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제2소위로 회부...국회 통과 여부 안갯 속으로
간협 "제2소위로 내려가도 더는 수정할 내용 없어"
의협 "법안 문제점 재논의할 기회 생겨"

[라포르시안] '간호법'과 의료인의 면허관리를 강화화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대한간호협회는 실망감을 보인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법안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재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 법사위가 지난 16일 제1차 전체회의를 열고 간호법과 중대범죄 의료인 면허취소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을 심의했다.

이날 오전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한 뒤 법안심사 제2소위로 회부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제2소위에 회부했다고 반발하며 집단 퇴장하면서 오후 심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만 참석한 상태에서 파행으로 진행됐다.

오후 전체회의에서 간호법 관련 의사진행 발언을 한 법사위원은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유일했다. 조정훈 의원은 간호법이 위헌적 요소가 많고 간호사만을 위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조정훈 의원은 “간호법안은 간호사를 중심으로 의사가 아닌 보건의료 직역들이 더 많은 권리와 혜택을 누리도록 추진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솔직하게 얘기하면 간호사가 독식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조정훈 의원은 간호법에서 간호조무사 응시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조 의원은 “간호법안은 간호조무사 응시 자격에서 학력 상한을 제한하고 있다. 자격증을 따는데 학력 하한을 제한하는 경우는 있어도 학력 상한을 제한하는 법은 처음 본다”며 “법안에 의하면 간호조무사는 간호학원과 간호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자로 학력이 제한되고,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자는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간호조무사가 전문대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 법이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법이 통과되면 지역사회의 간호조무사 업무가 불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조 의원은 “현행 의료법상 장기요양기관 등 지역사회에서 간호조무사는 촉탁의 지도 하에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간호사를 보조해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이 되고, 지역사회 또는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간호사를 반드시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이는 명백한 이해관계의 반영이다. 타 직군의 이해관계가 침해되는 경우 충분한 논의없이 추진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간호조무사협회에 대한 차별 조항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정훈 의원은 “간호법은 대한간호협회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반드시 인정하는 공식기관이 되고, 간호조무사협회는 만들 수 있다고 함으로써 굉장히 격을 낮춘 법안”이라며 “누가 이 법안을 동의할 수 있겠나. 전문위원조차도 검토 보고의 수정안에 포함시킬 정도였다”고 했다. 

조 의원은 “간호협회가 독식을 하려는, 너무 노골적인 내용이 있다 보니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등 다수의 보건의료 직역 단체들이 다 반대하고 있다”며 “조금씩 양보함으로써 보건의료 직역들이 찬성할 수 있어서, 모든 사람이 박수칠 수 있는 간호법을 만들어야 의미있는 통과가 될 것이다. 추가 논의가 필요한 만큼 제2소위에 회부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

간호법에 이어 심의된 ‘의료법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실형·집행유예·선고유예를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최대 5년간 취소하고, 재교부를 금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장동혁 의원은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의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범죄에 대해서도 결격 사유로 규정하거나 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라며 “이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어떻게 관련 범죄를 한정하고 위헌성을 제기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이유로 전체회의에 계류시킬 것이 아니라 제2소위로 회부할 것은 제안한다”고 밝혔다.

장동혁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 뒤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더 이상 토론할 위원이 없어서 토론을 종결하겠다”며 “해당 법안들은 제2소위에 회부하겠다”고 말했다.

제2소위는 타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의 위헌 여부 및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데, 법안이 2소위로 회부될 경우 논의가 지연되면서 통과 여부를 기약할 수 없어 ‘법안 무덤’으로도 불린다. 이에 따라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예측하기 힘든 상태에 놓였다.  

한편 간호협회는 간호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조정안을 마련했고, 네 차례의 강도 높은 심사를 거쳐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 만큼 더 이상 손 볼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지난 16일 라포르시안과 통화에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간호법에 대해 지적한 부분은 간호법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한쪽 주장만 일방적으로 제기한 것”이라며 “간호법은 지금까지 논의를 통해 쟁점이 됐던 부분은 전부 삭제하고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조정안을 만든 만큼 제2소위로 내려가도 더 이상 수정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반면 의사협회는 간호법과 대범죄 의료인 면허취소 법안 모두 제2소위로 회부된 것에 대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해당 법안들이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되면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사협회가 항변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다”라며 “제2소위로 내려갔다는 것은 우리가 주장하는 문제점을 다시 항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간호법이 보건의료 직역 간의 화합을 해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이에 맞춰 다시 논의할 수 있게 됐다”며 “의료인에게만 족쇄를 채우는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사협회의 입장도 지속적으로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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