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 BBC 뉴스에서 하루코 오보카타 박사의 연구성과를 다뤘다

[라포르시안]  2006년 일본의 과학자들은 "포유류 동물의 거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세포, 즉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를 만들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월 29일, 일본의 또 다른 과학자들은 'Natur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놀랍도록 간단한 방법, 즉 세포를 스트레스(예: 낮은 pH)에 노출시키는 방법을 통해 iPS 세포보다 훨씬 더 유연성이 높은 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이번에 개발된 세포는 iPS 세포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일본이화학연구소(리켄)의 요시키 사사이 박사(줄기세포 연구자)는 "한마디로 놀랍다. 나는 외부 스트레스가 그런 효과를 발휘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방법은 리켄의 젊은 줄기세포 연구자인 하루코 오보카타가 5년 동안의 연구 끝에 처음 개발한 것으로, 반신반의하는 사사이 박사를 비롯한 동료 과학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마침내 빛을 보게 되었다. "사실, 매우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그걸 인공물(artefact)이라고 말했었다"고 오보카타는 술회했다.

오보카타는 우연한 기회에 `스트레스를 받은 세포가 만능성(pluripotency)을 갖게 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언젠가 세포를 배양하던 그녀는 일부 세포가 모세관을 간신히 통과하고 난 후 줄기세포와 비슷한 크기로 수축하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예: 열, 굶주림, 고칼슘 환경)를 세포에 적용해 본 결과, 3가지 종류의 스트레스(① 세포막에 구멍을 뚫는 세균의 독소, ② 낮은 pH, ③ 물리적으로 쥐어짜기)가 각각 세포로 하여금 만능성의 표지(markers)를 나타내게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만능세포라는 이름을 얻으려면,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녀는 형광표지를 붙인 세포를 마우스의 배아에 주입해 보았다. 만일 주입된 세포가 만능세포라면, 나중에 탄생한 마우스의 모든 조직에서 형광을 발하는 세포가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이 테스트 방법은 매우 까다로워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마우스 복제의 개척자인 테루히코 와카야마 교수(야마나시 대학교)의 도움을 받아 탄생한 수백 마리의 마우스들은 희미한 형광을 발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거대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을 염려한 와타나베 교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그것은 `어미 마우스` 대신 `갓 태어난 마우스`로부터 세포(완전히 분화된 세포)를 채취하여 스트레스를 가하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효과를 거두어 완벽한 녹색 형광을 발하는 마우스 배아를 얻을 수 있었다.

▲ BBC뉴스 방송 화면 캡쳐. 자신의 연구결과를 소개하는 하루코 오보카타.

그러나 오보카타의 아이디어는 여전히 너무 혁신적이었다. `형광을 발하는 마우스만 제시하면 세계 과학계의 승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그녀의 생각은 너무 나이브했다. 그녀의 원고는 유수의 과학 저널로부터 여러 번 퇴짜를 맞아야 했다.

회의론자들을 확신시키기 위해서는 문제의 만능세포가 "이미 존재하던 만능세포(pre-existing pluripotent cells)가 아니라, 성숙한 세포에서 전환된 세포(converted mature cells)"라는 것을 입증해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T세포에 스트레스를 가하는 방법을 택했다. (T세포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발달 과정에서 유전자 재배열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숙성을 판정하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T세포가 만능세포로 전환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했고, 이러한 과정을 「자극촉발만능획득(STAP: 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이라고 이름붙였다.

그녀의 연구결과는 마침내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4년 동안 다양한 연구진들이 포유류의 체내에서 만능세포를 발견했다고 보고해 왔다. 그중에는 미네소타 대학교의 캐더린 버페일리 교수(분자생물학)가 보고한 다능성성체전구세포(multipotent adult progenitor cells)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녀의 연구결과는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재현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보카타가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하버드 대학교의 찰스 바칸티 교수(조직공학)가 이끄는 연구실에서였다. 그녀는 바칸티 교수가 체내에서 분리한 만능줄기세포를 눈여겨 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녀는 바칸티 교수의 연구결과를 다른 각도에서 해석한 셈이 되었다. 즉, 그 만능세포는 체내에 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스트레스를 견디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만능세포는 어머니 자연(Mother Nature)이 손상에 반응하여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바칸티 교수는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가장 놀라운 사실 중의 하나는 STAP 세포(자극촉발만능세포)는 태반 조직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태반 조직은 지금껏 iPS 세포도, 배아줄기세포도 만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었다. "STAP는 복제(cloning)를 용이하게 하는 극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현재 복제를 하려면 미수정란을 추출하여 공여자의 핵을 이식한 다음, 실험실에서 배아를 배양하여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야 한다. 만일 STAP 세포가 자체적으로 태반을 만들 수 있다면, 대리모에게 곧바로 이식하는 것이 가능하다. 단, 내가 지금 말한 것은 아직은 `꿈 같은 이야기`"라고 와카야마 교수는 말했다.

오보카타는 이미 수십 가지 종류의 세포를 역분화(reprogramming)시켜 봤는데 그중에는 뇌, 피부, 폐, 간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그녀의 방법이 거의 모든 세포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시시한다. 오보카타에 따르면 평균 25%의 세포가 스트레스를 견디고 살아남았으며, 그중에서 30%가 만능세포로 전환됐다고 한다. iPS 세포의 전환율이 약 1%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것은 매우 놀라운 수치다.

게다가 iPS 세포가 만능성을 얻으려면 몇 주(週)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보카타는 이번 연구결과를 이용하여 "체내에서 일어나는 역분화가 줄기세포의 활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나아가, 그녀는 이번 연구방법을 성체 마우스와 인간의 체세포에 적용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iPS 세포의 개발자인 신야 야마나카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핵 역분화(nuclear reprogramming)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임상적용이라는 현실적 관점에서 볼 때 나는 이 기술이 iPS 유사세포(iPS-like cells)를 만드는 새로운 접근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출처 : http://www.nature.com/news/acid-bath-offers-easy-path-to-stem-cells-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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