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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질병관리본부, 대체 뭐하는 곳인가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4.02.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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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지난 2003년을 관통하는 기억 중에는 '판데믹(Pandemic)'이 도사리고 있다. `사스(SARS, 중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라 불린 신종감염병이 전세계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보고되면서 감염병 대유행의 공포가 커졌다. 사스 대유행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관리를 국가적 차원에서 핵심과제로 추진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그렇게 해서 2004년 1월 출범한 조직이 질병관리본부다. 당연히 질병관리본부의 핵심적인 기능으로 감염병 대응 및 예방 업무를 꼽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본부 내에는 감염병관리센터가 설치돼 있다. 이 센터 산하에는 감염병관리과, 감염병감시과, 공중보건위기대응과 등 6개 과에 90여명 이상의 인력이 근무한다. 감염병 대응과 예방 업무의 핵심은 조기에 질병 유행을 모니터링하고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의 업무는 그렇지 못하다. 감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지켜보다가 절정에 달했을 때 비로소 대응에 나서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최근의 계절 인플루엔자 유행이 확산되는 걸 지켜보면서 이런 의구심이 커졌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월 2일자로 인플루엔자 유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인플루엔자 의사환자가 외래환자 1,000명당 15.3명으로 유행기준(12.1명)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유행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최근 3년간의 발생 경향을 볼 때 인플루엔자 유행기간은 통상 6~8주 지속되며 유행정점에서는 유행기준의 약 5배까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마치 '그 정도까지 유행이 확산되도 어쩔 수 없고, 큰일이 아니다'는 듯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질병관리본부란 조직이 출범하게 된 배경이나 그 기능을 생각할 때, 당연히 조기에 예방 활동을 펼쳐 독감이 유행하는 것을 막고자 해야 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유행 주의보 발령 이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독감환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질병관리본부가 주간 단위로 실시하는 감염병감시 모니터링 자료는 이미 끊임없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이 자료를 보면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수는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1월 2일 기준으로 15.3명(외래환자 1천명당)에서 올해 제1주에는 19.4명, 제2주에는 23.1명, 제3주에는 27.3명, 그리고 1월 마지막 제4주에는 48명으로 늘었다.

이렇게 독감 의심환자 발생 수가 늘면서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홍역을 치렀다. 특히 동네의원이 외래진료를 보지 않는 주말의 병원 응급실은 독감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로 넘쳐났다. 일선 의료현장의 의사들은 이번 독감 유행이 예년에 비해 확산이 빠르다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병관리본부 담당자들은 느긋한 반응을 보였다. 1월 셋째 주 접어들면서 일선 의료기관에서 독감 유행이 심상치 않다는 경고음이 잇따랐다. 본지에서도 질병관리본부 측에 수차례 취재하며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냐고 물었다 .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별걱정을 다한다는 투였다. 오히려 "예년과 비교할 때 비슷한 편이며, 신종플루가 대유행했을 때와 비교하면 환자 발생이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간과한 게 있었다. 주간 단위로 실시하는 감염병감시 모니터링 체계에 구멍이 있었다는 점을. 현재 인플루엔자 표본감시는 각 지역별로 소아과, 내과, 가정의학과의원 등을 중심으로 지정된 표본감시의료기관을 통해 신고·보고된 환자 발생 현황을 근거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독감환자가 얼마나 방문했는지, 특히 주말 등에 병원급 응급실을 찾은 독감환자 발생 현황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1월 셋째 주 접어들면서 이미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마다 독감환자가 급증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독감의 증상 특성상 의원이 문을 닫은 밤이나 주말에 갑자기 상태가 심해져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았지만 인플루엔자 표본감시에는 이런 상황이 제대로 수집되지 않은 거다. 게다가 1월 넷째 주에 각급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시작되고, 설명절 연휴가 겹친다는 것도 간과했다. 학생들이 밀집한 학교에서 독감이 집단감염될 우려가 높다는 것은 상식이고, 설 연휴를 맞아 인구 대이동이 이뤄질 경우 지역간 전파까지 우려할 만한 상황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우려에 아랑곳 없었다. 오로지 언론에서 집중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만 신경을 쓰는 듯 했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1월 넷째 주 각급 학교의 개학과 설연휴를 지나면서 독감환자 수는 급증했다. 병의원마다 독감환자로 붐볐고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2월 초부터는 타미플루 부족 사태마저 빚어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5일 독감환자 증가 추세가 지속됨에 따라 타미플루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비축분을 긴급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실망과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란 조직이 감염병 대응과 예방 업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인플루엔자 유행이 확산될 것이란 강력한 시그널이 수차례 울렸는데 예년 대유행 때와 비교하고, 아직은 괜찮은 수준이란 안일한 인식을 보이는 걸 이해하기 힘들다. 차라리 지나치다 싶을 만큼 예방 활동에 나서는게 환자들이 크게 늘어 진료비와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사회적 비용부담을 초래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지 않나. 지난 2004년 1월 국립보건원을 확대 개편한 질병관리본부가 출범할 때 보건복지부는 "전염병관리를 위한 보다 선진화된 국가전담조직이 출범함에 따라 질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국가위기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SARS 등 신종전염병이나 인플루엔자(독감), 생물테러전염병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게 되고,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런가?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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