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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정신질환자에게 새겨진 보험사의 주홍글씨…“보편적 인권 침해”노만희(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

[라포르시안 손의식 기자] 최근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정신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건의 법 개정안은 가벼운 수면장애나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더라도 보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가입을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보험상품의 가입·갱신·해지와 관련해 정당한 사유 없이 정신질환을 이유로 피보험자를 차별할 수 없도록 명문화하고 차별행위가 발생한 경우 이 행위가 정당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을 보험사 측에서 입증하도록 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정신보건법 개정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이런 관행이 "헌법과 국제인권규약에서 보장하는 보편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노만희 회장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만으로도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민간 보험사의 관행이 심한 편인가. 

“최근 우울증이나 불면증 등을 이유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가 늘고 있지만 보험사의 관행으로 정신질환 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높은 게 사실이다. 젊은 환자들뿐 아니라 요즘에는 아주머니 환자들도 보험사의 관행에 대해 다들 알고 있다. 보험 상품이 워낙 많기 때문에 정신질환 치료를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절 당한 경험도 많고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병원에 오는 것을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정신질환도 조기치료가 상당히 중요한데, 일부 보험사의 이런 관행이 어떤 문제를 초래할 수 있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 중에는 조금만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이나 업무 능력에 향상을 가져올 만큼 호전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험사의 잘못된 관행 때문에 치료를 기피한다면 결국 개인의 손해는 물론 국가적인 손실도 상당할 것이다. 치료를 필요로 하는데 보험가입이 안된다는 이유로 치료를 기피하는 것은 개인과 국가 모두에게 큰 불행이다.”

-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에서 예전부터 민간보험사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오래전부터 보험사의 이 같은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고 관련 공청회도 개최했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데다 정치권에서도 적극 나서는 이가 없었다. 이번에 신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개선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고마움을 느낀다.”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보험사의 정신질환자 보험가입 거절에 의학적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나.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해서 보험사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질병이나 재해를 불러올 상황이 야기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보험사는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막연한 인식만으로 뚜렷한 의학적 근거 없이 가입을 거부해왔다. 의료현장에서 정신질환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들의 보험 가입이 크게 문제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문제는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의 모든 것을 이야기 하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진료를 받았더라도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사의 이런 규제로 인해 정신건강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보편적 인권이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 정신보건법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어떤 효과를 예상할 수 있나.

“그동안 민간보험 가입 때문에 치료를 기피했던 환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환자의 인권이 향상되고 국민정신건강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도 마련되리라 기대한다.”

-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의미하나.

“사람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꺼리는 이유 중 상당수는 나중에 취직할 때 문제가 되지 않을까 또는 회사에 알려져 진급 등의 인사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정신질환 진료에 대한 의료정보 노출은 절대 있을 수 없고 법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설명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보험사가 알면 다른 데도 다 아는 것 아니냐'며 불신한다. 이런 인식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도 많고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도 많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아도 사회적으로 어떤 차별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정신건강의학과가 법개정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1차적으로는 그런 효과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그런 이익적인 측면을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 오로지 일선에서 환자들을 접하면서 느꼈던 안타까운 상황이 개선됐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법개정 추진을 적극 지지하는 것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민간보험 가입 등에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제도개선에 나섰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실손의료보험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진료보상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규선을 개선하는 등 제도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

권익위가 마련한 제도개선안에 따르면 정신질환 관련 보장에 필요한 진료항목인 기분장애, 신경성 장애, 생리장애와 소아청소년기 정서장애, 정신분열병 등을 보상 범위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자 대상에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증환자를 제외시키는 내용의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은  외래치료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증 환자의 경우 정신질환자 대상에서 배제하고 일반인의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유도하는 정신건강 관련 교육과 예방사업 추진의 근거를 담아냈다.

손의식 기자  hovinlove@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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