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아프리카의 공중보건 당국자들은 이제 한시름 덜게 된 것 같다. 사람을 쇠약하게 하고 때로는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질병, 이름하여 수면병(sleeping sickness)을 옮기는 주범으로 알려진 체체파리(tsetse fly, 학명 Glossina morsitans morsitans)의 유전체 염기서열이 해독되었기 때문이다.

무려 3억 6,600만 bp에 이르는 체체파리의 염기서열이 해독됨으로써, 파리의 시각, 먹이, 생식전략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Science에 실린 이번 논문의 주요저자인 예일 공중보건대학원의 제프리 아타도 교수는 "우리의 연구결과는 체체파리에 대한 기초연구 능력을 배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체체파리는 수면병을 일으키는 원충류 기생충(trypanosome)을 옮기는데, 이 기생충은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에서 인간에게 수면병(trypanosomiasis이라고도 부름)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가축에게도 이와 비슷한 질병(nagana)을 일으킨다. 파리를 포획하여 죽이는 등의 방법이 환자 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면병의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약 7,000만 명의 주민들이 수면병의 공포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이번에 체체파리의 게놈이 해독됨으로써, 과학자들은 체체파리의 특징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체체파리의 개체수를 줄이는 효과적 수단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G. morsitans는 수면병 연구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파리 종(種)인데,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동물을 주로 공격하기 때문에, 연구하기에 안전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따라서 G. morsitans의 생물학적 행동적 특징은 이미 상당 부분 알려져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번에 게놈 염기서열이 해독됨으로써, G. morsitans의 행태(예: 섭식행위)가 더욱 명확히 이해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친척뻘에 해당하는 모기나 모래파리(sand flies) 등이 별식(別食)으로 식물의 즙도 빨아먹는 데 반해, 체체파리는 오로지 동물의 피(血)만을 빨아먹고 산다. 이번 연구의 저자들은 모두 국제 글로시나 게놈 이니셔티브(International Glossina Genome Initiative)에 소속되어 있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체체파리는 동물의 피를 분해하고 이를 견뎌낼 수 있는 유전자를 추가로 보유하고 있으며, 탄수화물의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체체파리가 당(糖)을 먹지 않는 이유를 밝혀주는 증거다.

한편, 이미 알려져 있는 체체파리의 흥미로운 특징 중 하나는 `파란색과 검은색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체체파리를 잡아 죽이는 방충망을 설계할 때 이용되는 형질이었지만, 체체파리가 특정한 색깔을 선호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지금껏 밝혀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그 원인을 밝힐 수 있는 몇 가지 실마리가 나왔다. 그것은 체체파리의 눈이 특정 파장의 광선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 `특정 파장의 광선`에 청색광이 포함되는 것은 믈론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예일 공중보건대학원의 세라프 액소이 교수는 "수면병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방법 중 하나는 `체체파리의 개체수를 통제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파리의 번식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암컷 체체파리는 특이하게도 알을 낳지 않으며, 자궁 속에 유충을 품은 상태에서 우유 비슷한 물질(milk-like substance)을 이용하여 영양을 공급한다. 이 `우유 비슷한 물질(이하 `우유`라고 함)`을 구성하는 단백질 중 일부는 선행연구에서 이미 밝혀졌지만(참고 2), 이번 연구에서는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즉, 이번 연구에서는 신원미상의 단백질이 발견되었는데 저자들은 이것이 `우유` 속의 지방과 수분을 결합시키는데 관여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의 작용방식이 밝혀질 경우, 체체파리의 `우유`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자라나는 유충을 굶겨 유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브라이언 위그먼 교수(곤충학)는 "이번 논문은 완벽한 생물학 논문이다. 그것은 곤충에 관한 생물학적 지식을 게놈 수준으로 확장시켰다"고 극찬했다. 그는 "나는 지난 10년 동안 파리, 특히 각다귀(gnats)와 모기를 포함하는 쌍시류(Diptera)의 계통발생도를 작성하는데 전념해 왔다. 체체파리의 게놈은 `파리가 다재다능한 적응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원인`과 `파리가 다른 종(種)들로부터 분화한 과정`을 유전체 수준에서 이해하게 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와는 별도로, 현재 5개의 체체파리 유전체가 추가로 해독되고 있는데 이중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수면병을 초래하는 강기슭 파리(riverine fly)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연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아타도 교수는 말했다. 4월 24일, PLoS(Public Library of Science Science)가 운영하는 여러 개의 저널에는 한 편의 사설과 두 편의 역사적 개관, 그리고 8건의 연구논문이 실려, 체체파리의 게놈과 생물학적 특성을 다뤘다. 이 논문들에 실린 내용 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새로 발견된 우유 단백질에 관한 상세한 분석이다.

출처 : http://www.nature.com/news/decoded-fly-genome-offers-clues-about-sleeping-sickness-1.15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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