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김상기 기자]  자살 사망자의 대부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일주일 전쯤 가족 등에게 자살을 암시했지만 주변인 중 상당수는 이를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와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는 2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충남 자살 원인 규명 심리사회적 부검’ 결과보고회를 열고개최했다.

심리사회적 부검은 자살자의 유가족을 비롯한 지인, 담당 수사관, 보건진료소 소장 및 직원 등을 심층 인터뷰하고, 고인의 유서·일기 등 개인적 기록과 병원 진료기록 등을 분석해 자살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방법으로, 전국 지자체 중에서는 도가 처음 실시했다.

이번 심리사회적 부검은 지난 2012년 6월부터 유가족의 동의와 관련 기관의 협조를 얻어 최명민 백석대 교수와 김가득 전북대 교수, 김도윤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부센터장을 주축으로 3개 연구팀을 구성, 기존 연구방법에 사회·환경적 요인을 함께 조사하고, 유가족 지원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 왔다.

심리적 부검 대상은 지난 2010년 기준 자살 사망률이 높은 도내 4개 시·군에서 유가족이 동의한 자살 사망자 25명이었다.

성별로는 남자 18명, 여자 7명이고, 연령별로는 20대 1명, 30대 1명, 40대 2명, 50대 4명, 60대 6명, 70대 4명, 80대 6명, 90대 1명 등이었다.

심리사회적 부검에 참여한 유가족과 사건 담당 경찰관, 보건진료소 소장 및 직원, 이장, 이웃, 친척, 친구 등 정보제공자는 총 80명이다.

심리사회적 부검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자살 사망자의 52%는 자살 1주일 전쯤 고마움, 부탁 등 평소 안하던 말을 하고, 굶거나 포식, 또는 폭력 행사나 부모 묘소 참배, 통장 정리 및 양도 등 평소와 다른 행동 양상을 보였다.

또 40%는 ‘먼저 가고 싶다’는 등 죽음이나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했으며, 24%는 의존하던 가족과 떨어지게 된 점을 힘들어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자살자들의 이 같은 행동이 “죽음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도 있겠지만, 마지막 도움 요청의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살자의 가족 등 주변인 76%는 자살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자살자 7명의 경우 이전에 자살을 시도했거나 직접적으로 자살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이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사망 장소는 대부분 자택(84%)이거나 자택 근처 야외(12%), 직장(4%)이고, 최초 시신 발견자는 가족(76%), 지역 주민(16%), 친구(8%) 등으로, 자살자들은 자신의 죽음을 숨기려 하기보다는 지인들에 의해 쉽게 발견되기를 소망한 것으로 이해했다.  

자살 사건 담당 경찰관과 보건진료소 소장 및 직원, 건강증진센터 관계자 등 전문가들은 ‘자살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박탈감·좌절감 ▲만성질환 ▲의료·문화시설·문제 해결 지원 등 자원 부족과 활력 부족 ▲부모-자녀 사이 괴리 ▲고령노인 소외 ▲정서적 특징 ▲술 문화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자살 예방 대책으로 ▲교육 ▲찾아가는 서비스 강화 ▲가족문제 해결 및 가족관계 개선을 위한 개입 ▲요양원 이용에 대한 인식 전환 및 서비스 질 관리 ▲마을 공동체 강화 ▲여가 프로그램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도 관계자는 “이번 심리사회적 부검은 충남의 자살 현상을 보다 세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통한 체계적 자살 예방대책 수립, 유가족에 대한 지원 서비스 제공, 사후 관리체계 마련 등을 위해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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