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 영화 <해프닝>의 한 장면. 식물에서 나오는 독소가 바람을 타고 번지면서 사람들을 감염시킨다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라포르시안]  전세계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질병 중 하나인 가와사키병(Kawasaki)이 바람을 타고 번져나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매년 12,000명의 일본 어린이들이 가와사키병에 걸리며, 한국과 미국에서도 일부 어린이들이 이 질병에 걸리고 있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가와사키병의 위세는 중국의 북동부의 광활한 경작지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 절정에 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가와사키병의 원인은 중국 북동부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부유성 독소(airborne toxin)다"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아쉽게도 그 독소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가와사키병은 생후 6개월~5세의 어린이들에게 전형적으로 발생하며, 종종 치명적이기도 하다. 흔한 증상은 발열, 얼룩덜룩한 붉은 발진, 발적(redness), 딸기혀(strawberry tongue 혓바닥의 유두가 염증으로 빨갛게 부어 딸기 표면 비슷하게 변한 상태)이며, 종종 손발의 피부가 벗겨지기도 한다. 치료를 받지 않은 어린이의 약 25%는 관상동맥에 염증이 생겨 종종 동맥류(aneurysm)를 경험한다. 이로 인해 1%가 즉사하고 생존자들은 수년 후에 내출혈(internal bleeding)이나 심장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가와사키병이 감염증이라고 믿고 있지만 아직까지 질병의 병원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른 연구자들은 그것이 미확인 독소에 대한 면역반응이라고 주장해 왔다.

선행연구에서 스페인 카탈로니아 기후과학연구소의 사비 로도 박사(수리생태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시기상으로 볼 때, `일본과 미국에서 가와사키병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시즌`과 `중앙아시아에서 탁월풍(prevailing winds)이 부는 시즌`이 일치한다"는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로도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심층분석을 통해 자신들의 견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추가증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일본의 47개 지방 행정기관에서 제출받은 1970~2010년의 보건기록을 면밀히 분석했다. 도쿄와 기타 주요 도시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날짜를 뽑은 다음, 컴퓨터 기류모형(airflow model)을 이용하여 `며칠 전부터 불어 온 바람의 방향이 어디인지`를 알아냈다.

연구진이 발병일로부터 며칠 전의 풍향을 분석한 이유는 가와사키병의 잠복기간을 감안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가와사키병의 잠복기간이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아, 연구진은 다양한 날짜를 적용했다.

분석 결과, 가장 많은 어린이들이 가와사키병에 걸렸던 날짜는 중국 북동부에서 바람이 불어 왔던 날짜와 상당 부분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문제의 중국발(發) 바람은 2일 만에 일본에 도착하는데, 그로부터 0.5일 후에 어린이들이 병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가와사키병의 병원체가 중국 북동부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왔으며, 잠복기간은 불과 0.5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5월 19일호)에 기고했다.

연구진은 "가와사키병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전염되는 감염증이 아닐까?"라는 가능성도 생각해 봤다. 그러나 분석 결과, 모든 주요 도시에서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같은 날에 일제히 가와사키병에 걸렸으며, 바람의 방향이 바뀌자마자 가와사키병의 위세도 수그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와사키병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전염되는 감염증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연구진은 꽃가루나 일반 대기오염 물질(예: 황, 질소 산화물)에서도 아무런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가와사키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독소나 기타 환경오염 물질임에 틀림없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그렇다면 가와사키병을 일으킨 병원체는 무엇일까? 이번 연구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중국 북동부는 광활한 경작지로, 주로 옥수수, 쌀, 밀을 재배하는 곳이다. 연구진은 작물에 기생하는 진균류가 생성하는 독소가 주범이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연구진은 일본에서 중국 북동부 방향(탁월풍의 반대 방향)으로 여러 차례 비행하며, 중국 쪽에서 유입되는 공기를 포집하여 분석해 봤다.

공기 속에서는 많은 종류의 칸디다(Candida)가 발견됐다. 칸디다는 인간에게 흔한 감염증을 일으키며, 일부 실험쥐한테서는 가와사키병과 유사한 증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아직 가와사키병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연구진은 향후 수차례의 추가비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의 발병 사례에 대해서도 연구할 생각이다.

미국 지질연구소의 데일 그리핀 박사(환경미생물학)는 "비록 명시적인 것은 아니지만, 저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일종의 미생물 독소가 가와사키병을 일으키는 주범임을 밝혔다고 생각한다. 기류의 역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공기를 포집하는 기법은 환경과학에서 잘 정립된 방법"이라고 논평했다.

노스웨스턴 의대의 앤 롤리 박사(소아 감염질환 전문가)는 "이번 연구는 매우 흥미롭지만, 나는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독소 가설(windborne toxin hypothesis)에 대해 회의적이다. 인간의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AIDS와 폴리오를 포함한 많은 질병들의 경우 처음에는 미지의 독소 때문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에 가서는 감염성 병원체(infectious agents)가 발견되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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