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 신축·이전 사업 축소 추진에 반발
"코로나 대유행 때 전담병상 확보 위해 입원환자 강제로 쫓겨나"
본원 800병상·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이상 확보해야

[라포르시안]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회장 이소희)가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기획재정부의 신축·이전 사업 축소 추진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는 지난 16일 임시총회를 열고 의견수렴 결과 98%의 동의로 기재부의 신축・이전 사업 축소 조정 결정을 불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와 관련 협의회는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기재부에서 통보한 신축‧이전 사업 규모로는 국립중앙의료원이 부여 받은 필수중증의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정부는 시장 논리로 충족되지 않아서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외상, 응급, 감염병, 심뇌혈관질환, 모자의료 등 필수중증의료 분야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 기능 강화를 통해 인프라를 마련할 것으로 국민들에게 약속해 왔다. 그러나 본원(모병원) 규모를 늘리지 않고 감염과 외상 병동만 추가로 얹는다고 필수중증의료 기능이 강화되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립중앙의료원 본원에 다양한 분야 의료진과 우수한 진료 역량이 구축돼야 적시에 필수중증의료 대응이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관련 기사: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축소 추진에 반발 거세..."공공의료 말살">

협의회는 "감염병 위기 등의 재난 상황 시에 필수의료 및 의료안전망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필수의료의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임상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총 1000병상 이상(본원 800병상) 규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해외 유수 감염병병원도 모병원(본원)은 감염병 위기 시 감염병 병원 지원과 동시에 일정 규모 이상 필수병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모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탄톡생병원은 음압격리병상 330병상, 모병원 1,720병상 규모이고, 홍콩 감염병센터는 음압 격리병상 108병상, 모병원 1,753병상을 운영한다. 

협의회는 "기재부에서 통보한 신축‧이전 사업 규모론 공공병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적절한 의료제공도 불가하다"며 "국립중앙의료원 전체 내원 환자 중 의료급여환자 등 취약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상급종합병원 대비 월등하게 높은데, 새로 짓는 병원마저 규모의 한계로 인해 취약계층에게 적정진료를 할 수 없다면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안전망은 포기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기재부가 신축 이전 사업 축소 조정을 결정하면서 진료권 내 병상 초과 공급과 국립중앙의료원의 낮은 병상이용률을 고려했다고 설명한 점도 반박했다. 

협의회는 "국립중앙의료원이 감염병 위기 등의 재난 상황 시 필수의료 및 의료안전망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단순히 진료권 내 병상 수라는 산술적인 기준으로 규모가 결정해선 안 된다"며 "지금 우리나라엔 그동안 없었던 제대로 된 국가병원이 필요하며,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논의가 20년 넘게 지지부진한 가운데 제대로 된 투자도 없었던 것과 메르스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입원해 있는 기존 환자들을 억지로 내보내 가며 감염병 대응을 하게 한 요인을 고려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정부는 감염병전담병상 확보를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대한 소개 조치를 명령하고 저소득층, 행려·노숙인, 이주노동자 등을 적절한 전원 조치도 없이 내보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협의회는 "현재 수준의 규모와 기능으로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면 국가가 기대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 명백하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며 "국가 중심 병원으로 제대로 기능 할 수 있는 신축 이전을 정부 당국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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