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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의사가 스마트폰 아닌 왕진가방 들 수 있게 해야!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4.06.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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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현재 국회에는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첨단 IT기술을 활용해 의료취약지 주민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6월부터 일부 대도시와 도서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해 원격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 보겠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과 일반전화, 컴퓨터를 이용해 환자가 원격지에 위치한 의사로부터 직접 진료상담을 하고 처방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복지부와 의정협의를 통해 원격진료 시범사업에 합의한 대한의사협회(정확히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반대로 돌아섰고, 의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당연히 의료취약층의 의료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의사-환자간 원격진료가 허용되더라도 의료취약층의 의료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는 상당히 의문이다. 당장 IT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노인과 장애인이 혼자서 스마트폰과 일반전화, PC를 이용해 원격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진단과 처방을 받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원격진료 장비나 시스템 대부분이 이들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원격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관련 법개정안을 제출해 놓고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겠다는 발상이다. 절차상 선후가 뒤바뀌었고, 상식적이지도 않다. 무엇에 쫓기는지 복지부는 법개정 시한을 못 박아 놓고 시범사업을 마치 통과의례로 여기는 듯 하다.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인데 그럴 순 없다. 의료전문가인 의사들도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법개정을 철회하고 신중하게 정책을 재고하는 게 마땅하다.

최근 국회에 이와 정반대의 법안이 제출됐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란 명칭의 이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언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공공병원과 의료취약지 거점의료기관 등의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이 의료취약지에 거주하는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소속 의사 또는 간호사에게 해당 환자의 가정을 방문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 소속 의료인의 왕진에 따른 의료수가를 산출할 수 있는 기준을 법에 규정토록 했다. 1977년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라진 의사의 왕진을 부활시키는 법안이다.

1980년대까지도 환자가 요청하면 왕진가방을 들고 멀리 환자의 집을 찾아가는 의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전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정착된 이후에는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는 왕진이 자취를 감췄다. 병의원이 많이 생겼고 건강보험 덕분에 의료기관 이용 문턱이 낮아져 병원마다 환자들로 넘친다. 현실적으로 왕진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는 진료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예외적인 경우에 제한적으로 왕진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왕진에 따른 의료수가도 따로 책정돼 있지 않다보니 사실상 법규정과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왕진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이언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공공의료 시스템을 활용한 왕진제도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취지다. 의료취약지 주민들에게 스마트폰과 일반전화, PC를 통한 원격진료가 아니라 의사가 직접 찾아가서 대면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다. 당연하고도 옳은 방향이다. 의사가 직접 방문진료를 하기 때문에 원격진료처럼 새로운 기기나 통신망을 구축할 필요도 없고,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검증조차 필요없다. 예산만 확보해서 당장 시행하면 된다.

보건복지부는 "방문진료를 활성화 하려면 의사인력을 늘리고 왕진에 따른 인건비를 보장해 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 등의 이유로 반대한다. 그러나 잘 따져보자. 원격진료를 위해 필요한 인프라 구축비용과 환자들의 장비 구입 비용, 사회갈등 비용, 그리고 이후에 발생할지 모를 환자안전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과연 어느 쪽의 비용부담이 더 클지를.

가장 중용한 건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최우선 원칙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따져볼 것도 없이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나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및 부대사업 확대 정책이 국민건강권을 위한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정책'이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일 뿐이다. 의사들도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병원과 의사를 돈벌이로 내모는 정책"이라고 반대한다.

의사와 환자를 스마트폰과 PC 앞으로 내모는 정책은 버리자. 진정으로 의료취약층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다면 교통수단을 재정비하고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병의원이 문을 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들이 기꺼이 왕진가방을 들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원격진료는 그 이후에 부족한 걸 메우는 가장 마지막 수단이다.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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