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획득 요양병원서 화재 참사 이어 대학병원서 검사착오까지…인증제 신뢰도에 치명타

▲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료기관인증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원장 석승한)이 최근 잇따른 병원 안전사고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지난 5월 28일 발생한 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에 이어 한 대학병원에서 엑스레이 필름 영상의 좌우가 뒤바뀐채 수백명의 환자를 진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료기관평가 인증의 신뢰성 논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원장 석승한)은 최근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엑스레이 필름 영상의 착오 사건으로 인해 야기되는 중대한 의료과실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 간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환자안전관리 체계 실태를 파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1일 밝혔다.

이대목동병원은 작년 12월 말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축농증 유무를 판별하기 위해 57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코 엑스레이를 촬영하고 방사선기사의 실수로 좌우가 뒤바뀐 필름 영상을 바탕으로 환자를 진료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인증원은 "지난 6월 30일 사건이 발생한 병원을 방문해 영상의학과, 의료질향상팀 및 병원 경영진을 만나 보도된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코와 관련된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의 엑스레이 촬영결과를 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에 좌우를 바꿔 입력한 방사선사의 착오를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인증원에 따르면 좌우가 뒤바뀐 엑스레이 필름 영상을 바탕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양쪽 코에 문제가 있거나 정상이었던 사례가 455건 ▲한쪽 코에만 문제가 있어 좌우가 바뀐 사례가 123건이며, 이 중 소아환자가 23명이었다.

다만, 한쪽 코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 중에서 좌우가 바뀌어 수술을 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2010년 12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인증조사를 받고 2011년 2월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원은 "이러한 오류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고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과실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 병원에 철저한 개선을 요구했다"며 "사건보고서 및 근본적인 원인분석보고서, 향후 개선방안 및 모니터링 계획 등을 요청하고, 사건처리를 위한 내부 회의자료 등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증원은 앞으로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사건에 대한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 정보를 병원 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의 환자안전관리 체계 실태를 파악하는 등 사후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석승한 원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환자안전 및 의료 질 향상에 관한 법률안'을 바탕으로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보고체계를 구축해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지속적인 질 관리 활동을 수행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말 화재 사고가 발생해 21명이 사망한 전남 장성의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은 지난해 의료기관인증을 획득한 곳이다.

그러나 화재 사고 발생 당시 이 요양병원 내부적으로 환자안전을 위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되면서 환자 안전 향상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기관인증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화재 사고 이후 전남경찰청은 해당 요양병원에 대한 인증 과정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인증원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인증을 획득한 대학병원에서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증원으로서는 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요양병원 화재 사고와 대학병원의 '좌우 뒤바뀐 엑스레이 필름' 사건은 의료기관인증제가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도입 취지에 맞게끔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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