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작년 6월, 미 대법원은 기념비적 판결을 통해 "인간의 유전자는 자연의 산물(product of nature)이므로 특허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인간의 줄기세포는 어떤가? 이 역시 자연의 산물이므로 특허를 인정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이는 미국의 소비자권익 옹호단체인 컨슈머워치독(cw: Consumer Watchdog)이 법원에 제기한 소송의 내용이다. 이번 소송의 목적은 2006년 생물학자 제임스 톰슨<사진>이 등록한 특허를 무효화하는 것이다. 톰슨은 1998년 인간의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최초로 분리해 배양한 인물이다.

미국의 투자자들과 바이오 연구자들은 2014년 1월 미 연방 항소법원에서 벌어질 첫 번째 심리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CW가 승리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적으로 대법원 판례의 적용범위를 확대시켜 다른 바이오 특허의 무효화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투자자들을 바짝 긴장시킬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위스콘신 동문연구재단(WARF: Wisconsin Alumni Research Foundation)의 수입을 감소시킬 수 있다. 톰슨은 오랫동안 WARF에서 일해 왔으며, 현재는 WARF에서 재생의학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이 줄기세포 연구에 미칠 영향은 불확실하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제 더는 배아줄기세포를 다루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번 판결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보스턴 소재 로펌(Nutter McClennen & Fish)에서 특허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콘스탄틴 리닉에 의하면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는 "법률 지식이 부족한 과학자들은 종종 이러한 판결이 자신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거나 애써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CW의 소송 제기는 미 대법원의 판결이 바이오 특허소송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대법원의 판결은 미리어드 제네틱스가 보유한 발암 유전자의 특허를 무효화시켰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인간의 DNA는 - 설사 엄청난 연구를 통해 분리되었더라도 - 본질적으로 자연의 산물이므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판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다양한 바이오 특허들이 `특허 불가능`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

2013년에 시작된 이번 소송에서 CW는 "줄기세포 역시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산물이므로 `특허 불인정`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WS가 특별히 표적으로 삼은 것은 WARF가 보유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관련 특허인데 그 만료기간은 2015년이다. 그러나 WS가 이번 소송을 지속하려면 몇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중 한 가지는 소송의 법적 근거(legal grounds) 내지 자격을 입증하는 것인데, 다가오는 첫 번째 심리에서 다룰 주제도 바로 이것이다.

▲ 미국 대법원은 지난 6월 기업이 인간유전자에 대한 특허권을 가질 수 없다고 판결했다.

WARF의 입장은 CW와 상반된다. 그들은 "우리가 보유한 특허는 CW의 회원들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으므로, CW는 소송을 제기할 법적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CW는 "우리는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 왜냐하면 미 특허청이 우리의 특허무효 청원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법률은 항소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CW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 소송에서는 미리어드 관련 판례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번 심리를 앞두고 미 법무부와 특허청에 "이번 소송에 관한 오바마 정부의 공식입장을 밝힌 문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지만, Science가 인쇄에 들어갈 때까지 이 문서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일단 소송이 개시될 경우 CW는 "WARF가 자연의 산물을 특허로 인정받으려 한다"는 주장을 제기할 것이다. CW가 소장에서 주장한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WARF의 특허는 뻔한 내용으로, 선행연구 결과를 약간 확장한 것에 불과하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톰슨이 배아조직에 접근한 방법이 독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톰슨의 발명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다른 과학자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었다."

WARF는 CW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분리하여 장기간 배양했다는 점에서 톰슨의 업적은 특별하다. 이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이 논쟁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연구하고 있으며, iPSC는 배아줄기세포(ESC)만큼 논란이 많지 않고 법적·윤리적 문제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iPSC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므로, 많은 이들은 그것이 `자연의 산물` 논쟁에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톰슨의 특허출원을 담당했던 니콜라스 시 변호사는 "WARF가 벌이고 있는 특허소송은 iPSC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셀룰러다이내믹스라는 iPSC 공급업체의 CTO(chief technology officer)로 일하고 있다. 셀룰러다이내믹스는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분사(分社)한 업체로, 창업 단계에서 톰슨의 도움을 받았으며, 일찌감치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하여 향후의 문제 발생 소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다. 시에 의하면 셀룰러다이내믹스는 수십 건의 원천기술을 취득했는데, 이 과정에서 700여 건의 특허권과 기타 지적 소유권을 마무리하는 등 법적 권리 문제를 철저히 챙겼다고 한다.

만일 이번 소송에서 CW가 승리할 경우 이상과 같은 신중한 접근방식은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특허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리닉은 "미 법원은 바이오 관련의 발명의 특허자격(patentability)을 꾸준히 축소해 왔다. 따라서 CW가 제기한 소송에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일관하는 과학자들도 자칫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만간 그들도 자신의 발명에 관한 특허를 인정받는 것이 점차 어려워진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www.sciencemag.org/content/343/6169/359.short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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