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 영국의학저널(BMJ) 온라인판에 게재된 코크란리뷰 보고서. http://company.bmj.com/content/tamiflu-relenza-how-effective-are-they

[라포르시안]  "각국 정부들은 계절성 및 범유행성 인플루엔자를 대비해 수십억 달러어치의 항바이러스약물을 비축하느라 괜한 돈 낭비를 했다." 이것은 지난주 세계적인 비영리 의학전문가 그룹이 미발표 임상시험 연구결과를 분석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영국 옥스포드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 과학자 조직인 코크런연합(The Cochrane Collaboration)은 지난 4년간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성분명: oseltamivir)의 효능을 줄기차게 비판해 왔지만, `제한된 미발표 데이터에 근거했다`는 역공을 받아 왔다.

그러나 코크런연합은 유수의 의학전문지 BMJ(British Medical Journal)와 함께 `타미플루에 관한 미발표 자료를 총망라하는 조사를 벌이자`는 기치를 내걸고 캠페인을 진행한 끝에, 지난 4월 9일 500페이지 이상에 달하는 장문의 메타분석 보고서를 BMJ에 발표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과학자들은 "상세한 조사는 반가운 일이지만, 이번 보고서에는 새로운 별로 것이 없으며, 타미플루 비축을 중단하게 할 만큼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타미플루 비축을 위해 영국 정부는 미화 7억 1,000만 달러, 미국 정부는 15억 달러의 엄청난 금액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4월 7일 코크런연합의 대표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항바이러스제의 효과는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미리 비축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지출한 천문학적 금액은 하수구를 타고 흘러내려갔다"고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이자 (임상시험의 투명성을 주장하는) AllTrials의 공동창립자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산하 근거기반의학센터(Centre for Evidence-Based Medicine)의 칼 헤네건 소장은 말했다. 현재 영국 정부는 유통기한이 만료된 일부 타미플루를 대체하기 위해 5,000만 유로의 추가지출을 고려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타미플루 비축에 추가지출을 해서는 안 된다"고 헤네건 소장은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저자들이 타미플루 비축 중단을 권고한 것은 이번 연구결과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산하 호흡기감염센터의 피터 오픈쇼 소장은 Science 미디어센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보다 잘 설계된 투명한 임상시험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지난 5년간 축적돼 온 엄청난 양의 긍정적 증거를 깡그리 무시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논평했다.

이와 관련해 2002년 타미플루를 EU에서 사용하도록 승인한 유럽의약품청(EMA)은 "우리는 코크런연합이 발표한 20개의 임상시험 보고서를 검토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우리는 타미플루와 관련된 기존의 위험편익평가(risk-benefit assessment) 결과를 지지한다"라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헤네건과 또 한 명의 공동저자인 톰 제퍼슨은 "제약사들이 수행한 임상시험은 다단계 부실로 얼룩져 있으며, 저널에 발표된 내용도 불완전하다"고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BMJ의 편집장인 피로나 고들리도 "규제기관들은 타미플루를 승인하는 데 있어서 분명하고 투명한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 한마디로 의약품의 규제절차는 완전히 붕괴되었다"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 코크란연합 홈페이지 초기화면.(http://www.cochrane.org/)

이번에 코크런연합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타미플루가 인플루엔자로 인해 고통받는 기간을 약간(성인의 경우 한나절, 어린이의 경우 하루) 덜어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플루엔자로 인한 병원 입원이나 합병증(예: 폐렴)을 예방한다는 주장에는 신빙성이 없다"고 한다. 이는 각국 정부의 타미플루 비축 결정에 영향을 미친 2003년의 메타분석 결과)와 배치된다.

나아가 코크런연합은 "타미플루가 정신장애나 신장기능 장애와 같은 부작용의 위험을 약간 증가시킨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그러나 코크런연합은 타미플루와 유사한 항바이러스제인 리란제(성분명: zanamivir)에 대해서는 `다소 효과가 있다`고 인정함으로써 미 FDA와 같은 의견을 보였다.

영국 노팅엄 대학교의 공중보건 연구자인 조너선 뉴엔반탐은 "코크런연합의 이번 보고서 내용에 전체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코크런연합이 검토한 임상시험 자료들은 `건강상태가 양호한 환자들(계절성 인플루엔자에 걸린 것을 제외하면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이다. 2009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H1N1 인플루엔자에 감염됐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타미플루가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증거가 보고된 바 있다. 예컨대 내가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는(참고 5), 타미플루가 환자의 사망률을 20% 감소시키며, 특히 인플루엔자에 걸린 후 이들 이내에 투여하면 효과가 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크런연합은 상당수의 관찰연구 결과들을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마크 립시치 교수(역학)는 "최근 몇 년 동안 코크런연합이 메타분석에 포함시키는 `합당한 임상시험`의 기준은 점점 더 엄격해져 왔다. 급기야 그들은 무작위실험이 아닌 것은 모두(또는 거의) 메타분석에서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무작위 임상시험과 비무작위 임상시험은 물론, 다양한 수준의 정밀성을 지닌 임상시험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이번 보고서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코크런연합의 연구는 영국의회의 소위원회가 `타미플루의 실제 효과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린 후 영국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실시되었다. MUGAS(Multiparty Group for Advice on Science)라는 별도의 그룹도 타미플루에 관한 데이터를 검토 중인데, 그 결과는 올해 말에나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코크런 연구자들은 "MUGAS가 로슈(타미플루의 제조사)의 자금지원을 일부 받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코크런연합의 저자들은 세계보건기구(WHO)를 향해 "타미플루를 필수의약품 목록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WHO는 코크런연합의 권고사항을 검토해 보겠노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제퍼슨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대중들에게 `대외적으로 공표된 데이터나 이해관계자들의 결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객관적 정보 자체만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www.nature.com/news/report-disputes-benefit-of-stockpiling-tamiflu-1.1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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