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협에 의료인력 확대 논의 공식 요청
'의료보장혁신포럼' 통해 의료인력 확충 등 사회적 합의 도출

[라포르시안] 필수의료 인프라는 강화하고 지역 간 의료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본의 '지역정원제도' 같은 방식으로 '지역의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의과대학 입학 단계부터 자역 출신을 별도정원으로 선발해 학자금 등을 지원하고, 졸업 후 일정기간 의무복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역 공공병원의 만성적인 의사 부족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인력을 양성할 별도 양성 트랙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앞서부터 이뤄졌다. 국회에는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를 뽑는 특별선발전형과 장학금 지급, 지역공공의료기관 10년 의무복부 등을 규정한 '지역의사법'(제정안)이 발의돼 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 측에 의료인력 확대 논의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곧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인력 확충이 의정협의를 넘어서 사회적 논의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차 의료보장혁신포럼'을 열고 필수의료를 강화하고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보건의료 핵심과제를 다루는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포럼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올해는 보건의료발전계획 최초 수립, 2차 건강보험종합계획 발표 등 보건의료체계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한 정부의 청사진이 제시되는 한 해”라며 "의료보장혁신포럼이 초고령사회 전환에 대비한 의료인력 확충, 건강보험 지불보상체계 개편, 국립대병원 등 필수의료공급체계 혁신 등 구조적 혁신과제 논의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포럼 발제를 맡은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속가능한 보건의료를 위한 미래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미래 환경변화에 대비한 의료인력 확충, 공공정책수가 확대 및 건강보험 지불제도 다변화, 지역완결형 의료전달체계 강화 등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신현웅 위원은 의사 인력 관련해 "의사총량에 대한 이견을 존재하지만 수급 불균형, 현 시점은 부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필수의료 중심으로 인력확충을 위해 한시적 기간 내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공정책수가를 활용해 필수의료 중심 인력 확충과 유입을 지원하는 방안이 나왔다. 

그는 "필수 지역과 진료과, 분야에 집중해 인력을 확충하고 인력 유입을 지원해야 한다"며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일본의 지역 틀 선발제도처럼 '지역의사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의 지역정원제란 지역의료에 종사할 의사의 양성과 이를 통해 의사부족을 경감시킬 목적으로 각 대학에서 의학부 입학정원 범위를 설정하고 주로 자치단체에서 학자금 지원 등의 우대책을 도입한 제도이다. 2006년 '新의사확보종합대책' 및 다양한 정책에 근거해 각 대학에서 의학부 정원을 증원하는 식으로 추진했다. 

신 연구위원은 진료과 간 인력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한시적으로(10년 단위) 외상외과 등 특성 의과대학을 증설하는 대책을 제시했다. 또 공공정책수가의 역할 확대를 통해서 필수의료 인력이 개원보다 병원에 종사할 수 있도록 병원의사에 대한 보상기전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을 냈다. 

지역의료 생태계 복원을 통한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확립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를 위해서 책임의료기관 육성 및 활용, 한국형 협력의료체계 본격화, 병상관리기전 체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은 "환자가 원하는 공급자를 찾아가는 체계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공급자가 연결되는 의료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또 지역의료 수요에 대응한 지역중심 근거기반 병상관리기전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19를 통해 본 우리 보건의료체계 평가'라는 발제를 통해서 포스트코로나 체계 대비를 위해 필요한 방안으로 ▲감염병 위기대응체계 강화 ▲건강보험 지출 구조 개혁 ▲필수의료 중심 보장성 확대 등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팬데믹 이후 건강보장의 핵심 과제로 '지출 관리'를 꼽았다. 그는 "건강보험료율 인상은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생산 가능인구 감소 대응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비급여 증가, 실손보험 등으로 유도되는 급여 진료비 증가 억제와 건강보험의 보편적 보장에 대한 새로운 개념 도입 필요성, 비용 효과적인 신기술 도입 등으로 지출관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필수의료의 수직적 보편성 달성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정 교수는 "현행 건강보장 체계는 경증 질환, 비필수의료나 중증질환, 필수의료나 모두 일정한 비율로 일정한 범위만큼의 서비스를 급여화해주는 수평적 보편성으로 이뤄져 있다”며 “ 미래 저성장,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며 비용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서는 수직적 보편성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염병처럼 국가의 필요나 당면한 위기에 대응, 중증 질환 등 필수의료에 대해선 급여, 비급여의 구분 없이 폭럽게 보편 보장을 할 필요가 있다”며 “반면 경증질환이나 의료 보장의 필요성이 감소하는 영역은 과감히 보장의 개념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포럼 관련해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보건의료 분야 쟁점 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고, 찬반 논쟁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기반으로 의료보장혁신포럼을 만들어 갈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에는 필수․지역 의료인력 확충, 건강보험 지불보상체계 개편, 지역의 필수의료공급체계 혁신 등 우선 검토 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대한의사협회와 개최한 '의료현안협의체' 제5차 회의에서 의료인력 확대 논의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5차 회의에서 복지부는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력 양성과 고령화 등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적시에 적정 필수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긴급하고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의료인력 재배치와 양성 필요성 및 그간 연구된 의료인력 수급전망 결과를 설명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5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17년간 의대 정원이 한번도 변하지 않았다. 필수의료를 비롯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인력 부족으로 일촉측발의 위기상황”이라며 “다음 달 의협 정기대의원 총회가 개최된다. 총회에서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바람직한 인력 양성 방안이 무엇인지 전문가 단체로서 심도 깊은 논의를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의협 측은 9.4 의정합의에 따라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하여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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