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응급·분만실 운영 등 공익적 손실 지원 확대…경영효율성 평가 연계엔 우려 커

[라포르시안]  정부가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의 역할 강화를 위해 상당히 파격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필수 의료시설과 의료급여환자 진료 등 공익적 기능 수행에 따른 이른바 '착한 적자'에 대한 국가 지원을 대폭 확대키로 해 지방의료원의 경영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지방의료원별 경영개선 노력과 성과를 평가해 예산지원을 연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자칫 효율성에만 집착해 공공의료 강화라는 본래 목적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각 지자체 공공의료 담당자와 지방의료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방의료원 공익적 기능 강화 및 경영개선 계획을 논의하고, 앞으로 지방의료원의 공익적 손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지원방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지방의료원의 적자를 공익적 역할 수행에 따른 ‘건강한 적자’와 경영개선을 통해 감소 가능한 ‘불건강한 적자’로 구분하기 위해 지방의료원 공익적 비용 계측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건국대 산학협력단과 프라임코어컨설팅 등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전국 33개 지방의료원 전체 손실 1,326억원 가운데 812억원(61%)이 공익적 역할 수행에 따른 건강한 적자로, 나머지 514억원(39%)는 경영개선을 통해 줄일 수 있는 ‘불건강한 적자’로 구분됐다.

건강한 적자로 구분된 812억원의 구체적으로 보면 ▲내과와 산부인과 등 필수 진료과목 운영에 따른 손실이 127억원 ▲응급실과 분만실 등 10개 필수 의료시설 운영에 따른 손실 218억원 ▲의료급여 환자 진료비 차액에 따른 손실 155억원 ▲적정의료 제공을 위한 건강보험 환자의 비급여 수입 손실 204억원 ▲공공의료사업팀 운영 등 공공사업에 따른 손실 108억원 등이다.

복지부는 이러한 연구용역 결과를 근거로 지방의료원의 공익적 기능 강화 및 경영개선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계획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이 소재한 지역 특성을 반영해 요구도가 큰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기능을 강화하고, 재정적․정책적 지원체계도 이를 중심으로 개편된다.

즉, 의료원이 위치한 지역 특성을 감안해 필수의료를 도출하고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체 의료원에 응급실, 격리병상, 분만실, 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시설 확충 비용을 지원한다.

도시 지역에 위치한 지방의료원의 경우 민간병원과 경쟁분야는 기능을 축소하는 대신 분야별 전문화와 건강증진 등 특화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각 지자체와 지방의료원이 지역별 의료 수요․공급 분석, 지역주민 의견 수렴 등을 통해 향후 중점 육성 분야를 설정하고 '공공의료 기능 강화계획'을 수립하면 여기에 맞춰 지원이 이뤄진다.

특히 의료원이 수립한 계획을 평가해 중점 육성 기능별로 시설·장비·인력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고, 필요에 따라 의료원별 토털 리모델링(Total Remodeling) 수준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 공익적 비용 계측 결과 (33개 지방의료원)

그 대신 정부는 매년 지방의료원별 공익적 역할 수행 및 경영개선 실적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음 해 예산에 반영해 차등 지원하는 식으로 성과와 보상을 연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각 지방의료원은 스스로 자구노력 등 일반 손실감축(수익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수립된 계획의 운영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예산을 차등적으로 지원받게 되는 것이다.

신포괄수가 인센티브 확대·국립대병원 의사인력 파견 지원 이번에 수립된 지원계획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신포괄수가 인센티브 강화와 국립대병원 의사인력을 지방의료원에 파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수립하는 방안이다.

신포괄수가제의 경우 지난 2012년 7월부터 전국 33개 지방의료원에서 시범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문제는 신포괄수가제 도입 후 지방의료원의 원가절감 압박이 거세지고, 특히 복합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 장기입원환자가 많은 공공병원의 특성이 맞물리면서 경영난을 더욱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

지난해 강제 폐업당한 경남 진주의료원도 신포괄수가제 도입 이후 장기 입원환자 퇴원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서 의료수입이 급감하는 등 경영적자가 커진 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이번에 수립한 지원계획을 통해 지방의료원에 적용하고 있는 신포괄수가에 대한 인센티브를 현행 최대 15%에서 이르면 내년부터 35%로 상향조정할 예정이다.

