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수(한나라당 이애주 국회의원 보좌관)

첫 번째 질문이다.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존경받고 있는가? 누가 들어도 어리석기 그지없는 질문이다. 수많은 의사들이 다 독립된 인격을 가졌고 다른 특성을 가졌는데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질문인가. 그러나 누구라도 이 질문을 던진 의도를 쉽게 눈치 챘을 것이다. ‘의사들’이라는 단일 직역에 대해 국민들이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이미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과연 다수의 국민들 눈에 비쳐진 ‘의사들’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 구차하게 설문조사 결과들을 인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 ‘우리 사회에서 의사라는 직역은 온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두 번째 질문이다. ‘의사 출신 안철수’는 국민들에게 존경받고 있는가? 이에 대한 질문은 첫 번째 질문에 비해 매우 답하기 쉽다. 지지율만큼 현대 사회에서 한 인간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를 단 칼에 표현해주는 수치가 또 있을까. 그렇다. 그는 상당수의 국민에게, 상당 수준의 존경을 받고 있다. 그리고 안철수는 의사다. 적어도 면허신고제가 아직 시행되지 않은 지금 그의 면허는 유효 할 테니 어쨌든 법적으로는 의사일 것이다. 만일 법적으로 아니라 하더라도 많은 국민이 그를 의사로 기억하니 그냥 의사라고 부르자.세 번째 질문이다. 안철수가 ‘의사’가 아니었더라도 지금의 인기를 구가했을까? 사람마다 다른 대답이 가능한 질문이겠지만, 필자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그 인기의 연원을 거슬러 가보면 가깝게는 최근 몇 년간 이어져온 그의 날카롭고 바른 말들, 그리고 사회에 대한 기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다른 어떤 성공한 IT기업가나 공학자가 그런 이야기를 쏟아내고 그렇게 행동을 하였다고 해도 그런 인기를 얻었을까. 그 인기의 뿌리는 사실 ‘의사 출신인 그가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IT업계에 도전해 성공하고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했다’는 한 문장의 경력에 근원한다. 안철수 씨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의 인기 이유를 더 저렴하게 표현하면 ‘의사가 돈 안 밝히고 사회에 헌신했다’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우수한 인재가 자기 이익이 아닌 타인을 위해 살아온 도덕성까지 갖췄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존경을 구성하는 키워드는 ‘우수함’과 ‘도덕성’ 이 두 개의 단어이다. 국민들의 뇌리에 어렴풋이 박힌 그에 대한 두 개의 키워드가 그의 말들에 신뢰를 불어넣고 그의 행동에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지금의 인기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의사이기 때문에 존경을 받은 것이다.마지막 질문은 필자가 던지는 질문이 아니라 독자들이 필자에게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질문이다. ‘그럼 뭐냐? 존경받는 의사가 되고 싶으면 안철수처럼 되라는 말이냐?’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바로 현명한 역할 분담이다. 안철수의 역할을 할 의사들과 돈을 벌면서 그런 ‘안철수들’을 후원하는 의사들로 역할이 나뉘어져야 한다. 존경받는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의사와 이익집단으로서의 의사들이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는 산하에 대한의학회를 거느린 전문가 집단이면서 동시에 상당수의 국민들이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거대 이익집단이다. 이처럼 상반된 역할을 한 집단이 동시에 수행하는 한 결코 의사들은 존경받을 수 없다.의사들이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우수성’과 ‘도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중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 적어도 마치 상당수의 의사가 부당청구나 일삼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는 억울한 상황만이라도 극복하고자 한다면, 더 많은 ‘안철수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존경받는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의사 집단과 이익집단으로서의 의사 집단이 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동시에, 다른 한 편에서는 존경받는 전문가 집단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의사 집단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할 말이 많지만, 의사 집단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우수성의 기반 위에 헌신하는 의사들이 많이 있어야 의사 집단이 우리 사회에서 의사집단이 ‘안철수’처럼 이 사회에서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이중적 행동이나 전략적 속임수 같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에도 충실하면서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길이다. 이것이 지금의 ‘안철수 현상’이 의사들에게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까.


전경수는?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석사, 서울시립대에서 행정학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의료전문지 메디게이트뉴스 기자와 고경화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현재 한나라당 이애주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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