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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화의 Book소리] 세상의 중심으로 나를 이끄는 글쓰기나를 바꾸는 글쓰기 / 송준호 지음 / 살림출판사 펴냄, 2013년

[라포르시안]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쓰는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주변에 계신 분들에게도 책읽기와 글쓰기를 권하게 됩니다. 책을 읽을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답변하시는 분에게는 책읽는 시간을 따로 낼 필요 없이 그저 자투리 시간이라도 책을 붙들고 읽다보면, 머지않아 늘상 책을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책을 꽤 읽으시는 분들 가운데는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한 줄이라도 좋으니 일단 책을 읽고 얻은 느낌을 적어보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사실 저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는 독후감을 적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블로그를 만들면서 책을 읽은 느낌을 글로 남기려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적은 독후감은 원고지 3매 정도에 불과하였습니다만, 이내 12매로 늘어나게 되고, 라포르시안에 연재를 시작하는 리뷰의 경우는 원고지 40매 정도를 매주 써내고 있습니다.

이메일을 통하여 혹은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짧은 글을 써 올리는 분들은 적지 않은 요즈음입니다. 그런 곳에서 활발하게 글쓰기를 하시면서도 스스로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디지털 매체를 통하여 써 올리는 글도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소리를 읽으시는 독자 중에도 글쓰기에 부담을 가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이번 주에는 송준호 교수의 <나를 바꾸는 글쓰기>를 소개합니다. 소설가인 송준호 교수는 대학에서 ‘소설창작’과 ‘글쓰기 지도법’을 강의하고 있고, <좋은 문장, 나쁜 문장> 등 글쓰기와 관련된 여러 권의 저서를 냈습니다. 저는 요즘도 가끔 손편지를 주고받기도 합니다만, 편지를 써 본 기억이 가물거리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편지를 써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 낭만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도 필력이 달리는 젊은이는 글 잘 쓰는 친구에게 부탁을 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편지쓰기는 좋은 글쓰기 훈련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메일이 손편지를 대신하게 되면서 전하고 싶은 내용만 간략하게 요약하면서 사람들은 이메일을 포함한 인터넷매체에서 글을 읽을 때 F패턴으로 글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말씀을 데이비드 미킥스의 <느리게 읽기>를 통하여 지난주에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터넷 매체의 특성에 맞게 글을 쓸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복잡하고 한계가 없다는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아날로그 글쓰기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셔야 합니다. 디지털매체에 글을 쓸 때 ‘출처를 정확히 표기하자.’와 ‘그 일을 한결같이 하자’는 두 가지를 반드시 기억해야한다고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의 저자 이강룡님은 강조한 바 있습니다.

자, 그러면 <나를 바꾸는 글쓰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저자는 글쓰기와 관련된 네 가지의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먼저 ‘왜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글쓰기가 사람을 만든다’라고 답하였습니다. 텅 빈 백지상태로 태어난 인간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육체적, 정신적 경험을 통하여 자신을 가다듬고 키워가게 됩니다. 그런데 자신의 내면을 다듬어 키우는 방식으로는 ‘글쓰기’만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러냐구요? 대체적으로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독서량이 풍부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즉 독서를 통하여 타인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의 글쓰는 방식을 배울 수 있게 됩니다. 글쓰는 사람은 늘 쓸거리를 찾아 주변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버릇이 생기게 됩니다. 다양한 독서를 통하여 대상의 가치를 주관적이고 독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뿐만 아니라, 이견이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글재주가 신통치 않다고 지레 포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자는 ‘안 쓰고 못 쓰면 나만 손해다’라고 잘라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태어날 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죠. 글솜씨도 갈고 닦는 대로 늘고 빛나게 되는 것입니다.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만, 북송(北宋)의 문인 구양수(歐陽脩)는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삼종 세트가 좋은 글을 쓰는 핵심이라고 하였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그리고 많이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저자가 권하는 ‘행복한 글쓰기’는 “눈에 보이는 것이면 무엇이든 자세히 관찰하고, 그 대상에 자신만의 생각을 불어넣자. 그리고 다양하게 상상해보는 습관을 갖자. 그러면 나도 쓸 수 있다.(44쪽)”라는 것입니다.

‘무엇을 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은 ‘쓸거리는 어느 곳에든 있다.’입니다. 글감은 바로 당신의 곁에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파랑새에 관한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쓴 6막 10장의 희곡 <파랑새; L'Oiseau bleu>는 1908년 9월 30일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가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수많은 영화와 소설로 제작되었습니다. 틸틸(Tyltyl)과 미틸(Mytyl) 남매가 꿈속에서 요정과 함께 파랑새를 찾으러 추억의 나라와 미래의 나라 등으로 여행을 하지만 파랑새를 찾지 못했는데, 정작 파랑새는 자신들의 새장 안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즉 ‘행복은 손이 미치지 않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가까이에 있다’라고 말하는 몽상극(夢想劇)입니다. 그렇습니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글쓰기에서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글감은 바로 당신의 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찾아내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바로 누구나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연탄재를 글감으로 놀라운 시를 뽑아 올린 안도현 시인처럼 말입니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제목의 시(“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를 읽으면 저절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75쪽).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읽는 맛이 나야 글이다’라고 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김용택 시인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어렸을 적에 4형제들 가운데 유독 심부름을 저에게만 시키시던 어머니께서 언제 그랬냐고 하시더라는 내용을 담은 글을 읽으신 김 시인께서는 먼저 잘 쓴 글이라고 칭찬을 해주시면서도 사건을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재미가 있는데 그런 점이 아쉽다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제가 글쓰기를 중도포기 할까봐 용기를 북돋워주시려는 배려에서 하신 말씀이겠거니 싶었습니다. 역시 읽는 맛이 나야 글이라는 저자의 말씀을 듣고서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아도 아주 건조하고 사무적인 느낌이 들더라는 것입니다. 글은 일단 읽는 맛이 나야 하고,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 맞습니다.

