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대학병원서 분원 설립 추진...2028년까지 6천병상 이상 늘어
지방 환자·의료자원 깔때기처럼 빨아들여
의료현안협의체서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개설 제한' 논의

[라포르시안]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주요 대학병원의 분원설립을 통한 몸집 키우기가 잇따르면서 지역의료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분원 설립이 가뜩이나 취약한 지역 의료자원 유출을 가속화하고, 지역간 의료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우려가 높다.

지역의 인구소멸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형병원의 분원설립으로 지역 의료인력을 깔때기처럼 빨아들여 가뜩이나 심각한 인력난에 빠진 지역 병의원의 생존마저 위협할 수밖에 없다.  

현재 수도권에 있는 대학병원 중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거나 최근에 분원을 개원한 곳이 적지 않다. 의료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서울대병원 등 8개 대학병원이 오는 2028년까지 10개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시흥 배곧에 800병상 규모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아산병원과 연세의료원은 각각 인천 청라국제도시와 송도에 각각 800병상 이상 분원 설립을 진행 중이다. 경희대의료원은 경기도 하남(500병상)에, 아주대의료원은 경기도 평택과 파주(500병상 규모), 한양대의료원은 경기도 안산에 제3병원(병상수 미정)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을지대의료원은 2021년 3월 경기도 의정부에 900병상 규모 의정부을지대병원을 열었다. 중앙대병원은 2022년 3월 700병상을 갖춘 중앙대광명병원을 개원했다. 이들 병원의 분원 설립이 완료되는 2028년 이후에는 수도권내 병상 수가 6000병상 이날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가뜩이나 수도권으로 의료자원이 몰리고 환자 쏠림도 심화되면서 지역간 의료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을 통한 병상 확대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더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다. 특히 수도권 중심으로 대학병원의 병상 확대는 지방 소멸과 의료인프라 붕괴를 가속화하는 직접적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많은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의료시설 인프라도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의료 인프라도 더 줄어들고, 악화된 의료 인프라는 인구 유출을 부추긴다. 여기에 수도권 대형병원은 분원 설립으로 늘어난 병상만큼 의료인력을 충원할 수밖에 없다. 이쪽으로 지역 의료자원이 흡수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의료계 내에서도 수도권 대형병원의 분원설립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은 의료 공룡화로 대한민국 의료를 파괴할 것"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은 의료 공룡화로 대한민국 의료를 파괴할 것"이라며 "유명 대학병원의 분원 개설은 지역 의료 생태계를 황폐화시킨다. 시설과 인력, 브랜드와 자본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대학병원 분원과 지역 의료기관은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며 "일차적으로 지역 의료 수요를 깔때기처럼 빨아들여 코로나 이후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 중소병원장들이 참여하는 대한병원장협의회는 작년 12월 성명을 내고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은 각각 역할이 있는데, 대학병원 증설 경쟁이 중소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의 목숨을 끊어 의료라는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대학병원이 중증 진료와 교육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외래를 제한하고, 의료비용의 급상승을 불러일으키는 대형병원의 병상 수를 지역별로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가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설립 제한 등 수도권 병상 관리를 위한 법적‧제도적 대책 마련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재개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다루는 주요 의제 중 하나가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개설 제한'이다. 지난 6일 열린 의료현안협의체 6차 회의에서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개설 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필수의료인력 재배치 및 확충 등을 논의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월 말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서 지역간 균형적 병상 관리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지원대책에 따르면 지역별 불균형적 병상 분포를 해소하기 위해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수립하고 시도와 협업해 지역별 병상 관리를 강화한다. 

복지부는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설립 제한 등 수도권 병상 관리를 위한 법적‧제도적 대책 마련 및 의료기관 종별 기능 재정립 필요성에 대해 의사협회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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