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오래된 기억을 어떻게든 간직하려는 사람에게 있어서, 기피대상 1호는 새로 탄생한 뇌세포인 것으로 보인다. 'Science'지 최근호(5월 8일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해마(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영역)에서 새로 형성된 뉴런이 과거에 학습한 정보를 몰아낸다고 하니 말이다. 이번 연구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기가 어려운 이유`를 밝히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연구결과를 처음 접했을 때, 우리는 경악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뉴런이 더 좋은 기억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남편 폴 프랭클랜드 박사와 함께 이번 연구를 수행한 캐나다 어린이병원(Hospital for Sick Children)의 시나 조슬린 박사(신경과학)는 말했다.

인간과 쥐, 기타 많은 포유류 동물들은 평생 동안 해마에서 새로운 뉴런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생성속도는 처음에는 매우 빠르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더 느려진다. 종전의 과학자들은 `학습 전에 신경발생을 강화하면 성체 마우스의 경우에도 기억력을 증강시킬 수 있음`을 증명한 바 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는 `정보를 학습한 후에, 뉴런의 성장이 그 기억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충격을 던졌다.

조슬린 박사는  "최근의 연구결과는 직관에 어긋나는 것 같지만, 새로운 뉴런의 파괴적 역할(disruptive role)은 어찌 보면 말이 되는 것 같다. 사실 일부 이론적 모델들은 이런 현상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보다 많은 뉴런은 미래의 새로운 기억을 위한 저장용량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기억은 회로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회로를 증설하면 과거의 기억을 파괴하게 된다. 새로 첨가된 뉴런은 오래된 기억을 지움으로써, 새로운 기억을 위한 길을 터 주는 `유용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이끄는 연구진은 갓 태어난 쥐와 다 자란 쥐를 대상으로 부정적 경험을 무서워하게 만드는 조건화 작업(conditioning task)을 수행했다. 즉, 연구진은 쥐를 훈련시켜 전기쇼크가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환경을 무서워하게 만들었다. 모든 쥐들은 이 같은 과제를 신속하게 학습했지만 갓 태어난 쥐는 그런 부정적 경험을 하루 만에 잊어버리는 데 반해 다 자란 쥐는 몇 주 동안 간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어린 쥐와 어른 쥐의 `기억 보존기간 차이`는 신경의 증식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어린 쥐를 화학적·유전적으로 처리해 학습이 일어난 후에 새로운 뉴런의 증식을 차단해 보았다. 그리고 어른 쥐에게는 4~6주 동안 규칙적으로 운동을 시켜 보았다(규칙적 운동은 신경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랬더니 어린 쥐의 경우에는 기억의 존속기간이 길어지고, 어른쥐의 경우에는 기억의 존속기간이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쥐한테 가한 화학적·유전적 처리를 지금 당장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인간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결과를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쥐나 인간이나 모두 `유아 기억상실증(infantile amnesia: 삶의 초기 몇 년 동안의 기억에 공백이 발생하는 증상)`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많은 동물종에서 나타나는 유아기의 신속한 신경형성은 `유아 기억상실증`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한 기니어피그와 데구(칠레産 설치류)를 대상으로 동일한 실험을 반복해 보았다. 이 두 가지 동물은 쥐보다 임신 기간이 길어서 태어난 후에 뇌의 성장이 더디다. 실험 결과, 데구와 기니어피그는 `유아 기억상실증`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진은 운동과 약물을 이용하여 뉴런의 증식을 촉진한 결과, `유아 기억상실증`과 비슷한 현상을 유도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굉장히 인상적이다. 연구진은 유전학적·약물학적·행동학적 처치는 물론, 종간 비교분석까지 총동원하여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고 스탠퍼드 대학교의 칼 데이서로스 교수(신경과학)는 논평했다. 데이서로스 교수는 2005년, (연구진이 언급한) 기억력에 관한 컴퓨터 모델을 발표한 바 있다(참고 4). 그는 자신이 10년 전에 발표한 모델이, 이제 와서 실험을 통해 타당성을 인정받은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보스턴 종합병원의 아마르 사헤이 박사(신경과학)는 "대부분의 선행연구들은 기억이 형성되기 이전의 신경발생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기억형성(학습)이 이루어진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다뤘다. 그리하여 연구진은 신경발생과 장기적 기억관리 간의 상관관계(relationship between neurogenesis and long-term memory management)를 좀 더 완벽하게 규명했다.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라고 논평했다.

출처 : http://www.nature.com/news/new-brain-cells-erase-old-memories-1.1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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