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생 특성화 실습후기]

[라포르시안 정승현 인턴기자] 의과대학 학생이라면 한번 쯤 겪게 되는 일.

"학생 선생님, 이 환자에게 이 약은 왜 쓰죠?"(레지던트 )"음... 00와 관련된 증상을 조절하려고 그런 것 아닌가요?"(학생)"그건 선생님 생각인가요? 레퍼런스가 어떻게 되나요? 해리슨 이 부분 다시 공부해 오세요"(레지던트)

내가 경험한 3년간의 의학 공부는 의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여 상황에 따라 정확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있어서 ‘나의 생각’은 중요치 않다. 레퍼런스가 어디인가, 언제적 것인가가 중요하다. 나의 생각이 침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된다. 가끔은 나의 생각이 언제 어디로 사라져버렸나 싶어 슬픈 느낌도 든다.

그런 나에게 2주간의 특성화 실습은 우선 무엇보다 즐거웠었다. 수업시간에 일방적으로 듣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국회라는 곳에서 공청회 등을 다니며 라포르시안 기자들에게 이것저것 진심으로 궁금한 것을 자유롭게 질문했다. 나는 내가 잘 모르는 것들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질문하는 것이 즐거웠다.

평소 교수님의 질문에 쭈뼛댔지만 같이 실습을 나온 동기와 취재를 위해 이동하는 가는 동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의료 현실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학교나 병원에서와 달리 부끄럽지가 않았다. 평소 SNS를 하지 않았는데 내가 쓴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갔을 때에는 조금은 낯설고 흥분되기도 했다.

이러한 것이 자유의지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에 정말로 즐거웠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것은 기자로서 산 것이 아니라 짧은 기간 동안의 기자 체험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러한 경험이 나에게 오랫동안 소중하게 남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지난 2주 동안 신문의 기사 뒤에 숨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을 배울 수 있었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정기총회 취재를 갔을 때 황금같은 주말 오후 한 줄의 기사를 위해 비공개 회의를 4시간 넘는 시간동안 무작정 기다리는 것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던 기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필사적으로 한 글자 한 글자를 받아적고 기사에 들어갈 한 장의 사진을 위해 플래시를 연신 터트리던 기자들을 보면서 앞으로 환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더 민감하게 듣고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렸던 ‘울주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위원회’의 조사결과 중간발표회를 지켜보면서 한 때는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켰지만 점점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사건을 잊지 않고 제도를 바꿔보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분들을 보면서 나를 가르쳐 주셨던 환자분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보았다.

실습이 끝나면서 라포르시안 편집장이 나에게 무엇이 좋았냐고 물어보길래 "(기자라는 일이)내 생각을 표현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답했다. 이런 나의 말에 편집장은 “얼핏 생각하기에 기자란 직업이 글을 쓰는 일이니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자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면 정작 자신이 하는 일로부터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의사로서의 삶을 생각해 보았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환경에서 의사들은 전문가적 판단에 근거해 자유롭게 진료를 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점에서 의사도 자신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이런 면에서는 기자와 의사가 닮은 점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습후기 마감을 앞두고 기자와 의사의 일에서 소외감, 그리고 그 답에 대해 고뇌하며 이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가 문득 예전에 읽었던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의 ‘공부하는 삶’이라는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프랑스의 철학자 라슐리에는 이렇게 썼다. "진정 위대한 인물들은 모두 독창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독창성을 목표로 삼지도 않았고 스스로 독창적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을 이성에 어울리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다가 그들 운명에 따라 특정한 형태를 발견하고 표현한 것이다." 진정한 독창성은 진리의 표명이다.>

정승현 인턴기자는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뒤 2011년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현재 강원대 의전원 4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다. 1월 20일부터 2주간 라포르시안에서 의전원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특성화 선택실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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