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하(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서울시의사회장)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18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간호법·의료인 면허취소법안 저지 투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가결했다. 23일 진행된 결선 투표에서 박명하 후보는 138표로 전체 투표자 중 68.32%라는 높은 지지를 받으며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과거 의사협회 비대위가 정부의 보건의료제도라는 담론에 대한 투쟁이었다면 이번 비대위는 간호법과 의료인면허법 저지라는 목표가 확실하고, 투쟁 대상도 더불어민주당과 대한간호협회로 한정됐다. 그만큼 비대위 조직 구성과 투쟁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의사협회 출입기자단은 지난 27일 의협회관 프레스센터에서 박명하 비대위원장을 만나 비대위 운영 목표와 조직 구성, 투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비대위원장 선거가 입후보부터 투표에 이어 당선까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 일반적인 선거와 달리 입후보 등록부터 투표까지 기간이 하루 반 정도밖에 안 돼서 선거운동은 못했다. 다만 내가 위원장이 된다면 비대위 활동을 어떻게 최적화·최대화해서 악법 저지에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자문도 많이 받았던 시간이었다. 

당선 후 많은 분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문자메시지로 축하의 글을 보내준 경우 '축하'라는 글자 다음에 물음표를 찍는다던지, 말로 축하할 때는 ‘축하라고 해야할지 아닐지’ 등의 표현처럼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그만큼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거로 인해 악법이 통과될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에 대해서 의사 회원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또 나에게 주어진 책임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지금은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다. 회원들의 뜻을 잘 받들어서 악법 저지에 성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뿐이다.

- 결선 투표에서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대의원들이 본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비대위원장 입후보 당시 프로필에 제일 먼저 쓴 경력이 서울시 강서구의사회 9반 반장이었다. 다음은 강서구의사회장이었고 가장 마지막에 쓴 게 서울시의사회장이다. 그만큼 나는 민초 회원들의 어려움을 가장 잘 알면서, 지금까지 역임했던 사소한 직책 하나하나까지 최선을 다했다. 나보다 더 훌륭한 후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비대위원장이 된 것에 대해서는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그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 특히 서울시의사회를 포함한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의 강력한 조직력과 투쟁력을 비대위로 빠르게 모아 최종 목표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란 출마의 변을 대의원들이 믿어줬다고 생각한다.

- 비대위 운영 목표는 무엇이고, 조직은 어떻게 구성했나.

=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정해준 것처럼 '간호법'과 '의료인면허취소법'이라는 두 악법을 저지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이를 위해 기존 보건복지의료연대를 활용한 집행부의 연계 투쟁 방법도 활용할 것이고, 가용 가능한 모든 홍보수단을 활용해 국민 여론도 환기할 계획이다. 아울러 법안 거부권 등 대정부 협력을 위한 기반 조성 및 의권 수호를 위한 다각적인 투쟁방안 수립 및 실행도 비대위 활동 목표에 포함했다.

비대위 투쟁 전반에 관한 자문을 지원할 자문단은 16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으로 구성됐으며, 각 비대위 운영활동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의결·집행하는 집행위원회는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 한국여자의사회 백현욱 회장,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이윤수 부의장, 서울시병원회 고도일 회장, 대한일반과의사회 좌훈정 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신정환 회장,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전 회장으로 인선을 마쳤다.

간호법 및 의료인면허취소법 저지 총력투쟁의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투쟁위원회는 비대위원장인 내가 투쟁위원장을 겸임했다. 투쟁의 효율성을 위해 부위원장은 조문숙 노원구의사회 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이태연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으로 구성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투쟁의 선봉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알고 있기에 서울에서 강한 조직력과 추진력을 갖고 있는 인재들을 배치했다. 투쟁위원회 긴급대응팀은 팀장은 비대위원, 팀원은 서울시의사회 인력과 서울 각 구의사회 총무단을 비롯해 전국의 모든 회원들이 자원해서 참여할 수 있다. 어디서든 투쟁을 전개할 때 즉각적으로 수십 명의 기동대응팀을 가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조직강화본부장은 지난 26일 총궐기대회에서 삭발을 하면서 투쟁 의지를 표명한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을, 부본부장은 한동우 구로구의사회 회장을 낙점했다. 대외협력본부는 정부와 국회, 각 정당에 악법의 문제점을 전달하고 시민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 등 외부조직과의 연계투쟁을 하기 위한 조직으로, 시도의사회로부터 강력한 추천을 받아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홍보본부는 비대위원장 선거에서 나와 경쟁을 했던, 투쟁성은 물론 홍보 권위자인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을 본부장으로, 부본부장에는 임정혁 대전시의사회 부회장으로 구성했다. 특히 주신구 회장은 벌써부터 홍보와 관련한 많은 제안을 하고 있어 훌륭하고 빠르게 잘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원본부는 나상연 대전시의사회 의장이 본부장, 정재원 동대문구의사회 회장이 부본부장을 맡았으며, 대변인은 좌훈정 대한일반과의사회장, 부대변인은 정재현 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이 임명됐다. 현재 비대위에 가장 필요한 능력을 갖춘 분들로 인선했기 때문에 이분들과 함께 반드시 악법 저지에 성공할 것이다.

- 과거 의협 비대위는 역할과 재원 등을 이유로 집행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새 비대위에서도 중요한 문제일 것 같다.

= 지난 임총에서도 비대위가 전권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폭적이고 강력한 지원과 지지를 해주겠다고 했다. 이후 운영위원회에서도 모든 예산을 의협 집행부의 의결을 받아서 쓰지 않도록 예비비 4억원을 배정했고, 집행부 의결 없이 충분히 쓰고 4월 정기총회에서 사후 보고키로 했다. 이필수 회장과 이정근 상근부회장으로부터도 지원은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집행부의 재무회계는 3월 말로 끝나는 만큼, 예비비 4억원 내에서 쓰고, 혹시 모자라면 다른 고유사업에서 충분한 지원을 지원해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예산 상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

-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과 의사면허박탈법을 저지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 의견과 함께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가능성이 있을까.

= 비대위원장으로서 대통령 거부권을 말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두 악법의 내용과 절차가 모두 문제라는 것에 대해 나와 회원들의 입장은 확고하다. 따라서 악법 저지를 위해 투쟁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투쟁에 홍보를 더한 전략을 통해 국민과 여야 정당, 나아가 대통령실까지 악법에 대해 잘 설명한다면 많은 이들이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개의 악법을 모두 저지하는 게 최고의 성공이고 우선이지만, 협상안이 들어올 경우 충분한 논의를 통해 악법 저지에 도움을 만들 수 있다면 이런 점도 나름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 개의 법안을 다 막아내지 못한다면 당연히 비대위는 실패한 것이다. 비대위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경우 회원들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지만, 일단은 내 희생을 투쟁의 열기로 모아 반드시 악법 저지를 성공하겠다는 열망 밖에 없다. 

- 지난 26일 열린 총궐기대회에 많은 의사회원들이 참석했다. 그만큼 불안감이 높은 것 같다. 

= 현 사태에 대한 회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고, 비대위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회원들의 분노와 기대를 불씨로 바꾸고, 나와 비대위 전원의 희생을 더해 반드시 승리하겠다. 회원들의 강력한 지지와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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