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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종플루 대유행 겪고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방역 정책마상혁(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라포르시안]  지난 설 연휴기간 동안 전국의 응급실은 갑자기 아파서 찾아온 사람, 기다리는 사람, 진료하는 사람으로 장터같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경각을 다투는 환자도 있어 당시 응급실 근무자라면 기억하기 조차 싫을 것이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소아 환자들이 많이 찾았는데 대부분 열이 나서 방문하였고, 그 중 많은 상당수가 독감이었다. 그 독감의 유행이 4주이상 지속 되고 있고 상당기간 유행을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의료 현장에서 밀려드는 환자를 보다가 이제는 힘들어지기도 하고 분노가 생기기도 한다. 독감 환자는 분명히 많은데 왜 민간의료기관 종사자들만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매주마다 조사된 감염병감시 모니터링 자료를 바탕으로 결과를 발표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느끼는 것과 거리감이 상당하다. 그런 자료를 바탕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데 참고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것도 역시 문제이다. 노로바이로스가 많이 유행을 한다면 지역과 주 감염 연령층, 임상증상 등이 함께 발표되어야 살아 있는 자료가 될 것인데 현재의 자료로는 판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금의 감염병 감시체계는 학교와 1차의료기관 중심으로 되어 있어 2~3차 의료기관의 상황이 반영이 안되고 있으며, 지방의 경우 특정 질환이 갑자기 발생할 때 역학조사를 하는 것 이외는 특별히 자체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없다보니 지역에서의 방역활동은 기대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리고 감염병 발생이 되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지역의 의료전문가들과 함께 자료를 공유해 해결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하는데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 독감 환자가 2~3차 의료기관에서는 상당히 많은 상태이다. 환자의 증가 추세는 4주일동안 지속되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유사환자가 60명 수준이라고 발표하면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환자가 많아서 힘들어 하는데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만 하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나의 질병이 전국적으로 유행하는데 정부가 하는 일은 환자가 많다고만 하고 아무 대책도 없이 그냥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산에 불이 났는데 현재 어디까지 번지고 있으며, 산에 나무가 다 탈까지 그냥 기다리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대부분의 역할을 민간의료기관에 맡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공의료가 해야될 부분 중 중요한 것이 방역인데 정부는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독감의 경우  유행이 있으면 의료비 뿐만 아니라 사회 직간접비용이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직장에 가지 못하는 등의 사회적인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공공의료 = 의료원’이라는 생각들을 가진 분들께도 이런 고민을 나누고 싶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은 단일 질병으로 인한 것으로 보면 단기간에 발생한 것으로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 당시 공공의료의 역할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날 갑자기 지역의 민간병원들이 거점병원이 되고, 개원가는 주말에도 병원을 열고 환자를 보라고 하였다. 민간의료기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국가의 감염병에 대한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는 했지만 2009년에 경험했던 실망스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의 감염병이 유행을 하면서 소요되는 비용,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안보에는 문제가 없을까? 이런 점에서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무관심하다. 그러다 보니 감염병 관리 정책 결정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것을 언제까지 두고 볼일은 아닐 것이다. 짧은 현장 경험을 통한 필자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먼저 행정적인 면에서 본다면 전문가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적어도 전문행정은 전문가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며,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도 부족해 보인다. 법으로는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두도록 되어 있지만 활용이 잘 안 되고 있으며, 있다고 하여도 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다. 특히 지방에서는 아예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지금 법으로 전문가 자문회의를 상설기구화하며, 자문회의의 위상도 많이 높여서 의결기구화를 해야한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를 행정부서에서는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즉시 해결할 수 있는 신속함이 요구된다. 그러나 공직사회는 아직도 국민들에게, 전문가들에게는 갑으로만 보이고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감염병이 유행했을 때는 그 정보를 공유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 또한 부족하다. 전문가들에게는 더 많은 정보들이, 정확한 정보들이 제공되어 지역사회에서 방역 정책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서의 역할이 참 중요한데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전국적으로 조류 독감이 유행을 하고 있다. 정당마다 조류독감 대책위원회는 구성이 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한테서 유행하는 독감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 청주MBC뉴스 보도화면 캡쳐

"독감이 그렇게 유행하는 데도 의사단체들은 아무 말이 없다"얼마 전에는 관련 단체와 상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폐구균 예방 접종이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에 들어왔다. 독감은 해마다 유행을 하고 있고, 폐구균에 의한 감염환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 알려진 사실인데 질병별로 부담(disease burden)에 대한 조사도 없었고, 전문가 단체와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치권에서 결정이 된 것이다. 이렇게 의료수요나 역학조사, 질병 부담 등의 조사없이 의료 정책이 결정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에서 조금이나마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조했다면 이런 낭비는 없을 것이다.

그럼 전문가 단체는 어떠한가? 이번에도 경험했 듯이 독감이 그렇게 유행을 하고 있는데도 의사단체들은 아무 말이 없다. 언론들이 일부의 전문가들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한 것이외에는 전문가 단체로서 목소리를 내 본적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이며, 의사단체 내부에서도 감염병 전문가위원회를 만들어서 국민들을 위한 제대로된 정보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감염병 관련 학회도 좀 더 능동적으로 움직여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향후 행정부서에서 도움을 청할 때는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그렇다면 언론은 감염병 유행 시 제대로 대처를 하고 있는가? 역시 아니다라는 것이다. 최근 독감의 유행이 시작되면서 언론사의 보도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언론에서 감염병 유행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외신에서 독감이 걸린 동물에서 해열제를 사용하니 바이러스 배출이 길어지고, 약물 남용을 언급한 바가 있다. 그것을 여러 언론사가 검증없이 보도한 것이다. 국민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가 의사와 환자들의 사이에서 불신을 조장하는 기사가 나오는데 이는 전문지식이 없는 언론의 한계로 보인다. 따라서 언론에서는 이런 전문적인 내용을 보도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여 보도를 하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개학 이후 환자 발생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서 2차감염이 생기는 것이 원인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환자를 어떻게 관리할 지에 대한 지침이 없다. 교육당국과 방역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일이다. 2009년에는 지나치게 관리한 면이 있는데 이번 독감 유행에는 현재까지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리고 학교는 아이가 아파도 출석 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앞으로 2차환자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병원에 먼저 가서 진료를 받고 등교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고 오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독감에 걸린 경우에 학교에서 대처하는 법이 학교마다, 교사마다 틀려서 혼란스럽다. 일관된 지침을 만들어서 효과적인 대응을 해야할 것이다.

국가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가기관의 종사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안위를 위해서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런 점에서는 부족한 느낌을 받는다. 전문가 단체는 사회적인 이슈에 목소리가 약하다. 이익집단으로서 역할을 너무 강조한 느낌이다. 사회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전문가 단체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전문행정기관에서 협조를 요청할 때는 힘들더라도 충분히 협조해야 한다. 언론도 전문적인 내용을 보도할 때는 전문적인 내용에 근거한 보도를 해서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국가기관, 전문가 단체, 언론이 상호 협조를 하고 그런 바탕에서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존중한 보건정책이 수립돼 감염병 관리를 하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분명히 만들 수 있을 것이며,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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