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국민건강’을 세월호에 태울 건가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4.05.01 08:54
  • 댓글 0

[라포르시안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지난 4월 16일 사고 발생 후 오늘(5월 1일)까지 탑승객 476명 중 사망자 213명에 실종자 89명. 세월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능하다면 지난 4월 16일, 그날 아침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또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결국 또 다른 누군가를 태운 세월호의 침몰을 막지 못했을 테고, 또 바닷물에 잠긴 뱃속에서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으리란 절망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동체가 사실은 얼마나 허술하고 엉망인지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난 열흘 넘게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을 욕하면서도 뜨끔했다. 카메라 앞에서 고개숙인 채 간간이 비치는 그 얼굴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감추고 싶은 어른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들킨 것 같았다. 침몰사고 초기부터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고 우왕좌왕하는 무능한 정부가 벌이는 '행정 재난'을 날마다 지켜봐야 하는 것도 큰 고통이었다. 

대체 어쩌다가 그 큰 배가 가라앉았을까. 하나둘 밝혀지는 침몰 원인을 보면 기가막히다. 안전불감증과 부패, 정부의 감독 부실 등이 만들어낸 총체적 부실 같다. 또한 세월호가 침몰한 배경에는 이전 정부와 현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한 규제 개선도 크게 한몫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노후선박 사용 연한을 늘리면서 일본의 퇴역 여객선인 세월호를 도입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에 25년이던 선령 연한을 30년으로 늘리면서 해운업체가 세월호 같은 퇴역 여객선을 도입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는 거다. 또 박근혜 정부 들어 선박·해운 관련 안전 규제 완화 조치가 잇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이익만 생각하고, 국민의 안전은 내팽개친 규제 완화가 세월호를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힌 한 원인이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그런데 세월호보다 더 큰 비극을 초래할지도 모를 우려스런 일이 보건의료 분야서 벌어지고 있다. 투자활성화 대책이란 명분으로 이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규제 완화 정책들 말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의사와 환자가 원격진료 활성화, 의료법인의 영리자법인 허용 및 부대사업 범위 확대, 법인약국 등 보건의료 분야의 규제 완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필요한 규제는 암덩어리고, 쳐부숴야할 원수'라는 적개심마저 표출했다.

대통령의 엄포에 관련 부처들은 앞뒤 재지도 않고 규제 완화를 위한 법개정에 몰입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가 파업까지 불사하면 반대한 의사-환자가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의료법인 영리자법인 허용과 부대사업 범위 확대는 국회의 법안심의조차 거치지 않겠다고 한다. 법개정을 통해야만 가능하다는 법률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관련법 시행규칙 개정과 '가이드라인' 제정만으로 추진하겠다며 고집불통이다. 정부 부처의 눈과 귀는 오로지 대통령의 표정과 대통령의 말을 살피고 듣는데 여념이 없다. 국민의 말과 표정따위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정부가 직접 밝힌 것처럼 보건의료 분야 규제 완화는 의료시장 확대와 새 일자리 창출이 주목적이다. 의료취약지 주민을 위한다는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는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조차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의료서비스 제공이란 병원 본연의 목적보다 오로지 돈벌이 영리추구로 내몰 수 있는 의료법인 영리자법인과 부대사업 확대도 막무가내다. 병원을 편법적인 수익사업으로 내몰고, 외부자본의 투자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조치다. 영리자법인과 부대사업을 통해 병원의 경영이 안정되고 수익이 생기면 시설과 인력에 재투자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정부의 논리에는 그냥 헛웃음만 난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의료문가인 의사들마저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의사협회가 대정부 투쟁 구호까지 내세우며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반면 규제 완화 정책으로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의료산업체 종사자의 일방적인 주장은 대통령이 메모까지 하면 귀담아듣는다. 정부도 맞장구치며 곧바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한다. 죽이 척척 잘 맞는다. 규제 완화가 누구를 위한 건지 짐작케한다. 규제가 풀리면 아마도 자본과 시장만 자유롭고, 정작 병원과 환자를 옭아매는 진짜 규제는 그대로 남을게 분명하다.

보건의료 정책은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다. 잘못 추진되면 언제, 어떤 식으로 수많은 국민의 목숨과 건강을 빼앗아 갈지 모른다. 세월호 사고처럼 겉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의료의 특성상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에 위해를 가하더라도 그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고, 책임소재를 따지기도 힘들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참담한 비극을 눈앞에서 확인해야만 멈추려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다.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하겠다는 건 너무 어리석고 위험한 짓이다.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상기 편집부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