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건강증진연구소 < 서리풀 논평 - 갑상선암 논란을 보는 시각>

[라포르시안]  갑상선암이 갑자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꽤 어렵고 혼란스럽다. 여러 언론이 설명하고 나섰지만 사정이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초점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혼란을 더한다. 논쟁을 한다고 하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검진이 문제인가, 치료가 문제인가. 또는 환자들 때문인가, 의사 때문인가. 보통의 평범한 시민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가가 아닌 시민의 입장에서 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1. 발견된 갑상선암(또는 의심되는 종양)을 어떻게 하나

스스로 알았든 검진에서 나왔든, 발견한 종양을 어떻게 치료할까 하는 문제.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전문가 아닌 사람들이 논란을 벌일 것이 많지 않다. 각각의 경우에 따라 무슨 조치를 해야 하는지 전문가 단체가 지침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침이 있어도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아주 없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이런 일이야 본래 토론과 연구를 통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다만 과학적 근거에 따라 만든 지침이 잘 지켜지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여기에는 의료가 자리 잡은 사회적, 경제적 배경과 의료제도, 전문가의 책임과 윤리가 함께 작용한다. 퍼뜩 상업과 영리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 지금의 의료 상황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 정도로 그치는 것이 좋겠다.

2. 갑상선암을 조기 발견하는 건강검진을 해야 하나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아무 이상이나 증상이 없는 사람들도 갑상선암을 조기에 찾아내는 건강검진을 꼭 해야 할까. 이런 연구를 주로 하는 한 공공 연구기관(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미리 분석을 해 놓은 것을 참고하자(2014년 4월 3일 보도자료  바로가기 ).

좀 전문적이지만 2013년에 발간한 자료의 원문을 인용한다.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의 선별검사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결론이다.

“모든 핵심질문에서 ‘불충분함(inadequate)’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연구결과와 근거수준을 종합해볼 때 무증상 성인에게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의 선별검사는 순 이득의 확실성은 ‘낮음(low)’으로 평가되며, 이에 따른 권고의 강도는 ‘불확실함(insufficient)’으로 평가된다.”

이득으로만 보면 아무런 혐의(?)가 없는 사람에게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하는 근거는 부족하다. 그러나 이어지는 최종 결론은 그야말로 ‘불확실’하다. “따라서 현재 무증상 성인에게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의 선별검사에 대해 이득과 위해의 균형을 평가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권고에서 ‘불확실’이란 조기검진을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각자 알아서들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정말 ‘마음대로’ 할까. 실제로는 ‘합리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판단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어느 나라, 어느 권위 있는 전문가 단체도 이런 식의 조기검진을 권고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2014년 3월 20일에 최종 수정했다고 쓰여 있는 미국암협회의 권고는 이렇다(바로가기).

“혈액검사나 초음파 검사로 갑상선의 변화를 흔히 발견할 수 있으나, 갑상선암의 선별검사로 이런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단, 갑상선암을 앓은 가족이 있는 경우처럼 갑상선암의 위험이 높은 개인은 예외로 한다.”

영국갑상선협회의 권고도 비슷하다(영국갑상선협회의 갑상선암의 관리지침 3판 초안, 22쪽, 2014년. (바로가기). “현재로서는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갑상선암을 발견하기 위한 선별검사는 없다.”

한국도 다를 이유가 있을까. 국가암검진 권고안에서는 아예 가타부타 대상이 아니다. 가정의학회가 펴낸 ‘한국인의 평생건강관리’(2009년)에는 무증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갑상선암 조기검진을 할 필요가 없다고 되어 있다.

3. 초음파 검진의 손익계산

한국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주요 나라 평균의 열 배가 넘는다는 것이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으니 같은 내용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정상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그러니 다른 나라 사람들도 관심이 많다).

합리와 논리로 생각해 보자. 병 자체가 갑자기 더 많이 생겼다고 할 근거는 부족하다. 조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하더라도, 증가 속도로 보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나 폭발적 증가는 지나치다. 발병률이 늘었다기보다는 ‘발견율’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검진을 많이 하면 전에는 모르고 지나쳤던 것까지 발견된다. 물론 그 중에는 그냥 지켜봐도 될 것도 많다. 그러나 암일 수도 있다는데, 암으로 진행될지도 모르는데, 그냥 아무렇지도 않을 의사와 환자는 거의 없다. 결국 더 많은 조기검진은 더 많은 암의 발생(발견)과 치료로 이어진다. 이런 시나리오 말고 다른 이유를 제시할 수 있을까.