‘재미만 있으면 될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저자의 비유대로 음정과 박자가 노래의 기본이듯이 글의 기본은 단어와 문장인데, 음정과 박자를 제대로 맞춰서 노래를 불러야 들어줄만 한 것처럼 좋은 글 역시 단어와 문장을 올바르게 구사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한글 프로그램이 좋아서 맞춤법에 어긋나는 글쓰기를 바로 잡아 주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 단어의 용례와 맞춤법 등에 관심을 기울여 익히는 것이 옳은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자는 다양한 용례를 인용하면서 첨삭지도 하듯 좋은 글을 쓰는 요령을 설명하고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습니다. “문장의 골격인 주어와 서술어를 올바르게 호응시키고, 우리말 고유의 특성을 살린 문장을 쓰는 것, 그리고 단어와 구절을 제대로 연결하되 가급적 짧게 끊어서 뜻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야말로 글의 혈관을 시원하게 뚫는 길인 것이다.(171쪽)”

자, 이제는 글솜씨를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결정적 한 방은 바로, ‘당신의 상상력이 필력을 결정한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요즈음 얼마 전에 다녀온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여행기를 쓰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저자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생들에게 각자 보고 느낀 점을 적어보라고 했더니 스무 장도 넘게 써온 학생(A)이 있는가 하면 한 장도 채우지 못한 학생(B)이 있더라는 사례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두 사람의 어떤 점이 이런 차이를 가져왔는지 비교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대목입니다. 그대로 인용하기에 부담스러운 분량이라서 요약을 해보면, A학생은 여행을 앞두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중요한 점을 미리 메모해두었고, 여행을 하면서 인상적인 장면을 스마트폰에 담고, 그날 보고 들은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두었던 것입니다. 반면 B학생은 출발에 앞서 들떠 있는 바람에 별 준비가 없었고, 여행지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열을 올렸으며, 저녁에는 선생님 모르게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면서 흥겨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별로 기억에 남을 일이 없었던 것입니다. 사실 여행은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하여 모든 것을 검토하고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지에서는 미리 공부한 내용을 확인하고 온전하게 느끼도록 하며, 느낀 점은 바로 메모해두어야 합니다. 결국 좋은 여행은 좋은 준비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여행지에서의 느낌을 적을 때는 자신의 상상을 보태는 것도 좋겠고, 책에서 읽은 좋은 대목을 인용하여 비유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앞서 디지털시대의 글쓰기 요령을 이야기 하면서 ‘정확한 출처 표기’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한 것은 글에서 진실성이 담겨야 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 글을 읽는 독자는 이내 관심이 시들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허구를 실제인 양, 짜 맞추는 테크닉도 필요하다는 역설을 내놓고 있어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모든 글을 허구다.(212쪽)’라고 전제하면서 실제로 벌어질 수 없는 이야기를 잘 꾸며 쓰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겪지 못한 일이거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도 읽는 이가 납득할 수 있도록 그럴싸하게 꾸밀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읽는 이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일이라고 강변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에 입각해서 적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대하여 저자는 ‘글쓰기, 이제 시작하자’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숙제로 일기를 써본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적어도 방학일기라도 말입니다. 저는 학교에는 제출하지 않았습니다만, 중학교 2학년 무렵 시작한 일기쓰기를 예과를 마칠 무렵까지 꾸준하게 썼습니다. 어쩌면 저의 글쓰기에 밑거름이 되었을 일기쓰기였는데, 결혼하고서 장롱 속에 간직해둔 그 일기들을 읽다가 어찌나 치졸해보였던지 내다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짓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저자는 “글을 쓴다고 누구나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적어도 우리를 각자의 삶을 충실히, 그야말로 사람답게 살아가게는 해준다.”고 적었습니다. 즉, 글쓰기는 나를 세상의 중심으로 이끄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시작하십시오. 글쓰기를….[알려드립니다!] 독자 여러분과 2년 반에 가까운 세월을 함께 해오고 있는 <양기화의 북소리> 코너는 라포르시안의 창간을 축하하는 의미로 서평을 하나 써줄 것을 요청받았던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일과성의 서평에 그치지 말고 고정코너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진 덕분에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양기화의 북소리>가 인연이 되어 KBS 1TV 'TV 책을 보다'란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했습니다. 지난 2월 '북소리' 코너에서 소개했던 영국 작가 조조 모옌의 <미 비포 유>의 내용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녹화에 초대받았는데, 4월 5일 혹은 12일 오전 10시 반에 방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미 비포 유' 책소개 바로가기>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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