳 주변의 유전자들 중 17개를 골라 발현상태를 분석해 봤다. 분석 결과, 상당수의 유전자들이 대조군 마우스의 새끼 쥐(3대 대조군)와 다르게 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르게 발현된 유전자들 중에는 내당능(glucose tolerance)과 대사(metabolism)가 포함되어 있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3세대에 가서 메틸화 패턴 변동이 사라진 후에도 유전자 발현 변화는 여전히 유지됐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정자에 생긴 메틸화 패턴 변화는 미지의 메커니즘을 통해 유전자 활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이번 연구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국 콜럼비아 대학교의 팀 베스터 교수(후성유전학)는 "실험에 사용된 마우스들은 동계교배(inbreeding)된 것이 아니므로, 그 새끼들의 유전적 동일성을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그 같은 문제점을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했다`는 연구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연구진의 선택이 실험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베스터 교수는 "어미의 굶주림을 극복하고 태어난 새끼들은 선천적(유전적)으로 영양소를 덜 필요로 하고 대사질환의 위험성이 높은 마우스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연구진은 유전적 요인으로 귀속시킬 수 있는 현상을 죄다 후성유전학적 요인으로 귀속시켰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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