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진료 이후 배후진료 역량 중요해
지방 권역응급의료센터, 처치불가 등 사유로 전원율 높아
"필수의료 붕괴로 응급실 배후진료 역량도 약화"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8일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향후 5개년 응급의료정책 발전 방향을 제시한 이번 기본계획은 '전국 어디서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지역 완결적 필수·공공의료 구축’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4개 분야, 17개 중점과제로 구성했다. 

복지부는 4차 기본계획에서 응급실 내 진단 및 응급처치를 중심으로 규정된 응급의료기관 종별 시설·인력·장비 등 지정기준을 수술, 입원 등 후속 진료역량까지 포함하도록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개별 의료기관에서 24시간, 365일 대응이 어려운 중증응급질환은 병원 간 협력 네트워크를 통한 지역완결적 대응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응급의료 기본계획에서 놓치고 있는 중요한 대목이 있다. 바로 응급실 진료 이후 배후진료 인프라 문제다. 모든 응급환자를 가장 먼저 수용하는 곳이 응급실이기는 하지만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응급수술·시술 등의 최종치료가 응급실 의료자원만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최종치료를 적절하게 제공하기 위해선 병원내 다른 의료자원 투입이 필수적이다. 

지방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인력 부족 등으로 인한 응급환자 처치불가 사유로 전원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2022년도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권역응급의료센터 중증응급환자 전원 현황‘ 자료를 보면 수도권에 대비 지방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선 병실이나 중환자실 등 시설부족이 아니라 응급수술 및 처치불가 등의 사유로 전원이 이뤄지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중증응급환자 전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40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한 중증응급환자 중 2만2561명(4.7%)의 전원이 이뤄졌다. 이 중에서 병실 부족, 응급 수술 및 처치불가, 전문 응급의료 필요 등으로 전원한 환자는 6,460명(28.7%)이었다.

시도별 전원사유를 보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있는 응급의료센터에선 응급 수술 및 처치불가, 전문 응급의료 필요 등으로 전원한 비율이 10~15% 정도였다. 이에 비해 전남과 경남, 경북 등의 지역에서는 응급 수술 및 처치불가, 전문 응급의료 필요 등을 이유로 전원한 비율이 30~40%에 달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응급실 진료 이후 배후진료 인프라 문제가 연관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진료한 이후 응급수술이나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의 협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응급실 들어온 환자가 CT 검사를 통해 뇌출혈이 확인됐는데 당장 외과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없다면 전원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 급성심근경색이 의심되는 환자가 응급실로 왔을 때 검사와 응급처치만으로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 배후 진료로 심혈관조영술과 스텐트 삽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처럼.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인력, 시설, 장비 등은 갖춰져있지만 실질적으로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배후진료 역량은 다른 문제"라며 "권역응급의료센터이지만 배후진료 인프라가 부족한 곳은 중증응급환자 진료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도 최근 소아응급의료체계 위기 우려가 커지는 것과 관련해 지난 3월 공개성명을 내면서 "소아응급환자의 최종진료를 담당하는 배후진료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응급의학회는 "응급의료센터급 이상에서 소아진료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응급진료 후 입원, 각종 시술, 수술 등의 배후진료가 보장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소아 배후진료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응급실 진료 이후 배후진료 인프라 확보 문제는 필수의료 확충과 맞물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간단히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필수의료 영역의 붕괴가 응급의료체계에도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이나 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배후진료와 최종치료, 중환자실 인프라 부족 등이 큰 이유로 작용한다"며 "응급의료체계 안에서 응급환자가 최종치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의료환경 개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에서 지자체별 응급의료 자원조사를 기반으로 365일 지역 내 병원 간 순환당직(요일별 당번병원제)을 운영하고, 치료 제공이 어렵거나 부적정한 경우 타 의료기관으로 쉽게 전원을 의뢰·회송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응급의료분야로 우수 인력이 확충될 수 있도록 ▲중증응급질환 최종치료 인력에 대한 당직 보상 ▲응급의료로 인한 수익이 의료진에게 배분될 수 있도록 구조 개선 ▲응급의료종사자의 적정 근로시간 보장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