초음파 검진이 많다는 간접적인 증거들이 있다. 앞서 말한 자료를 보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3,6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갑상선 초음파 검진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평생 한번이라도 검진을 받은 사람)이 23.3퍼센트에 이르렀다. 성인 4명 가운데 한 명 꼴이다.

검진을 많이 받으니 비용이 많이 지출되는 것도 당연하다. 연구원이 추정한 지출 비용은 2011년 현재 한해 최소 1,210억 원에서 최대 4,534억 원에 이른다. 중앙 정부의 한 해 결핵관리 예산이 360억 원 지방의료원 지원 예산이 600억 원 남짓이니, 이게 어느 정도나 많은 돈인지 짐작할 것이다.

검진이 항상 좋은 결과로 끝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보건의료연구원이 조사한 초음파 검진자의 결과는 나누면 ‘정상’이 70.7퍼센트, ‘결절’이 23.6퍼센트, ‘암’이 1.9퍼센트였다. 이론적으로는 지침대로 하면 되지만, 각자가 겪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건강해지는 것이 이득이라고 한다면, 돈을 빼고도 여러 가지 비용(추가적인 진료, 심리적 부담, 직업, 가족 등 온갖 간접비용)이 상당할 것이다. 당연히 손익을 견주어야 한다.

수술 후의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다. 갑상선암을 수술한 환자 중 일부에서는 합병증이 생긴다. 보건의료연구원 조사로는 수술 받은 사람 가운데 10.6퍼센트에서 부갑상선 기능저하증이 그리고 2.3퍼센트에서는 성대 마비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 모든 것에도 평균적으로 더 오래 살고 건강해지면 감수할 만하다. 그런데(!) 이런 저런 비용과 결과를 비교할 때 명확하게 이익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한다. 자료가 더 모여야 알 수 있다고는 하나, 일찍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분명한 이익이 아니라면….

4.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정리하자. 지금 갑상선암의 증가는 비정상적으로 높고, 모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과잉’ 진단의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에는 다른 무엇보다 지나친 초음파 검진이 이유로 작용한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제 논쟁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보통의 시민이든, 전문가든, 또는 정부든 이 문제에 답을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질문을 요약하면 이렇다. “증상이 없는 모든 성인이 초음파 검진을 받는 것이 옳은가?”

어떤 나라나 경우를 참고하더라도 이 검진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결론나지는 않으리라. 그렇다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불필요한’ 검진을 줄이는 것이 행동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요인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꼭 갑상선이 아니라도 전반적으로 건강검진이 크게 왜곡되어 있다. 별의 별 검진이 다 있는 것 자체가 비틀어진 모습이다. 모든 검진(선별검사)이 다다익선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확립된 상식이자 정설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검진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경우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중요한 건강문제여야 하고, 쉽고 정확한 검사 방법이 있어야 하며, 조기 발견 후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이익이 손해보다 커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 (검진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모든 종류의 건강검진에서 이런 원리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환자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그렇지 않으면 구색을 갖춘다는 명목으로, 근거와 원칙을 저버린 지 오래다. 뇌종합검진(‘브레인 도크’), 안과종합검진, 치매예방 종합검진까지 이르면 한국은 온갖 건강검진이 실험되고 남용되는 현장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 다시 검진의 지침을 잘 고쳐 정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인데다 구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검진이 의료기관이 수익을 올리는 중요한 ‘상품’이라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흔히 공공성이 요구되는 다른 진료와 달리 일반적인 상품에 아주 가깝다(효도 상품이나 상품권을 생각할 것!). 거듭 강조하지만 검진이 번성하는 근본 원인은 한국 의료의 상업과 영리 구조에 있다.

갑상선 검진 역시 이런 구조의 일부를 이룬다. 벌써부터 갑상선 검진을 한다는 의료기관은 차고 넘친다. 심지어 국가 암관리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국립암센터도 예외가 아니다. 암예방검진센터란 곳에서 ‘정밀검진’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한다고 명시해 놓았다(바로가기).

게다가 검진 지침은 기계적일 수 없고 유연해야 한다. 개인의 특성과 위험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 결국 전문가가 맞춤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회색지대’가 그만큼 넓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의료인의 판단과 행동 경향은 윤리나 전문성보다는 제도와 체계의 특성(예를 들어 의료 분쟁이나 이윤 창출의 가능성)에 좌우되기 쉽다.

갑상선암 검진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다시 의료의 상업화, 영리화라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 또는 완화는 두 가지 경로를 모두 밟아야 한다. 하나는 제대로 된 지침을 만들고 잘 지키는 미시적 차원, 또 다른 하나는 공공성 강화라는 보편적이고도 구조적인 접근이다. 아마 쉽지 않겠지만 피할 수도 없는, 이 시대의 두 가지 의무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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