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지구에 대규모 '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 추

외국 영리병원체인 등 투자유치 모색…"정부에 규제 완화 요청"

▲ 사진 왼쪽부터 강남차병원, 차바이오앤, 차움 건물

[라포르시안 김상기 기자]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의료법인의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과 부대사업 범위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대규모 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이 추진된다.

청라 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의 추진 주체는 차병원그룹의 계열사인 (주)차헬스케어다.

이 회사는 정부의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의 최대 수혜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곳으로, 이번 사업 추진이 투자활성화 정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을 계기로 차병원그룹이 병원과 의과대학, 제약업체, 의료기기, 기타 의료연관업체 등을 다 아우르는 '의산복합체'의 모습을 갖추고, 영리화를 가속화시키는 의료정책 추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28일 (주)차헬스케어와 ‘청라 의료복합타운’ 조성을 위한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차헬스케어는 인천 청라지구내 투자유치용지 약 26만㎡ 부지에 오는 2018년까지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의료복타운을 조성하게 된다.

차헬스케어는 이 곳에 각 진료과목별 전문병원과 함께 교육 및 연구시설, 메디텔 등의 의료지원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눈여결 볼 대목은 이번 사업 추진에 외국의 거대 병원체인 등을 유치해 자본 투자는 물론 직접 병원 설립에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 의료헬스케어팀 관계자는  "이 사업에 소요되는 재원 조달은 전적으로 차헬스케어 측에서 맡는다"며 "현재 차헬스케어 측에서 현재 미국 측 병원체인과 싱가포르 등의 유명 병원을 상대로 투자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헬스케어간 체결한 사업협약은 양해각서(MOU) 수준이다. 차헬스케어가 약 3개월 뒤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비로소 본계약이 체결되고, 토지구매 등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가게 된다. 

차헬스케어는 앞으로 3개월 간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마련하는 동시에 외국병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의료복합타운에는 국내 전문병원은 물론 외국영리병원과 메디텔 등의 시설이 함께 조성될 예정"이라며 "지리적으로 인천국제공항, 인천항 등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의료복합타운이 조성되면 국내 의료관광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차병원 의료복합타운 조감도

차병원그룹 산하에 종합병원만 4개…제약바이오 계열사 12개·줄기세포 등 연구소 7개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차병원그룹을 정부의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 추진에 따른 실질적인 수혜업체로 꼽고 있다. 앞서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김태훈 정책위원은 지난 1월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의 수혜 기업은'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런 분석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정책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차병원이 별도 법인으로 설립되고, 성광의료재단만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시스템에 공개되고 있어서 경영 상황을 투명히 알 수 없지만 차병원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연 1조5,000억원~1조8,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차헬스케어의 모그룹인 차병원그룹은 의료법인 성광의료재단이 운영하는 곳으로, 산하에 병원을 비롯해 의료바이오 관련 계열사, 연구소 등을 두고 있다.

차병원그룹은 차움, 강남차병원, 분당차병원, 구미차병원 등 종합병원 4개와 분당 차여성병원, 대구 차여성병원, 강남 차여성의학연구소 등 여성병원 3개를 두고 있다.

이 중에서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최고급 건강검진센터인 차움은 의료서비스와 다른 계열사의 부대사업을 동시에 제공하는 편법적인 영리병원으로 지목받고 있다.

또한 차헬스케어, 차바이오앤, 차백신연구소 등의 의료바이오 관련 계열사 12개, 차움 국제줄기세포 임상시험센터, 판교 종합연구원 등 연구소 7개를 운영하고 있는 의료헬스케어 전문그룹이다.

계열사 중에서 차병원그룹 계열의 병원사업과 바이오신약 개발업체인 차바이오앤은 2013년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7,360억원에 달하며, 올해 들어서는 시총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미국 LA에 해외 역진출 1호 종합병원인 CHA 할리우드 장로병원과 불임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 출처 : 사회진보연대 의료민영화 쟁점 분석 보고서

김 정책위원은 보고서에서 "차바이오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부대사업에 한정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하지만 의료서비스와 부대사업 서비스가 차움이라는 같은 건물에서 같이 제공되고 있어서 실제로 구분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투자활성화 계획에서)부대사업으로 추가 허용하려는 사업들은 대부분 차병원 그룹, 특히 차바이오앤이 직접 하거나, 차바이오앤의 자회사를 통해 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움을 통해 실질적인 한국형 영리병원 모델을 제시하면서 의료서비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차병원 그룹의 정·재계 영향력을 고려해보면 투자활성화 계획이 차병원의 기획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청라 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의주시 하고 있다.

특히 외국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어떻게 추진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 의료헬스케어팀 관계자는 "의료법인 영리자업인 허용과 부대사업 범위 확대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의 추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외국 영리병원 규제 완화와 관련해 정부 측에 요청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만일 정부가 추진 중인 투자활성화 대책과 외국 영리병원 설립 요건 완화가 추진될 경우 차병원그룹은 병원자본과 의료연관산업을 포괄하는 거대한 '의산복합체'가 될 수도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지난 2월 23일 서울의대 함춘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진단과 처방’ 주제의 토론회 발제에서 "영리자법인 허용 이후 의약품 판매와 호텔사업도 할 수 있게 되면 이는 사실상 병원 자체를 영리병원으로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은 병원들이 대놓고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정책이며, 이는 한국 의료계 전반의 의산복합체 형성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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