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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현안 브리핑] 지금은 두 눈 부릅뜨고 의료현안 살펴볼 때
▲ 대한의사협회 이재호 의무이사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988년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국회와 정부에 처음 건의한 이래 무려 23년만인 지난 4월 7일 국회에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는 2012년 4월부터 법률을 시행하기 위한 하위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 중에 있다.

하위법령을 어떻게 제정하는지에 따라 큰 전환점을 가져오는 만큼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시 공개적으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공론화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 안정적 제도 연착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보면 의료기관에서 무과실에 대한 재정을 부담해야 하며,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해야 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지급하는 식으로 대불금 재원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에서는 분만에 한해 의사가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으며, 시행령 제정안에서는 의료사고 보상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의료기관 개설자와 정부가 50%씩 동등한 비율로 부담하도록 하고 있고 보상범위가 분만시 발생한 뇌성마비로 국한하고 있다.

의사의 무과실로 판정된 경우까지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가 재원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고, 상식에 반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47조(손해배상금 대불)과 관련한 부분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의료사고로 피해를 당한 환자가 보상금액을 지급받지 못했을 때 미지급금에 대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대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령 제정안을 보면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해야 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지급하는 식으로 대불금 재원을 마련한다고 명시했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전가할 경우 병·의원 개설자는 대불제도 비용과 대불금 상환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이중부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정부는 하위법령의 섣부른 제정보다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거쳐 보완 작업에 나서야 한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8일 '만성질환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선택의원제 도입계획'에서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선택의원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택의원제 도입계획을 보면, 내년부터 고혈압·당뇨 환자가 자신이 이용할 동네의원을 정해 계속 이용하면 진찰료의 본인부담금을 현행 30%에서 20%로 경감해주고, 동네의원에는 환자관리표 작성을 할 경우 이를 환자 관리 노력으로 보고 그 보상으로 건당 1,000원(환자 당 연간 10회 이내)을 지급하되 성과 평가에 따라 별도의 성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만성질환자 중 이 제도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만 참여하도록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언제라도 선택의원을 바꿀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시장진입 장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 보면 환자가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자신이 정한 단골의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해야 하는데 의료기관을 한번 정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신규 개업의들에게는 시장진입의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선택의원제는 의료서비스 이용은 지금과 똑같이 하되 만성질환의 경우 대형병원으로 가지 말고 의원 한 곳을 다니면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상담 받게 하는 제도로서 환자를 의료기관에 등록하고 소정의 등록비를 냄으로써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도인 주치의제도와는 다르다는게 보건복지부의 주장이다.

의료인력 양성이나 의료소비문화, 민간의료기간 중심의 의료공급구조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주치의제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만성질환에 관한 한 의료소비자들의 필요에 의해 주치의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강제에 의한 주치의제는 부작용만을 낳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선택의원제 도입보다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통한 1차 의료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한 후 이에 대한 후속조치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2가지 문제만 해도 의료계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핵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은수 의원은 환자 요청이 없어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직권으로 비급여 진료비의 적정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들이 비급여 진료내역이나 비용 등에 대한 자료를 요양기관에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는게 박은수 의원이 밝히는 법안 발의 이유다.

하지만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43조2항(요양급여의 대상여부의 확인 등)에 서도 건강보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요양기관에 부담한 비급여 진료비용이 적정한지 여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확인 요청해 그 결과에 따라 진료비용을 환불받을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개정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게 직권으로 비급여 진료비 직권조사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사료된다.

또한 비급여 항목은 의료공급자와 환자간의 민법상 사적인 계약관계인 만큼 국가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제출된 법안은 철회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있듯이 의료계는 말 그대로 '산넘어 산'이다. 안그래도 열악한 의료계 현실에서 더 이상 의료계를 옥죄는 의료제도에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두 눈을 부릅뜨고 의료현안을 들여다 봐야 할 중요한 시점임을 다시 한번 강조해 본다.


이재호는?

1985년 한양대 의과대학 졸업2006년 전 제34대, 제36대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2011년 의사협회 의료정책고위과정 간사2011년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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