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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진짜 의료대란 징후 못보는 청맹과니 정부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4.03.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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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가 전회원 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결의했다. 총파업 찬투표에 현직 의사 9만0,710명 중 절반이 넘는 4만8,861명이 참여했다. 투표 참가자 중에서 76.69%인 3만7,427명이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다. 총파업이 가결됨에 따라 의협은 예고한 대로 오는 10일을 기점으로 총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총파업에 따라 의료기관의 집단 휴진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의협이 총파업을 결의해도 실제 참여율이 낮아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차질을 빚는 '의료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맞는 말이다. 의사 파업에 따른 집단 휴진이 현실로 다가오더라도 그로 인한 의료대란은 없을 거다. 그보다 이미 국내 의료시스템 곳곳에 의료대란에 버금가는 위기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의료대란의 위기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지만 눈치채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몇 가지만 짚어보자. 낮은 분만수가와 의료분쟁에 따른 부담 때문에 분만을 포기하는 산부인과 병의원은 갈수록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분만을 받은 실적이 있는 산부인과 병의원 수는 2004년 1,311개소에서 2010년에는 808개소로 줄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방은 물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임신부가 출산을 위해 큰 도시 병원을 찾아가는 '출산 난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모성사망비가 높아지는 있다는 것은 심각한 위기 징후다. 

지역의 응급의료 상황은 열악하다 못해 붕괴 직전이다. 군단위 지역에 응급의료기관은 이름만 내걸었을 뿐 제대로 된 시설이나 인력도 갖추지 못해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제기능을 수행하기 힘든 곳이 많다. 응급실을 폐쇄하는 지방병원이 적지 않다. 응급실을 운영할수록 적자가 쌓여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등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올해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 육성 예산을 삭감, 35개 군 지역에서 응급의료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방에선 공공병원이 강제로 폐업하고, 또 민간에 매각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경남도가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강제폐업하더니 강원도에서도 경영이 어려운 지방의료원을 민간에 매각하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전체 의료기관 중에서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5~6%에 불과한데 그마저 없애지 못해 안달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여전히 낮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9년 65%에서 2010년 63.6%, 2011년 63%, 2012년 62.5%로 최근 3년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보장성은 떨어지는데 건강보험 재정 흑자는 쌓여간다. 건강보험 재정은 2011년 흑자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다. 작년에는 3조6446억원이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누적 흑자가 11조를 넘어섰다고 한다.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의료기관 이용은 감소 추세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가계소득이 줄자 가장 먼저 의료비 지출 부담부터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3년도 진료비통계지표’를 보면 건강보험 가입자 1인당 의료기관 이용일수 주에서 외래 방문일수가 전년도 대비 0.1일 감소했다. '전국민 건강보험시대'라고 하지만 보험료 장기체납으로 급여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급여제한자도 의외로 많다. 건강보험 혜택이 정지되는 6개월 이상 장기체납 세대가 150만 세대를 넘는다. 소득 수준별로 경제적 이유로 인한 병의원 미치료율이 하위계층과 상위계층간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불어나는 건강보험 재정 흑자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 감소에 따른 보험료 지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들도 경영난이 심각하다. 심평원의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5년간 의원급 의료기관의 폐업 건수는 매년 1,500~1,600여 곳에 달했다.  2012년 기준으로 30대와 40대가 원장인 동네의원의 폐업건수는 각각 256곳(15.8%), 604곳(37.2%)에 달할 정도였다. 이는 신규로 개원 시장에 뛰어든 동네의원이 더는 생존하기 힘든 의료환경이란 것을 의미한다. 잘 나가던 대형병원들도 힘들다며 토요일 진료에 나서고, 의사들의 인건비를 깍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원격진료를 활성화하고, 의료법인의 영리자법인 허용과 부대사업 범위 확대, 의료관광산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밀어붙인다. 이같은 규제완화 정책을 하면 의료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된다는 식으로 근거도 없이 막연한 정책효과를 내세운다. 의료계는 반발한다. 정부가 하려는 것은 의료영리화 정책에 불과하다고. 의료기관이 부대사업으로 경영적자를 보전하는 돈벌이 의료정책 말고 환자에게 적정 진료를 제공하고 적정 수가를 받아서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며 맞서고 있다. 이걸 또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의료계가 수가 인상을 요구하며 떼를 쓴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돈벌이 의료영리화 정책이 붕괴되고 있는 돈 안되는 필수의료 시스템을 복원할리 없고, 공공의료를 강화할 리 없고, 의료취약계층의 건강권을 보장할 리 더욱 없다. 복지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하는 의협의 집단휴진은 불법적인 행위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짐짓 으름장을 놓는다. 이제는 분명히 가려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위험한 일을 벌이는게 누구인지. 정부인가, 의료계인가.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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