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 미국 대법원은 지난해 6월 기업이 인간유전자에 대한 특허권을 가질 수 없다고 판결했다.

[라포르시안]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미국의 거대 유전자 진단키트 판매업체인 미리어드 제네틱스(Myriad Genetics)가 유방암 유전자 진단에 관한 독점권을 잃었을 때, 미리어드는 여전히 경쟁자들에 비해 엄청난 이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작년 6월 미 대법원이 유전자에 관한 특허를 무효화하면서 2개의 유방암 및 난소암 관련 유전자(BRCA1, BRCA2) 검사에 관한 미리어드의 독점권도 사라졌다. 하지만 미리어드는 130만 건의 유전자 검사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아직도 독점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력으로 인해 미리어드는 유전자 검사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여전히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 의사, 환자, 유전자 카운셀러 등으로 구성된 데이터공유론자들은 "조만간 이 같은 정보독점의 폐해를 없애고 말 것"이라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미 대법원의 판결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미 국립 생물정보센터(NCBI)가 개발한 '클린바'(ClinVar, 임상적인 유전자 데이터를 수록하는 공공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BRCA 변이체의 숫자는 미리어드 데이터베이스의 약 1/3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데이터공유 운동의 지도자들은 이를 두고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유전정보 공유를 가로막고 있는 오랜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앞으로 1년 이내에 우리는 미리어드보다 많은 BRCA1 및 BRCA2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파트너스 헬스케어(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소재 비영리업체) 산하 분자의학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하이디 렘 박사(유전학)는 내다봤다. 렘 박사는 BRCA 데이터 공유운동을 이끄는 핵심인물이다.

이에 대해 미리어드는 공공 데이터베이스의 단점을 들먹이며 반론을 펴고 있다. 미리어의 대변인인 로널드 로저스는 "공공 데이터베이스는 신뢰성이 낮고, 가격이 비싸며, 정부의 예산 삭감에 민감하여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에 반해, 우리는 우리는 유전자 검사법 개발과 데이터베이스 유지를 위해 5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 최고 품질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환자들은 고품질 정보를 기반으로 건강관리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조 데이터베이스(reference database)의 크기다. 참조 데이터베이스가 크면 클수록 개별 유전자검사의 결과를 해석하는 데 유리하다. BRCA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 염기의 스펠링에 나타날 수 있는 변이의 조합은 수천 가지인데, 그 중 유방암이나 난소암을 일으키는 것은 불과 몇 가지에 불과하다.

▲ 미 국립 생물정보센터(NCBI)가 운영하는 '클린바'(ClinVar) 웹사이트 초기화면. http://www.ncbi.nlm.nih.gov/clinvar/

암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정 돌연변이의 빈도가 인구 전체의 빈도보다 높을 때 그것이 암 발병에 기여하는 정도를 계산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그래야만 동일한 돌연변이 사례를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예측치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GeneDx의 셰리 베일 전무이사는 "유전자 검사 데이터를 미리어드의 사금고에 인질로 보관하면 결과적으로 환자의 건강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GeneDx는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에 있는 바이오 업체로, 미리어드로부터 BRCA 검사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한 경쟁업체 중 하나다.

경쟁업체들은 BRCA 검사의 가격을 4,040달러에서 2,200달러로 낮췄는데, 이는 BRCA 데이터가 클린바(ClinVar)로 신속하게 유입되는데 기여하고 있다.  유타 대학교 산하 헌츠먼 암연구소의 데이비드 골드가 박사(유전역학)는 "미리어드의 경쟁업체들은 데이터 공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UCSF에 재직 중인 렘 너스바움과 로버트 너스바움 같은 유전학자들은 환자, 유전학 전문가, 보험사들에게 "데이터 공유에 참가하는 업체들만을 이용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한편 유전학자들은 오랫동안 동료들에게 데이터 공유를 촉구해 왔지만 실무적 문제와 경쟁장벽 때문에 난항을 겪었다. 데이터를 공유하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다 특허권 침해의 우려와 `경쟁자가 내 데이터를 이용하여 시장을 잠식하거나 논문을 발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데이터 공유를 꺼려 왔던 것이 사실이다.

너스바움 교수가 시작한 「임상보고 공유 프로젝트(Sharing Clinical Reports Project)」는 임상연구소들을 설득해 미리어드사의 제품으로 진단한 결과를 클린바에 등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클린바는 미리어드의 경쟁사, 학술 연구소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5,752개의 BRCA 변이체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리어드가 보유하고 있는 BRCA 변이체는 1만6,000건이다. 바야흐로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한 데이터공유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글로벌 유전학 보건 연대(Global Alliance for Genomics and Health)가 런던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유전학자와 의사들은 보다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BRCA 챌린지(BRCA Challenge)'라는 새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BRCA 챌린지는 클린바나 네덜란드 레이덴대학 메디컬센터에서 개발한 'Leiden Open Variation Database'와 같은 주요 임상유전학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이 자금을 지원하고 네덜란드의 연구진이 운영을 맡을 예정이라고 한다.

유타 대학교 산하 헌츠먼 암연구소의 데이비드 골드가 박사는 "전세계의 데이터를 모두 합치면 미리어드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와 얼추 비슷한 양이다. 우리 모두가 일치단결해 그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미리어드에 뒤질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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