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다운증후군(Down syndrome )의 발병 원인에 관한 내용이 발표된 지 50여 년 후, 프랑스에서 다운증후군의 최초 원인 규명자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되었다. 이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지난달 말 보르도에서 열린 프랑스 인간유전자협회(FFGH) 7차 회의 석상에서다.

회의장에는 두 명의 법원 집행관이 참석해 21번 삼염색체성(trisomy 21: 다운증후군의 원인)을 발견한 실험에 참가했던 소아심장학자 마르트 고티에의 발언을 녹음할 예정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다운증후군의 원인 발견에 기여했다고 주장할 참이었지만 발표를 몇 분 남기고 주최측의 취소 결정으로 무산되었다.

법원 집행관들을 회의장으로 불러들인 것은 파리에 본부를 둔 제롬 르준 재단이었다. 이 재단은 프랑스에서 수행되는 다운증후군 연구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는데 고티에의 공헌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다운증후군의 원인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故 르준"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유전학자인 제롬 르준(Jerome Lejeune, 사진)은 1959년 1월, 프랑스 과학원이 발간한 다운증후군에 관한 핵심논문의 제1저자였다. 고티에는 이 논문의 제2저자로 기록되었고, 소아유전학자이자 고티에와 르준의 상급자였던 트루소 병원(파리 소재)의 레이몽 투르팽이 제3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FFGH는 "우리는 고티에에게 발언권을 주고 상패를 수여함으로써 그녀가 다운증후군 원인의 발견에 기여한 것을 기념하려고 했다. 제롬 르준이 「21번 삼염색체성」에 관한 논문과 기타 연구를 통해 다운증후군의 발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마르트 고티에라는 결정적 인물의 기여를 인정하는 제스처를 취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전임 회장인 도미니크 보노는 Nature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러나 법원 집행관들이 회의장으로 걸어들어오자 우리는 녹음 테이프가 소송에 사용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소송을 진행할 자금도 없거니와 엄청난 법적 압력을 받으면서까지 발표를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결국 고티에는 조용히 상패을 받았고, 아홉 명의 걸출한 유전학자들이 나서서 "그녀가 발표를 취소한 것은 사려 깊은 행동이었다"는 내용의 성명서에 서명했다.

▲ 프랑스 제롬 르준 재단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보도자료 캡쳐.

제롬 르준 재단의 회장을 맡고 있는 장-마리 르 메네는 "우리가 법원 집행관을 보낸 것은 발표 내용을 녹음하여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제롬 르준의 명예가 손상되지는 않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958년 10월 투르팽이 르준에게 보낸 편지에 의하면, 47번째 염색체, 즉 21번 염색체의 세 번째 카피를 발견한 것은 고티에가 아니라 르준임이 분명하다. 고티에는 자신이 6개월 전에 47번째 염색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편지를 보면 고티에는 아직 46번째 염색체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르준은 노벨상을 받고 싶어했지만 자신은 낙태반대론자이기 때문에 노벨상을 못 받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롬 르준 재단은 웹사이트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언론이 르준에게 불공평한 대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르몽드와 리베라시옹을 지목했다. (르몽드는 "삼염색체성: 선구자 잔뜩 겁먹다(Trisomy: a pioneer intimidated)"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또한 일부 언론을 거론하며, 고티에를 이용하여 카톨릭 교도인 르준의 생명존중 사상을 욕보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고티에는 "47번째 염색체를 처음 발견한 것은 나지만 현미경의 성능이 나빠 확인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슬라이드를 르준에게 건냈고, 그가 좀 더 좋은 장비를 이용하여 그것을 촬영했다. 르준은 1958년 8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다운증후군의 최초 발견자`라는 영예를 독차지했다. 1959년에 발표된 논문에 대해서도 제출 직전에 통보만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롬 르준 재단의 르 메네 회장은 "고티에가 핵심 사항을 발견했다는 증거가 없다. 과학계에서는 르준이 획기적 발견을 했다는데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 이에 대해 고티에는 최소한의 반대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출처 : http://www.nature.com/news/down-s-syndrome-discovery-dispute-resurfaces-in-france-1.14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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