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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의협, 수가 인상만으로 투쟁 포기하면 역사의 죄인 될 것”유지현(전국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의사-환자가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인 자법인 도입 등 보건의료 분야의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두고 의료민영화 논란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이런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여의도에서 대규모 의사집회까지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이 참석해 연대사를 했다.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저지하기 위해 의협과 보건노조는 연대를 했다. 의료계 내에서는 이런 연대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을까. 또는 얼마나 유지될까에 관심이 많다. 지난 20일 유지현 위원장을 만났다. 


- 정부는 투자활성화 대책이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에서는 또 '의료영리화'란 용어를 사용한다. 현 시점에서 의료영리화와 의료민영화의 구분은 어떤 의미가 있나.

“아무 의미도 없다. 그래서 보건노조는 의료영리화와 의료민영화 두 용어를 같이 쓰고 있다. 의료민영화에 대한 사회적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방어적 차원에서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 국내 전체 의료기관 중 민간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94%가 넘는다. 이런 이유로 의료민영화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가 미땅히 책임져야 할 영역을 시장에 맡기는 것을 민영화라고 한다. 민간의료기관이 94%가 넘는 상황에서 정부는 소유의 개념에 근거해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가는 당연지정제와 전국민건강보험제도를 통해 의료영역을 규제해 왔다. 왜 이렇게 규제를 할 수 밖에 없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의료 영역은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규제를 해 온 것인데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은 이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의료에 대한 투자의 벽과 규제의 벽을 없애고 자본으로 하여금 무제한 돈을 벌라는 거다. 이게 바로 의료민영화이다.”

- 의료민영화가 국내 의료환경에 미칠 영향을 예상한다면.

“쉽게 말해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은 외부자본이 투자를 할 수 있게 하고 이익을 빠져나가는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경우 의료비 상승으로 국민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고 비보험 분야가 늘어나 결국 국민건강보험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은 이미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했던 전략에 있던 내용들이고, 현재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그 전략의 중간 쯤에 있는 것이다. 암으로 치자면 4기만 암인가. 1기도 암이다. 정부의 주장은 1기는 암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 사회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투자활성화 대책을 밀어붙이려고 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투자활성화 대책을 저지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보건노조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등 6개 보건의료단체가 뭉친 것도 이런 이유다. 일단은 공동협의체에서 2월 중 각 정당 대표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의료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한 법안을 만들어 제안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뚜껑이 열려버리면 막기가 힘들다. 원천봉쇄만이 대안이며, 그래서 공격적인 방어에 나서야 한다.”

- 보건노조와 보건의료단체가 공동협의체를 통해 의료민영화 저지에 나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6개 보건의료단체가 같이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갖는 힘이 있다. 공동협의체는 크게 영리병원·원격진료·법인약국 반대 등 3가지 아젠다에 합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7일 200~300명 규모로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 캠페인과 서명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단은 각 직능별 일터에서 투쟁을 사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인으로서의 양심을 걸고 정부의 의료민영화는 지금도 왜곡된 의료체계를 더욱 붕괴시킬 것이라는 점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함께 하자는 점에 뜻을 모은 만큼 이런 생각을 각 직능별로 조직에 어떻게 관철시키느냐가 중요한 역할이고 주어진 과제이다.”

- 보건노조가 의사단체와 연대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화제다. 

“사실 의사협회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노조 내부적으로 많은 우려와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영리병원 및 원격진료 반대라는 아젠다가 정해져 있고 국민과 함께 해야 가능한 투쟁이기 때문에 연대가 가능했다.”

- 의사협회는 3월로 예정된 총파업 투쟁과 동시에 보건복지부와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협상에 나섰다. 협상이 결국 수가인상 쪽으로 타협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만일 의협이 수가인상을 수용해 공동협의체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입장을 바꿀 경우 연대는 파기된다. 수가만 인상해서 현재의 상황을 헤쳐나가려 할 경우 의협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이런 부분에 많은 우려와 걱정도 있었지만 장시간 논의를 거쳐 공동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다. 물론 수가도 문제가 있지만 우리나라 의료의 전반적인 체계를 바로잡자는 것이 공동협의체의 목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협이 수가만 가지고 간다면 사회적으로 상당한 매도를 당하게 될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의협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고 공동협의체 상황에서 쉽게 수가인상만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 최근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의료수가가 충분치 않다는 인식과 함께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의 속내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로서는 6개 보건의료단체의 연대가 상당한 부담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보건의료단체 간의 연대를 깨기 위해 각개전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수가인상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보건의료단체는 정부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연대의 폭과 질을 높여야 한다.”

- 보건노조와 달리 의사단체는 투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보건노조 입장에서 의사들의 투쟁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나.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수가인상만 이야기했을 때 오는 부작용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차별화된 신분처럼 생각해왔던 것을 버리지 않으면 투쟁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실제 의사는 병원 체계에서도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원가도 보전되지 못한 저수가 정책에서 얼마나 힘든지 아는가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의료비 걱정, 3분 진료 등 국민이 느끼는 의료에 대한 문제점을 이해해야 한다.”

- 국내 의료체계는 많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근본적인 개선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와 대형병원 중심의 환자 쏠림 현상, 저수가 등이 초래된 이유 중 하나는 낮은 건강보험료이다. 국민 중 상당수는 건보료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OECD 국가 등과 비교해보면 낮은 것이 사실이다. 낮은 건보료로 인해 건강보험 보장성은 62%까지 떨어져 있고 국민은 불가피하게 민간보험을 들어야 한다. 실손보험만 해도 3,000만명 이상 가입된 상황이다. 적정 건보료를 부담함으로써 적정하게 보장받고 적정하게 수가를 맞춰 저부담․저보장․저수가 등 3저 악순환 고리를 끊고 선순환 체계로 바꿔야 한다.”

- 적정 건보료에 대한 기준이 있나.

“5년전 보건노조가 실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당시 일인당 건보료를 1만1,000원만 더 내면 보장성을 90%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나왔다. 민간보험은 1만원을 내면 70%인 7,000원 밖에 보장이 안 되지만 건강보험은 1만원을 더 내면 150%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제도가 어디 있나. 이 제도의 장점을 살려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도 해결하고 '3저 시스템'도 해결해야 한다.

- 건보료를 인상할 경우 상당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건보료를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자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솔직히 국가가 다 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 높은 만큼 건보료를 올리려면 상당한 저항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민단체와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건노조가 나서서 국민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지금은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 적정 건보료 부담에 따라 보장성이 높아진다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지 않나.

“사실 보장성이 높아질 경우 대형병원 쏠림 현상 등 의료전달체계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의료의 질 향상과 이를 위한 적정 의료인력의 배치 등이 중요하다. 의료의 질을 향상하려면 종별 의료기관 간 전달체계 확립, 공공의료 확충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원격의료는 의료질 향상과는 관계가 없다. 특히 정부의 주장대로 원격진료를 통해 IT 산업 쪽에서 질 낮은 비정규 일자리를 늘리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의료질 향상을 위한 의료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 최근 보건노조에서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본부'를 출범시키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싸움이 어떻게 될 것 같나.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싸움은 권력과 국민의 큰 구도로 그려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려는 것은 지난 10년간 시도해 왔던 의료민영화의 종합판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의 논리가 아닌 박근혜 정권과 국민 간의 싸움으로 가야 한다. 이런 이유로 보건의료단체도 국민과 함께 맞서야 한다. 국민과 보건의료단체가 함께 뭉치면 이길 수 있는 싸움이다.”

손의식 기자  hovinlove@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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