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 PROMISE 임상을 주도하고 있는 '국제 여성 소아청소년 에이즈 임상시험 네트워크(International Maternal Pediatric Adolescent AIDS Clinical Trials network)' 홈페이지 초기화면.

[라포르시안]  HIV 감염 치료법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최근 미 국립 알러지·감염질환연구소(NIAID)는 신구(新舊) HIV 감염 치료법의 모자감염(수직감염) 예방능력을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사와 활동가들은 윤리적 이유를 들어 이 임상시험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모자(母子)생존 촉진 연구(PROMIS, Promoting Maternal–Infant Survival Everywhere)'라는 문제의 임상시험은 임신부에게 3가지 방법으로 항역전사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그 효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3가지 방법은 ▲피험자들은 'HAART'라고 불리는 3가지 약물의 칵테일을 무기한 투여받는다(옵션 B플러스) ▲피험자들은 임신중에 한 가지 약물만을 투여받는다(옵션 A) ▲피험자들은 3가지 약물의 칵테일을 투여받되, 면역세포 수치가 위험한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출산 또는 수유 종료 직후 약물 투여를 중단한다(옵션 B) 등이다.

PROMIS 임상시험을 이끌고 있는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메리 글렌 파울러는 "PROMISE의 목적은 `임신부를 HAART에 노출시킬 경우 산모나 아기를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시킬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있다. 특정 치료법이 산모와 아기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음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가능한 한 HIV에 감염되어 있는 임신부들은 모두 '옵션 B플러스' 치료를 받으라"고 권고함으로써 PROMISE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일부 의사와 활동가들은 명분이 없어진 PROMISE 임상시험의 취소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의사인 에릭 쇼우텐은 "PROMISE는 거의 불필요한 임상시험"이라고 말했다. 쇼우텐은 말라위의 'Management Sciences for Health'라는 비영리 자문기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말라위는 PROMISE가 실시되는 15개 국가 중의 하나다.

국경없는의사회도 PROMISE 임상시험 무용론에 가세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의료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제니퍼 콘은 "현재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나와 있지 않아 '옵션 B플러스'가 '옵션 B'보다 신생아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최근 의료계의 추세는 치료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다. 옵션 B는 치료 중단 및 재개 시기를 판단해야 하므로 번거로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PROMISE 임상을 주도하고 있는 '국제 여성 소아청소년 에이즈 임상시험 네트워크(International Maternal Pediatric Adolescent AIDS Clinical Trials network)'는 예산이 32% 삭감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다른 임상시험은 모두 중단하고 PROMISE에 전념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지난 5월 한 독립평가위원회가 "현재까지의 성과를 근거로 판단할 때, PROMISE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결론지음으로써 혼란을 가중시켰다. 미 국립 알러지·감염질환연구소에서 에이즈 부문을 이끌고 있는 칼 디펜바하는 "우리는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검사시설이 부족한 데다가 한 명의 여성이 평균 5~6명의 자녀를 출산하는 아프리카에서는 의사들이 정기적으로 면역세포수를 검사하고, 면역세포 수치가 떨어지거나 여성이 다시 임신하는 경우에는 치료를 재개해야 한다는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제대로 이행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PROMISE에 참가하는 우간다, 말라위, 탄자니아, 잠비아의 경우 국가 시책으로 절차가 간편한 '옵션 B플러스'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PROMISE에 참가하는 여성 중 일부는 임상시험의 성격 상 이보다 강도가 약한 치료법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스트래티지스(Global Strategies)의 창립자인 아서 암만(소아과 전문의)은 지난 6월 7일 미국 국립보건원(NIH) 담당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임상시험에 지원하는 여성들에게 충분한 사전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열등한 치료법을 선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PROMISE에 참가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임상시험 참가에 동의한 시점은 WHO가 지침을 개정하기 이전이라고 한다. 

2012년 NIH가 발표한 평가서에 의하면 "국가 시책으로 옵션 B플러스를 권장하는 나라에서 임상시험 참가자들에게 구식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은 윤리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옵션 B플러스의 효과가 다른 치료법보다 우월하다는 증거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중보건 담당자들은 "옵션 B플러스는 치료기간이 길기 때문에 다른 치료법보다 아기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다. UN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9~2012년 말라위와 잠비아에서 생후 14개월 미만 아기들의 HIV 감염률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는데 이 기간은 두 나라에서 옵션 B플러스가 광범위하게 채택된 기간이라고 한다.

미 NIAID의 칼 디펜바하는 "독립 평가위원회를 제외하면 지금껏 PROMISE의 데이터를 열람한 외부인들은 없으며, 이 위원회는 PROMISE 임상이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장점만을 계속 주장해 왔다. 그러나 연구의 유용성도 중요하지만 피험자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방향으로 임상시험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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