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본회의 앞두고 정치권·보건의료계 갈등과 혼란 속으로
민주당 "간호법 등 민생법안 처리 더는 미루지 않겠다"
보건복지의료연대, 법안 통과시 공동 총파업 실행 의지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오는 13일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위한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권과 보건의료계가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 처리를 놓고 여당은 다른 보건의료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중재안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야당에선 더는 법안 처리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래 전부터 간호법 입법을 추진해온 간호계는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와 여당 당사 앞에서 연일 집회를 열고 있다. 간호법 입법에 반대하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의 보건의료 직역단체는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경고하고 있다. 법안 처리가 어떻게 되든지 간에 보건의료계 내부적으로 갈등과 혼란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 제정안의 운명은 4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13일, 혹은 27일 결정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13일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측은 간호법 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중재안을 내겠다며 수습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늘(11일) 정부, 보건의료단체들과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간담회에는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 보건복지의료연대 등에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과 정부가 함께 나섰지만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뒤늦게 중재안을 마련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논란이 될만한 내용이 대부분 빠졌기 때문이다. 기존 의료법에 규정돼 있는 간호사 관련 조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법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호법 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간호사 업무범위 관련해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는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서정숙 의원 대표발의 법안)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등으로 규정돼 있었다.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규정이 간호사 단독개원을 허용하려는 의도라는 우려가 쏟아지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의 과정에서 기존 의료법과 동일하게 간호사의 업무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바꿨다. 

여기에 ▲간호법의 적용 범위에 요양보호사·조산사 관련 내용 제외 ▲간호법 우선 적용 규정 삭제 ▲의료기관의 책무 규정 삭제 ▲간호종합계획·간호정책심의위원회·간호사 등 실태조사 삭제 ▲간호인력 지원센터 고충 해소 및 상담지원 업무 삭제 ▲표준근로지침 관련 규정 삭제 등이 이뤄진 후에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결국 간호법 제정안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 빠지거나 수정되고, 특히 간호사·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규정하는 쪽으로 손질된 셈이다. 이 때문에 간호계 내부에서조차 '알맹이 빠진 빈껍데기 법안'이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알맹이 다 빠진 '간호법' 두고 왜 이렇게 찬반 논쟁 거셀까>

이같은 상황에서 여당과 보건복지부가 갑자기 중재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간호협회 쪽에선 달가울리 없다. 이미 보건복지위 법안심사 과정에서 민감한 내용이 다 빠지거나 수정됐기 때문에 더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간호법 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3일 열리는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간호법, 의료법 등 민생법안 처리도 더는 미루지 않겠다"며 "이미 합의처리 된 법안을 번번이 쟁점법안화 하면서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당사자는 대통령 자신이다. 특히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 앞에서 약속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 원내대표는 "간호법과 의료법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중요한 민생법안"이라며 "해당 상임위가 가장 심도 있게 논의해왔건만 국민의힘이 법사위 논의를 무조건 막아 국회법 절차대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이다. 민주당은 13일 본회의에서부터 민생․경제입법들을 차질 없이 처리해가겠다"고 못 박았다. 

지난 6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저지를 위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선 대한의사협회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박명하 비대위원장.
지난 6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저지를 위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선 대한의사협회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박명하 비대위원장.

이런 가운데 간호계를 제외한 다른 보건의료 직역단체는 1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할 경우 연대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의협과 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가 참여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섣부른 직역 이기주의에 불과한 간호법 제정이 불러올 보건의료직역 간의 분쟁과 극심한 의료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며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의 국민건강을 위한 진심어린 제안이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묵살된다면 각 단체 공동대표들이 무기한 단식투쟁과 공동총파업 실행을 위한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오는 16일 서울시청 앞에서 대규모 총궐기대회를 열고,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 폐기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릴 계획이다.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오는 25일 확대연석회의를 열고 공동 총파업 실행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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