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등 현안에 대응 미흡해" 회장·집행부 사퇴 요구
"의료계 이슈 때마다 제기되는 탄핵론에 피로감"
의협 측 “협회장과 집행부 자격론은 회원 다수가 판단할 문제”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라포르시안] 최근 의료계와 관련한 이슈가 이어지면서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탄핵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허용 판결을 비롯해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법(의료법 개정안)과 간호법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 등으로 대법원과 더불어민주당으로 향하던 의사들의 비난이 의협 집행부로 이어지고 있는 것. 

반면, 의료계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제기되는 의협회장 탄핵론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의견들도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작금의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국회에서 벌어진 민주당의 국민생명까지 볼모로 한 일방적인 입법 독재 행위일 뿐 아니라, 지난 2년 간 이필수 의협 집행부의 투쟁은 없다는 나약하고 잘못된 회무와 이를 수수방관한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로 인해 초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수술장 CCTV 강행, 면허취소법, 간호단독법 등 회원들 생존권과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법안들을 줄줄이 다 내주고도 현 집행부는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못 느끼고 회원들 앞에서는 변명거리나 찾고 있다”라며 “의사협회 이필수 회장과 집행부는 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 임현택 회장도 이필수 회장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임현택 회장은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태풍 속에서는 선장을 바꾸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은 침몰 직전이다. 최근 의료계와 관련한 심각한 사안들이 수도 없이 터지고 있다”라며 “기울고 있는 배를 살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선장이 시급하다. 이필수 회장이 기본적인 양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오는 18일 열리는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와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이번 임총에서는 ▲간호법·면허박탈법 관련 비대위 구성의 건 ▲더불어민주당 폭거에 대한 투쟁선포식이 논의될 예정이다.

임 회장은 “임총 부의 안건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11대 9로 결정됐는데 이것도 말이 안 된다”며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당연히 지금 사태에 대한 회장과 집행부의 책임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임총에서는 부의된 안건에 대해서만 논할 수 있기 때문에 회장 탄핵안이 논의될 가능성은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다만, 현재 성난 불길과 같은 회원들의 정서를 볼 때 임총에서 이필수 회장을 그냥 두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슨 일이라도 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을 이필수 회장이 맡아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사태 해결에 적합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비대위원장을 이필수 회장이 맡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필수 회장이 비대위원장을 한다면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것”라며이 “민주당이 벌벌 떨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이 나서서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 그래야 의대정원 확대도 막고, 필수의료도 바로 잡을 수 있고, 간호법과 의사면허강탈법도 돌려놓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의료현안 관련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회장 탄핵론을 꺼내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 의료계 인사는 “의료계와 관련해 안 좋은 소식이 있을 때마다 탄핵이 거론되고 있어 이제는 탄핵론이 만성적으로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회장 사퇴론과 책임론은 차기 회장 선거와 맞물려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며 "사실상 이번 간호법 국회 직회부 경과를 보면 간호계와 보건복지의료연대의 싸움이라기보다는 여당과 야당의 싸움으로 보는 것이 맞다. 보건의료와 관련한 중요한 사안이 정치권의 이슈에 삼켜진 것이기 때문에 의협 내부에서 회장 사퇴론을 거론한 만한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의사협회는 회장과 집행부의 업무수행에 대한 평가는 회원 다수가 판단할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협 집행부 관계자는 “회원들의 분노는 충분히 공감한다. 집행부도 현재 벌어진 사태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라며 “집행부는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될 것이라는 첩보를 접한 후부터 지속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협회장과 집행부의 자격론은 SNS에서 제기된 사안이 아닌 회원 다수가 판단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투쟁도 파업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고도화된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SNS를 보면 의협 집행부가 파업 의지가 없다는 비난도 있다”며 “간호조무사협회의 경우 간호법 논란 초기부터 파업에 대한 입장을 많이 밝혔다. 연대 입장인 의협 역시 보건복지위원회의 비상식적인 결정을 봤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업을 선택하는 다른 단체들도 단순한 파업이 아닌 정교한 전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총파업을 하더라도 과정과 형태를 비롯해 진행 상황에 대한 판단 및 협의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 고도화해야 한다. 의협 집행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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