공공성과 효율성에 대한 인센티브를 각각 현행 5%에서 15%로 올리고 지표를 재설정하면서 간호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신포괄수가제에 따른 진료비 수입손실을 보존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현재 신포괄수가제로 인한 지방의료원의 진료비 수입감소 폭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지방의료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신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진료 분야는 전체의 60~70%에 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센티브가 최대 35%로 상향조정될 경우 의료원 진료수입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몸살을 겪고 있는 지방의료원 입장에서 국립대병원 의사 인력 파견 제도화 및 전공의 통합수련 도입 역시 우수한 의료인력 확보로 의료 질 향상화 진료수입 증대를 꾀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원계획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이 우수한 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끔 관계부처와 협의해 내년부터 국립대병원 정원 반영 등 임상교수요원 파견 방식으로 제도화가 추진된다.

이와 동시에 내년부터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간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을 중심으로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통합수련 및 별도 정원 제도를 운영가 도입된다.

실제로 올해부터 국립대병원 의사인력이 파견된 강원도와 전북 등의 지방의료원은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삼척의료원 관계자는 "지난해 대학병원 정형외과 의사가 파견나와 근무했는데 환자의 만족도는 물론 진료수익적 측면에서도 굉장히 큰 효과를 봤다"며 "앞으로 국립대병원 의사인력 파견이 제도화된다면 의료서비스 질 향상화 진료수입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국립대병원에서도 의사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지방의료원이 필요로 하는 인력 수요를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복지부는 이밖에 15개 지방의료원에서 시범사업 중인 포괄간호서비스에 올 연말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시설 개선 지원, 운영평가 반영 등을 통해 지방의료원의 참여 확대를 이끌어 낸다는 생각이다.

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지난 2일 열린 지방의료원 경영개선 대책 연석회의에서 "지방의료원이 지금은 만성적자 등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국민들의 기대와 지역 요구에 부합하는 공공병원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정부는 지방의료원의 역할을 지역별 필수 의료서비스 제공에 중점을 두고 지원하되 동시에 운영 효율성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산중턱 한가운데 위치한 충주의료원 지역민의 지리적 잡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곳에 세워진 지방의료원도 많다
▲ 천안시 도심에서 한창 떨어진 고속도로 바로 옆에 세워진 천안의료원.

지방의료원들 '기대 반 우려 반'민간병원 역차별 논란도 제기될 수 있어한편 지방의료원들은 복지부가 이번에 마련환 지원계획에 기대감과 함께 우려감도 내비쳤다.

정부 차원에서 지방의료원의 운영적자를 지원해 주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지만 경영효율성 평가와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에는 우려를 표명했다.

한 지방의료원장은 "복지부가 이번에 마련한 지원계획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특히 공익적 역할 수행에 따른 운영적자를 보전해 주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에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지방의료원의 자체적인 경영효율화 노력을 평가해 예산을 차등지원할 경우 의료원들이 공익적 기능보다는 경영수입 개선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장은 달성해야 할 운영목표 등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운영평가를 통해 의료원장의 성과계약 이행여부를 점검해 기대에 못미치면 복지부가 지자체장에게 해임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의료원장에 대한 성과계약과 평가제도가 도입될 경우 운영목표 달성에 부담감을 느껴 지나치게 수익성 증대에 매달릴 수 있다"며 "또한 운영적자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의 복리후생 등을 축소할 경우 노조와의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복지부의 연구용역에서 지방의료원의 건강한 적자 항목 중 진주의료원처럼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에 의료원을 설립해서 발생하는 손실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관련 기사 : 산중턱, 허허벌판, 고속도로 옆 공공병원…“환자분, 당황하셨어요?” >또다른 지방의료원장은 "진주의료원이나 충주의료원, 천안의료원처럼 환자들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곳에 설립된 지방의료원은 정책적으로 입지선정을 잘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도 있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용역에서는 이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신포괄수가제의 인센티브를 상향조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지방의료원에 적용되는 신포괄수가제의 인센티브를 상향 조정할 경우 진료수입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결국 건강보험 재정에서 공공병원을 지원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공공의료 강화라는 정책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병원의 신포괄수가제에 대해서만 수가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 민간병원에서 역차별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